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옷장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

조회수 2020. 3. 19.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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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옷장은 안녕한가요?

환경을 생각하고 지속가능함을 추구하는 것이 마땅한 시대. 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이 흐름에 기꺼이 함께하고픈 이들에게 먼저 하고 싶은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당신의 옷장은 안녕한가요?”

난 더 이상 옷을 사지 않기로 했어.

한 술자리에서, 오래 알고 지낸 선배가 선언하듯 내뱉었다. “갖고 있는 옷들로 최대한 버텨볼꺼야. 어차피 그 옷이 그 옷이지 뭐. ”평소 남다른 소비욕구로 인해 맥시멀한 삶을 영위해온 그녀였다. 크게는 고가의 명품 백, 작게는 지하철역 노점의 핸드폰 액세서리까지, 마음에 드는 물건 앞에 속절없이 지갑을 내보이던 그녀가 갑자기 쇼핑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선배의 패션 스타일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보다 캐주얼해졌고,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으며, 굉장히 새롭게 느껴지는 옷차림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코트? 이거 고등학생 때 입던 거야. 예쁘지? 잘 보관해둬서 그런가 우아하게 나이 들었어. 요즘 이런 더플 코트 많이들 입잖아.” 선배의 소비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은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다름아닌 ‘이사’, 생애 첫 이사를 경험하게 된 그녀가 비로소 자신이 가진 거대한 옷장과 마주하게 되었고, 어떤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옷장을 하나씩 정리하며 그간 잊고 지낸 보석 같은 아이템들을 발견하게 된 것은 물론, 무분별했던 자신의 소비 패턴도 반성하게 된 셈이다.

올해로 자취 17년 차에 접어든 에디터 역시 남부럽지 않은(?) 옷장을 가지고 있다. 작은 옷장 하나를 채울 정도였던 옷가지가 이젠 방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늘어나 오래 전에 구입한 옷들은 까먹기 일쑤다. 문제는 제때 세탁과 드라이클리닝, 수선을 하지 못해 큰 맘먹고 구매한 제품들을 방 한구석에 썩힐 때가 많다는 것. 또 이사 때마다 안 입는 옷, 버려야 할 옷들을 열심히 정리해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옷장은 마치 요요 현상을 겪듯 다이어트 이전 사이즈로 되돌아가곤 했다. 놀라운 것은 매일 아침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옷장 앞에 서서 입을 옷이 없음을 푸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이쯤 되면 이건 뭐 세기의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내 옷장에도 위기가 찾아왔음을 직감하던 중, 바이 말렌 비르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틸드 토프 매더(Mathilde Torp Mader)의 네타포르테 넷 서스테인 캡슐컬렉션 관련 인터뷰를 읽고 머리가 번쩍 깨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워드로브 웰니스(Wardrobe Wellness)란 옷장을 살펴봤을 때, 자신이 가진 옷들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입고 싶고, 입었을 때 기분이 좋으며, 자신에게 잘 맞는 옷들로, 고품질과 뛰어난 내구성을 지닌 옷일 겁니다. 또 그 소유자에 의해 관리가 잘된 옷일 거고요. 자신이 가진 옷들을 잘 관리해주기만 해도 수많은 섬유 폐기물들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니트를 빗어주거나 면은 차가운 물로 세탁하고, 에어 드라이를 해주고, 효소가 들어있지 않은 세제로 천연 섬유의 옷들을 세탁해 주는 것 말입니다."


워드로브 웰니스라니, 정말 생경한 단어가 아닌가? 웰니스가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그리고 건강(Fitness)의 합성어인 만큼, 신체와 정신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유익한 옷장을 뜻하는 것이리라. 검색해보니 이미 2005년부터 ‘윤리적인 패션포럼(Estethica Fashion Forum)’을 설립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영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 사용하는 단어였다. 인터뷰에서 마틸드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지속가능하게 옷을 입는다는 것은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가장 좋은 소재의 옷을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실루엣, 컬러, 그리고 패턴에 대한 직감을 가지고 있죠. 유행을 타는 스타일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게 되면 계속해서 갈아치우고 싶은 옷장보다 함께 ‘성장’하는 옷장을 가지게 될 겁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소리처럼 느껴지겠지만, 트렌드의 최전방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쇼핑라이프를 즐겨왔던 에디터에겐 따끔한 충고로 다가왔다. 그간 디자이너들에게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당신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를 질문했던 내가 정작 자신의 옷장을 되돌아볼 생각은 못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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