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공간에서의 광기, 단간론파와 단간론파 어나더

조회수 2020. 10. 22.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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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팬들을 감동시킨 작품 '단간론파 어나더'에 대한 이야기

2019년, 역전재판이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 스팀으로 리메이크 출시되며 역전재판 팬들과 그 명성을 궁금해하는 팬들의 가슴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올해 7월, 피처폰 게임의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검은방의 디렉터 수일배가 개발한 ‘베리드 스타즈’가 지금까지도 스위치 다운로드 마켓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유튜브에서는 가벼운 조사와 선택지만으로 진행되지만 어두운 분위기를 검은방과 하얀섬에서 계승해온 인디 게임 ‘그 섬’의 스트리밍이 화제를 모았다. 이렇듯 최근 한국에서는 소소하게 스토리성이 강한 추리 어드벤처 게임들이 좋은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추리 어드벤처의 계보에서 빠지면 섭섭한 작품이 있다. 바로 ‘단간론파 시리즈’. 이 기사에서는 ‘단간론파 시리즈’ 그리고 한국에서 제작된 2차 동인 게임이지만 원작을 훌륭하게 계승하여 수많은 팬들을 감동시킨 작품 ‘단간론파 어나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괴작? 명작? 단간론파 시리즈

▲독특한 스타일과 독자적 개성을 확립한 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게임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간론파 시리즈

단간론파는 2010년, 스파이크에서 PSP용 게임으로 발매한 ‘단간론파-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을 시작으로 2017년 발매된 ‘단간론파 V3-모두의 살인 신학기’까지, 총 4편의 본편 게임과 2편의 외전 게임, 3권의 소설과 3편의 애니메이션이 발매된 콘텐츠 IP이다. 본편인 단간론파 시리즈는 TPS로 출시된 ‘절대절망소녀-단간론파 Another Episode-’를 제외한 3편이 모두 ‘하이스피드 추리 액션’이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표방하는 장르명에서 미루어볼 수 있는 만큼 단간론파는 추리 조사 어드벤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임 ‘역전재판’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게임이다. 하지만 영향에서만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분위기와 시스템을 구축해 장르뿐만 아니라 단간론파 시리즈 자체만을 좋아하는 막대한 고정 팬층을 쌓은 작품이기도 하다.

▲어딘가 살짝 정신이 나가 있는 감성이 일품

단간론파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모든 본편이 갇힌 공간에서 사건이 발생하여, 내부자 속에 숨어있는 범인을 찾아야 하는 ‘클로즈드 서클’이다. 단간론파의 시놉시스는 대략 이렇다. 각 분야에서 초인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천재 고교생들만이 입학할 수 있는 특수학교 ‘사립 키보가미네 학원’의 신입생 15~16명이 영문을 알 수 없는 사건에 의해 학교 안에 감금당한다. 이들을 감금한 장본인으로 추측되는 마스코트 ‘모노쿠마’는 평생 학교 안에서 살 것을 요구하며, 동급생을 살인하고 재판에서 범행을 숨기는 데 성공할 경우 밖으로 내보내 주겠다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다. 말 그대로 천재들의 추리 게임을 다룬 작품이지만 약간 정신 나간 듯한 시놉시스가 말해주듯 단간론파는 살짝 차원이 빗겨나간 광기가 흘러넘친다.

▲조사하며 발견한 단서가 상대방의 모순을 쏘아 맞추는 탄환이 된다

단간론파의 핵심 게임 시스템 ‘재판’은 게임의 이름인 단간론파가 뜻하는 핵심을 관통한다. 단간론파는 탄환논파(弾丸論破)를 일어 음독으로 읽은 이름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얻는 모든 조사는 ‘탄환’으로 저장된다. 탄환은 재판 때 캐릭터들의 모순된 발언에 쏘거나 올바른 발언에 쏴서 동의할 수 있다. 그렇게 모순을 논파하고 범인을 찾아 각 챕터별로 플레이어를 시험하는 재판에서 살아남는다. 이 재판에서 패배한 챕터의 범인 캐릭터들은 살인을 저지른 벌로 잔혹한 처형을 받게 된다. 이 처형 장면은 그 캐릭터의 재능에 걸맞게 구성된다. 처형 장면은 말 그대로 상식을 거부하는 혼란스러운 연출로 진행되며 이 처형 장면이 단간론파 시리즈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호불호

굉장히 독특한 개성이 넘쳐 흐르는 단간론파지만, 동시에 단간론파는 호불호가 굉장히 강한 게임이다. 우선 게임의 베이스가 되는 설정부터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일반 게이머 기준으로는 굉장히 과하다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첫 번째로 게임의 주역인 천재 고등학생들. 일명 ‘초고교급’ 학생들은 단순히 고등학교 레벨의 ‘재능 있는 천재’를 넘어서 존재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의심되는 재능이 넘쳐난다. 유소년 국가대표같이 그럴듯한 재능의 소유자가 있는가 하면, 세계 100대 부자에 랭크인한 상속자도 있다.

