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완전 자급제'로 통신사가 긴장하는 이유

조회수 2017. 8. 11. 18: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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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완전자급제

통신비 인하를 위한 각종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활발하게 언급되는 제도가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과 휴대폰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바로 그것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현재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개정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법안은 단말기를 이동통신사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소비자들이 구매하도록 하고, 이동통신사를 서비스 품질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궁극적으로는 요금 인하 효과를 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

▲우리의 생활이 스마트폰과 이동통신 서비스 덕에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휴대폰 이용자의 98% 이상은 이동통신사를 거쳐서 단말기를 구매한다. 이통사가 휴대폰 단말기의 유통까지 거의 완전히 책임지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96%), 두 나라가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64%, 서유럽 56%, 중국은 30%의 비율로 이통사가 휴대폰 유통을 담당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어떤 경로로 휴대폰이 유통되고 있는 걸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소비자가 유통점에서 휴대폰을 구매하고, 대리점에서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형태의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활성화되어 있다. 단말기 자급제는 다시 말하자면 휴대폰의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요금제를 완전히 분리하는 정책을 뜻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통신 요금은 어찌해야 할까

단말기 완전자급제 하에서는 소비자들이 제값을 주고 휴대폰을 구매하고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자연스레 이통사들 간의 출혈적인 마케팅 경쟁이 줄어들게 된다. 유통과정이 단순, 투명해지고 휴대폰 제조사들 간에 가격 경쟁이 붙어 자연스레 단말기의 출고가가 하락한다. 소비자들이 이동통신사를 선택함에 있어서 최신 단말기에 가해지는 판매촉진비 등의 마케팅적 요소가 배제되고, 이동통신 서비스의 질 자체가 기준이 된다. 따라서 경쟁을 통한 통신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2년 혹은 3년 동안 통신사와 의무적으로 약정을 맺을 필요 역시 없어질 것이다. 얼핏 들으면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기존의 이동통신 시장의 적폐를 없애고 투명한 이동통신 시장을 일굴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인 것처럼 여겨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고 있지 않을 걸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휴대폰은 이동통신사에서 유통하고 있는 것들이며, 자급제로 유통되는 단말기는 그야말로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어째서 마냥 좋게만 들리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지금에서야 논의되고 있는 것이며, 또 왜 지금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던 것일까.


단말기 자급제 이후로도 큰 변화 없음

▲이전 논의된 법안은 대기업의 휴대폰 직접 유통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휴대폰이 제조사의 제품이 아니라 이동통신사의 제품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는 IMEI 화이트 리스트를 기본으로 한다. 전 세계 모든 휴대폰에 하나씩 부여되는 식별 번호인 IMEI(International Mobile Equpment Identity)를 확인하고 허용된 IMEI만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이 제도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동통신사가 허용하지 않은 단말기는 통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전산망에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는 일체 사용할 수 없으며, 전산망 등록을 위해서는 이통사의 사용허가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개선되기 시작한 시점은 2012년이다. 2012년 5월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서 블랙리스트에 기재된 단말기 외에는 모든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부분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다만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로도 여전히 단말기의 유통은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 이유는 ‘가격’이다. 일부 제조사들은 현재도 자가 유통용 단말기를 판매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이동통신사 공급 단말기보다 비싼 소비자가에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이동통신사 공급 단말기의 재매입 비용, 부가가치세, 소비세 등이 이유로 이야기되고 있으나, 그보다는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이동통신사가 자가 유통용 단말기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지 못하도록 제조사에 압력을 넣고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급제 시행 이후로도 여전히 카르텔은 굳건하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유착, 일그러진 유통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뤄져 왔다. 지난 2015년에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이 단말기 유통법 폐지 및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대리점, 판매점, 대규모 유통업자를 개별로 정의하고,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를 비롯한 대기업이 휴대폰을 직접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것이었다. 다만 이 법안은 불법 보조금으로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대기업의 영향력을 배제하겠다는 것이 주된 의도였으며, 이통사와 유통사를 분리시키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와는 다소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법안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전병헌 의원의 이 법안은 19대 국회 종료에 따라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현재는 자동으로 폐기된 상태다.

그리고, 화살은 다시금 이동통신사에게

▲제19대 대선에서도 모든 후보들이 가계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주된 화두 중 하나는 이동통신비 절감 방안이었다. 국민들이 느끼는 통신 서비스 이용료에 대한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 모든 대통령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었으며, 자연스레 국민들 사이에서는 휴대폰 유통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 이후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청문회에서 “단말기 가격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긍정적 의견을 밝힌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최근 논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동통신사 중에서 가장 먼저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거론한 것은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이통사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와 단말기 지원금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점”이라며, “단말기 자급제 도입이 검토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SK텔레콤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부담스럽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제도 개선 추진에 대해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부동의 시장 1위인 SK텔레콤을 제외한 다른 이동통신사들은 여전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며, 주요 제조사들도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케팅비 절감으로 인해 이통사도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에 대해 야당은 최근 쐐기를 박았다. 야당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안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지난 8월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를 통합 판매, 유통하는 구조를 해체하고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로 소개됐다. 김 의원은 제조사 간 출고가 경쟁, 이통사 간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의 활성화로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이통사도 보조금으로 지불하던 마케팅비를 요금 인하에 활용해 연간 2조 원 수준의 요금 인하 여력이 생길 것으로 설명했다.

사실상 남은 유일한 카르텔 해체의 수단

▲알카텔 모바일과 롯데 하이마트는 9월 말부터 자급제 폰 판매에 돌입할 예정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단말기 유통을 이동통신사가 책임지면서, 이들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로 시장이 운용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이동통신 판매점이 약 2만 5천 개소에 종사자는 약 6만 명으로, 요식업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치킨점과 비슷한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이토록 많은 판매점들이 영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마케팅비, 지원금 등을 통신사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단말기는 제조사가 이동통신사로 제품을 납품하고 이것을 이동통신사가 대리점에 공급하며, 대리점은 판매점을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와 묶어서 판매하는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사들은 유통점에 판매에 대한 장려금을 지급한다. 연간 4조 원으로 추산되는 판매장려금, 그리고 단말기 유통 대금 및 이용요금 공유 형태로 대리점과 판매점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될 경우 가장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대리점과 판매점의 수익 감소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시행을 두고 신중한 접근이 이뤄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없이 많은 대리점, 판매점들이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의 창구 역할만 담당하게 되기 때문에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한 알뜰폰의 사업자들 또한 서비스 경쟁에서 도태돼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말기 유통 과정이 지극히 복잡한 국내의 경우, 실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유통 대기업을 시작으로, 속속 자급제용 폰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이 공개한 초안을 보면 골목상권 보호와 이용자 불편 최소화를 위해 일반 유통망에 한해 단말기 판매 업무와 통신 서비스 가입 업무를 동시에 취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대리점과 판매점의 수익성 악화는 명약관화하다. 단말기 구매 및 가입 경로의 다양화로 인해, 지금과 같은 형태의 ‘동네 장사’로는 이전과 같은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카르텔을 해체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아는 사람만 싸게 살 수 없도록 모두가 비싸게 휴대폰을 구매하는 단통법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신중한 접근과 영세업자들의 피해 최소화 방안이 수반된다면,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통신비 인하와 유통구조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시도되어야 할 법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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