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피지의 풍경들

조회수 2020. 7. 22. 2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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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 피지에 이르다

피지의 비티 레부 북쪽 해안에 있는 자연 그대로의 섬에서 때론 고독이 행복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이곳의 유일한 손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돌핀 아일랜드에 도착한 첫날 오후가 훨씬 지났을 때였다. 아침 내내 의심이 들긴 했다. 직원이 한 명 보였는데 내가 일찍 도착해서 특별히 신경을 쓰는 줄 알았다. 앵무새가 어딘가의 둥지에서 자다가 나타났을 때는 그들의 로맨틱한 움직임에 불청객이 된 것 같아 인피니티 풀에서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솔직히 말하면 좀 걱정이 됐다. 식탁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먹으려고 할 때 깨달았다. “내가 유일한 손님인가요?” 섬의 매니저인 던 심슨에게 묻자 오른쪽에 있던 여성 라 로빈슨 씨는 내 앞에 접시를 하나씩 놓아두면서 “맞아요.”라고 대답했다. 알고 보니 이 섬은 단 한 팀만 예약을 받는 것이었다. 즉 부부나 혼자 등 그룹으로(최대 정원은 8명) 들어오므로 금세 가족처럼 느끼게 되는 직원 이외에는 낯선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다.

3백 개 이상의 섬이 군도를 이룬 피지는 프라이빗 휴양지인 꿈의 섬이다. 알렉산드르 반 헤렌(Alex van Heeren)의 초특급 리조트 후카(Huka)에 속한 돌핀 아일랜드는 비티 레부(Viti Levu)의 북쪽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투숙객들은 대개 나디(Nadi) 공항에서 여객기나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드나들지만, 나는 시드니에서 4시간의 가벼운 비행 끝에 도착했다. 날씨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전용차에 몸을 싣고 2시간 30분 동안 직접 운전해 와타나부에 갔다. 그곳에는 알려지지 않은 나만의 낙원으로 가기 위한 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이브하는 동안 실망스러운 건 없었다. 비티 레부 주변을 순환하는 고속도로가 딱 하나 있는데, 섬 전체를 돌자면 약 8시간이 걸린다. 공항에서 오는 길의 1/4 정도 되는 것 같다. 열대 잎이 울창했고 길가에서 그렇게 많은 소가 풀을 뜯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야생마들이 산에서 내려왔고 진짜 피지 카우보이(식스팩이 선명하고 웃옷을 벗은)가 한 마리를 부리고 있었다. 진흙 게가 길을 빈번하게 건너 다녔는데 우리 앞에 있던 한 마리는 트럭이 지나자 사라져버렸다. 계절이 끝나면서 앞으로 6개월 동안 문을 닫는 사탕수수 농장을 지나기도 했다. 길거리 노점에서 채소를 사고 팔다가 산촌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트럭 뒤에 가득 탔다. 네일라가(Nailaga) 마을을 지날 때는 유일한 여성 추장의 집을 알려주려고 운전사가 속도를 늦추었다. 그녀의 주민들은 카바 의식을 위해 색칠된 양탄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했다. 어떤 조물주가 이 지구를 창조했든 간에 먼저 녹색 하이라이터를 만들어 모든 중요한 부분을 찍었을 것이고, 남태평양을 보며 기대 이상으로 약간 흥분했던 것 같다.

돌핀 아일랜드에 발을 디딘 순간, 그곳은 당신의 집이 된다. 포옹, 노래, 그리고 꽃 목걸이로 환영을 받고는 섬의 호화 스위트 네 곳 중 하나인 부레(Bure, 피지의 전통적 가옥 형태)로 안내된다. 바다를 향하고 있는 세 개의 높은 지붕 건물들을 코코넛 야자나무, 퍼시픽 크리스마스 덤불과 히비스커스가 둘러싸고 있다. 가운데에는 인피니티 풀에서 모든 종류의 식사와 휴식 등이 이루어지는 오픈식 메인 부레가 있으며, 나머지 두 곳은 2인용 스위트룸으로 분리되어 있다. 5분 거리에 엄청나게 로맨틱한 힐탑 수면식 부레도 있다.(비공식적으로는 오두막이라 부르기도 한다.) 던 매니저는 14년째 이 섬에서 살고 있다. 그녀의 이웃들, 즉 직원 숙소, 담수화 공장, 발전기 등은 모두 사람들이 찾지 않는 나무 울타리 뒤에 숨겨져 있다. 완벽한 사생활? 그 이상을 즐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고급 호텔 디자이너 버지니아 피셔(Virginia Fisher, 후카 로지로 명성을 얻음)는 어두운 나무 바닥에 전통적인 야자 매트를 깔고, 벽에 조개껍데기 장식과 전통적인 피지 공예품으로 장식했다. 피셔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피지에서 보냈기에 그녀의 작업에서 이러한 면이 드러난다. 호화로운 실내외 욕실은 유리벽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뒤로 매끄럽게 이어져 야외 샤워 시설이 딸린 프라이빗 정원이 드러난다. 트윈 드레싱 구역은 천연 목재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별도 욕조는 조개껍데기 샹들리에 아래에 완벽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섬세한 데커레이션. 우븐 백, 성게 모양의 머리맡 램프, 베개에 수놓은 돌고래들 등이다. 모든 것에서 코코넛 향이 난다.