▲덕분에 캐릭터 디자인도 다소 아스트랄한 면이 있다

두 번째로 소위 오타쿠 문화인 ‘서브컬처’, 그것도 일본식 서브컬처의 냄새가 굉장히 짙다. 서브컬처에 익숙하다면 즐겁게 즐길 수 있겠지만 익숙하지 않다면 ‘이게 뭐야’를 외치며 게임을 닫아버릴 요소들이 경고등도 안 켜고 마구 날아든다. 마지막으로 상식을 지나치게 벗어나 있는 게임의 도덕성이다. 이 게임의 처형 장면은 사람을 거의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듯한 연출이 대부분이다. 죽음은 희화화되고 마스코트는 ‘뭐가 그리 심각해?’라며 웃는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견딜 수 있는 항마력(?)과 픽션을 픽션으로만 보는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면 굉장히 즐겁게 즐길 수 있을만한 요소들도 많은 게임인 것은 확실하다.

▲이 게임을 우주로 날려 보내는 원흉 중 하나인 흑막이자 마스코트, 모노쿠마

패러디로 또 하나의 시리즈를 즐긴다. ‘단간론파 어나더’

▲단간론파의 멋진 패러디 작품, ‘단간론파 어나더’

그리고 이런 단간론파 시리즈의 매력에 반해 국내에선 단간론파의 수많은 팬들이 사랑하는 패러디 작품 ‘단간론파 어나더 시리즈’가 제작되었다. 단간론파 어나더는 단간론파 시리즈의 2차 창작, 즉 원작을 베이스로 팬이 만든 창작물이다.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의 영원한 친구 ‘RPG 만들기 툴’로 제작되었으며 ‘단간론파 어나더-또 하나의 절망학원-’은 2015년에, ‘슈퍼 단간론파 어나더2-희망과 달과 절망의 태양-’은 2020년 초에 6챕터가 업로드되며 총 2편으로 완결되었다. 단간론파 어나더는 RPG 2000, 슈퍼 단간론파 어나더 2는 RPG VX를 통해 제작되었으며 툴의 업그레이드에 따라 후속작인 어나더 2의 경우 정말로 이게 동인 게임인지 단간론파인지 혼란이 오는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또한 핵심 시스템인 재판 또한 RPG 만들기 툴의 환경에 맞춰 여러 재판 시스템을 무리 없이 높은 퀄리티로 재현해내었다.

▲각 캐릭터를 공략해 스킬을 얻는 호감도 이벤트까지 빠짐없이 재현되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시스템 재현만 가지고는 이 게임이 왜 2차 작품임에도 명작이라 꼽히는지 알기 어려울 것이다. 단간론파 어나더는 원작 단간론파의 메인 클래스 78기의 후배 기수인 79기생을 다룬다. 살인 학급생활로 끌려간 78기생이 신입생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79기생은 설정 브레이크가 아닌가 싶지만, 놀랍게도 단간론파 어나더 1만 따졌을 때 원작 스토리라인에 은근슬쩍 끼워 넣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단간론파 어나더는 원작의 고증을 잘 지킨 게임이다. 어나더를 개발한 개발자 린유즈가 혼자 단간론파 패러디 게임을, 무려 원작보다 긴 본편을 가진 6챕터로 제작할 정도의 팬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동시에 군 제대 이후 제작한 어나더 2는 단간론파 어나더가 원작과 다른 독립적인 위치를 매우 설득력 있게 가져갈 수 있도록 절묘한 설정 연계가 돋보인다. 어나더와 어나더 2를 잇는, 어나더 클리어 특전 게임 ‘엑스트라 챕터’도 어나더 시리즈가 갖는 매력 중 하나이다.

▲취향만 맞다면 충분히 시간이 아깝지 않은 플레이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단간론파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단간론파 V3’는 인천 동춘동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단간론파 게임의 2차 창작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는 루머로 인해 게임물 관리위원회에 ‘등급 분류 거부’를 당했다. 심의등급위원회는 사건과는 관계없이 단간론파 특유의 잔인한 묘사를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이미 이전 작들이 문제없이 발매가 되었고 현재까지 자유롭게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이 입장 표명은 모순이 있다. 원래대로라면 일본 발매와 비슷한 시기에 정식 한글판이 발매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많은 단간론파 게이머들이 실망을 금치 못했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우회 루트를 선택한 플레이어를 제외한 한국의 게이머들은 단간론파의 마지막 시리즈를 즐기지 못하는 셈이다. 호불호를 강하게 타며 여러 방면에서 논쟁거리가 다분한 단간론파 시리즈이지만 취향에 맞는 성숙한 어른이라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혹시나 추리 게임을 좋아하고 서브컬처를 좋아한다면 한번 단간론파를 플레이해보는 건 어떨까? 충격적이고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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