아트 컬렉팅은 돈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나요?

조회수 2020. 5. 13. 08: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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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던 아트 컬렉팅 Q&A

수집의 습관이 미술품으로 나아가서, 이보다 더 큰 만족을 주는 쇼핑 경험은 없기에, 고통스러운 현실을 위로해주는 건 그림뿐이어서 미술품 수집을 시작한 젊은 컬렉터들. 그들이 말하는 아트 컬렉팅의 노하우와 미술이 주는 기쁨.


 

(왼쪽) ⓒ김희수, 〈Untitled〉, 2020.
이병효
건설사 근무

Q.

아트 컬렉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건설사에서 근무하는데, 몇 년 동안 싱가포르에 주재원으로 나가 일을 하게 됐었다. 싱가포르에서 9번째로 높은 건물이 완공되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일들은 나를 성숙하게 해주었지만, 많이 힘들고 외롭기도 했다. 그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읽고 보는 것밖에 없었다. 좋은 구절들을 필사하고 나를 위로하는 그림들을 보면서 그 시절을 견뎌내고 나니 자연스레 한 점 두 점 작품을 소장하게 됐다.

Q.

파란색 계열의 작품이 많다.

A.

그림들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블루를 좋아하는지 새삼 알게 됐다. 힘든 시간을 통해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원하는 색을 찾게 된 것 같다. 그때 울트라마린 블루로만 그림을 그리는 김춘수 작가의 작품을 만났다. 청색은 보통 청량하거나 신선한 인상을 주지만 다른 색이 잘못 더해지면 순식간에 그 느낌이 사라진다. 이 작품은 그런 위태할 정도로 깨끗한 느낌을 표현한 것 같아 보고만 있어도 아련해진다.

(왼쪽부터) ⓒ김춘수, 〈희고 푸르게〉, 2017. ⓒ정희민, 〈비참한 기억〉, 2019.

Q.

컬렉팅할 때 당신만의 룰이 있다면?

A.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컬렉팅한다는 게 룰이라면 룰이다. 시작하고 보니 왜 사람들이 종일 미술 얘기만 하고 모든 재화와 에너지를 아트 컬렉팅에 쏟는지 알게 됐다. 그만큼 중독적이다. 그런데 나는 생업이 있는 회사원이고 모든 역량을 여기에 쏟을 수는 없다. 무리하다 보면 주식처럼 사고팔고를 반복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정희민, 김희수 같은 젊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은 사고 난 후 너무 짧은 기간 안에 옥션에 내놓거나 갤러리를 통해 리세일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몇 백만원에서 적게는 몇 십만원대의 작품을 돈이 급하다고 낮은 금액에 내놓으면 그 작가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쿠사마 야요이나 데이비드 호크니 같은 대작가의 작품은 나 하나쯤 급하게 작품을 되팔아도 그들의 명성에 금이 가지 않겠지만 젊은 작가들의 미래란 이제 막 만들어가는 중이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하다.


(왼쪽 위부터) DiorxDaniel Arsham, Diorx Kaws 에디션 작품. 페즈(PEZ), 〈The Pez Factory〉, 2018. 그 뒤의 회화작품은 진 마이어슨(Jin Meyerson), 〈Don’t You Forget About Me 3〉, 2018. 페작(Pejac)의 〈Void〉(2019)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노재명, 박소현 부부.
노재명, 박소현 부부
스포츠 매니지먼트, 피아니스트

Q.

아트 컬렉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어릴 때부터 우표, 신발, 농구화 같은 것을 열심히 모았다. 그러다 카우스나 베어브릭 같은 아트 토이를 수집하게 되었고 3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파인 아트 컬렉팅을 하고 있다. 결혼 후 아내를 끈질기게 설득해서 함께 컬렉션을 꾸려나가고 있다.

Q.

주로 어떤 방식으로 미술품을 사는가?

A.

주변의 컬렉터들을 보면 대부분 딜러나 갤러리를 통해 사는 반면 우리는 아트 페어, 갤러리, 옥션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산다.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서울옥션 등 거의 모든 옥션을 훑으면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좋은 가격에 나오면 구매한다. 맨 처음 유니크 피스를 산 것도 온라인으로 필립스 옥션을 보다가 프랑스 작가인 베르나르 오베르텡의 작품을 보고선 뭔가에 홀린 듯이 비딩하게 된 것이 계기다.

(왼쪽부터) 옥승철, 〈Matador〉, 2018. 히브루 브랜틀리(Hebru Brantley)의 플라이보이와 릴마마(플라이걸) 피겨.