힐탑 부레인 오두막에서 별을 바라보는 것은 다음 단계다. 섬에서 가장 높이 있는 이 부레는 시야가 트여 있어 아침에는 놀라운 바다 경치에 눈을 뜨고, 수많은 별들의 부드러운 빛 아래 잠들게 될 것이다. 자연 그대로의 인테리어는 소박하고 편안한 피지 럭셔리의 정점이다. 조명은 모두 등불과 양초, 침대는 하얀 그물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어디서든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음식과 시간, 장소는 전적으로 당신의 결정에 달려 있다. 데크에서 모둠 과일을 먹고 싶나? 먹으면 된다. 바닷가로 마늘 새우 한 접시를 부탁할까? 아주 좋다. 욕조에서 구운 바닷가재를 맛보는 걸 좋아하나? 여기에서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던과 그녀의 팀은 초자연적인 직관력을 가진 것 같다. 내 잔이 빌 때마다, 누군가가 어디서든 그것을 채워주려고 나타난다.(결국은 병째 두고 가기도 한다.) 스낵, 끝없는 모둠 과일(망고, 파인애플, 용과 등)과 포도로 만든 신선한 패션푸르트 주스가 준비되어 있다.


이곳의 생활은 힘들 게 없다. 수영, 스노클링, 배 타기, 수영장에 떠다니거나 방에서 스파 치료를 요청하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섬은 당신의 것이고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 돌핀 아일랜드에 머물기의 좋은 점 중 하나는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처럼 도심에서 완전히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현지 시장을 구경하거나 편리하게 잘 구성된 세계 수준의 다이빙을 체험하러 본토로 가기에도 충분히 가깝다. 특정 지역은 남태평양에서 산호초가 가장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섬을 잘 아는 사람들은 ‘놀라운 미로(Amazing Maze)’라고 불리는 다이빙 장소로 향한다. 그곳은 산호로 뒤덮인 거대한 동굴과 수영장이 얽혀 있는 미로 같은 곳이다. 카약과 패들보드를 이용하여 근처의 작은 섬인 나나누이라(Nananu-i-Ra)와 나나우이카케(Nanau-i-Cake)를 탐험할 수도 있다.

단 돌핀 아일랜드는 폭풍우와 마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극심한 날씨 변화를 일으킬 때도 있다. 메인 부레는 어느 정도 비바람으로부터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며, 오렌지색 펭귄 클래식을 엄청나게 많이 소장한 도서관도 있다. 안락한 라운지에서는 손으로 색칠한 전통 타파 천이 늘어진 아찔하게 높은 천장을 응시하면서 멍 때리기에 딱 좋다.

그리고 물론 스파 트리트먼트도 있다. 라임 주스와 코코넛 크림을 곁들인 스페인 고등어로 점심식사를 한 후 나는 한 시간 동안 딥 클렌즈 페이셜(집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두 번이나 나를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으로 착각해줬을 때 그 효과를 정말로 실감했다)에 빠져들었다. 해초, 해조류, 기타 해양 추출물이 스며든 모든 종류의 각질 제거제, 클렌저, 세럼, 토닉을 얼굴에 듬뿍 펴 바른 후 시원한 아이 마스크로 마무리를 하자 순간적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오랫동안 잊었다가 발 마사지로 다시 빠져든다. 마늘 새우와 구운 바닷가재가 저녁식사로 준비되는 동안 인피니티 풀에서 보내는 오후가 꿈만 같다.


돌핀 아일랜드를 떠날 때의 느낌(이라 쓰고 ‘집에 갈 시간이 되었을 때’라고 읽기)은 월요일 아침 알람으로 꿈에서 깨는 것과 같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는 것은 속상하고 혼란스럽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다음에 다시 올 때까지 그렇다. 다음은 언제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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