Q.

항상 체크하는 아트 피플의 SNS 계정이 있나?

A.

전 세계 아티스트, 갤러리스트, 슈퍼 컬렉터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시각적 일기를 즐겨 찾아본다. 우리 컬렉션의 다수를 차지하는 작가인 저크페이스(@incarceratedjerkfaces), 지난해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서 작품을 완판한 후 엄청난 구매자 대기 리스트를 갖게 된 가나 출신 아티스트 아모아코 보아포(@amoakoboafo) 같은 작가들의 계정을 추천한다. 우리 역시 보아포 작품을 사고 싶어서 5일 내내 한 부스에 가서 갤러리스트와 안면을 익히고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Q.

컬렉팅할 때 조언자를 고용할 수 있다면 누구를 곁에 두고 싶나?

A.

카우스! 아티스트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그이지만 동시에 눈과 촉이 좋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컬렉터이기도 하다. 본인의 취향이 아닌 작가의 작품들은 아무리 좋고, 유명해질 것을 안다 해도 손이 가지 않는다. 카우스는 우리 취향과 겹치면서도 배우고 싶은 훌륭한 컬렉터이다.

Q.

지금 가장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는 미술계의 이슈는?

A.

코로나 바이러스로 미술계 역시 빠르게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3월 중순 열리기로 했던 아트 바젤 홍콩이 온라인 뷰잉 룸으로 페어를 대신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잠정 연기된 «미술관에 서(書):한국 근현대 서예전» 전시를 유튜브에서 생중계했다. 그 밖의 많은 전시와 행사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는데 5월에 예정되었던 아트 부산이 11월로 연기된 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크다. 페어에서 우리 컬렉션으로 이루어진 부스를 선보일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예기치 못한 사태로 급히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좋은 작품들을 평소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시장에 내놓고 있기도 하다.


(왼쪽) 줄리언 오피, 〈Zhiyun〉, 〈Bobby〉, 2017. 알렉스 카츠, 〈Ada in Spain〉, 2018.
이지연
마케터

Q.

아트 컬렉팅에 관한 편견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돈 많은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생각. 나는 회사원이라 매월 몇 십만원씩 적금을 부어서 만기가 되면 작품을 산다.

Q.

가장 최근에 산 작품은?

A.

그리스 출신의 미국 작가인 스티븐 안토나코스의 유니크 피스. 내가 구입한 최초의 원화다. 1960년대 네온 아트를 시작한 1세대 작가인데 댄 플래빈이 형광등을 오브제로 활용했다면 안토나코스는 네온에 집중한다. 찾아보면 몇 십 년 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미니멀하면서 세련된 장소 특정적 설치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은 집에 두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매체를 사용한 시리즈 가운데 금박 작품을 구매했다. 금을 얇게 펴 추상적인 형태를 만든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미래에 반드시 부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침마다 바라보며 기를 받는다.(웃음)

스티븐 안토나코스(Stephen Antonakos), 〈Untitled〉, 2012.

Q.

주로 판화를 수집했다.

A.

일 년에 한두 점 꾸준히 모아 지금은 10여 점을 소장하게 됐는데 그중 두 점이 유니크고 나머지는 판화다. 판화는 복수미술품(Multiple)으로 가치를 공인받는다. 모든 판화에는 오리지널의 증거로 작가의 서명과 일련번호가 기재되어 있다. 판화의 에디션(Edition)이란 한 판으로 찍어낸 작품 수를 말한다. 내가 소장한 알렉스 카츠의 에디션의 경우 28/150라고 쓰여 있다. 한 판으로 150장을 찍었고 내 소장작은 28번째라는 의미다. 에디션 작품을 구매하게 된 건 아무래도 금액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판화 열 개보다 유니크 한 점을 사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초보 컬렉터라면 시작은 판화나 드로잉으로 하는 걸 추천하는 전문가도 많다.

Q.

컬렉팅할 때 조언자를 고용할 수 있다면 누구를 곁에 두고 싶나?

A.

삼성 미술관 리움이나 아모레퍼시픽 뮤지엄 같은 뮤지엄의 컬렉션이 조언자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소장품 리스트를 오픈 소스라 생각하고 공부하면 미술계 트렌드나 블루칩 작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프리랜스 에디터 안동선은 아직 한 점의 작품도 소장하지 못했다. 작품 구매도 할부가 된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컬렉팅보다 쇼핑에 집착할 것 같아서 차마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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