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스트리밍 앱 '1위' 멜론, 유튜브와 경쟁해도 살아남을까?

조회수 2020. 9. 29.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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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카카오M은 지금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1990년대 말, 애플은 맥 환경의 MP3 플레이어를 제공하던 SoundJam MP를 인수했다. 그리고 2001년 1월,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의 허브 역할을 매킨토시가 하도록 하는 ‘디지털 허브’ 전략을 발표하면서 음악에 해당되는 소프트웨어로 SoundJam MP를 개보수한 것을 새로이 내놓았다. 그것이 바로 ‘아이튠즈(iTunes)’였다. 초기 버전은 단순히 음악 CD를 리핑해 관리하고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었지만, 아이팟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사정은 달라지게 된다. 애플은 음악 파일을 구매하고 들을 수 있는 형태로 스토어와 연계된 형태의 아이튠즈를 개편해 내놓게 되고, 이것이 또 성공을 거두게 된다.

▲국내 굴지의 1위 음원 서비스

아이튠즈를 빠르게 벤치마킹한 서비스

아이튠즈의 성공은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됐다. 때마침 전 세계는 휴대용 MP3 플레이어 시장의 패권을 두고 많은 기업들이 경쟁을 펼치던 때였다. 우후죽순 아이튠즈를 벤치마킹한 서비스들이 쏟아졌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멜론(Melon)’은 그러한 움직임 속에서 탄생했다. SK텔레콤은 아이튠즈를 벤치마킹해 음원 파일을 구매해서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2004년 10월 론칭했다. ‘멜론’이라는 서비스명은 ‘멜로디(MELody)’와 ‘온라인(ONline)’을 합친 말이다.

▲실제 멜론에 이어폰을 꽂은 이미지를 주된 광고 이미지로 내세운 초창기

음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SK텔레콤은 한 음반회사를 주목하게 된다. 바로 ‘YBM서울음반’이었다. 1978년 시사영어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이 회사는 어학 테이프를 주로 만들다가 1982년에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음반 시장에 뛰어든 곳이었다. 김광석, 이선희, 소방차, 손지창, 김민종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반을 보유하고 있던 서울음반을 SK텔레콤이 주목한 것이다. 음원 확보 차원에서 SK텔레콤은 서울음반을 인수했으며, 이 회사는 3년 후 사명을 ‘로엔엔터테인먼트’로 바꾸게 된다. 로엔은 ‘Love Entertainment’ 혹은 ‘Live On Entertainment’의 줄임말로 알려져 있다.

▲YBM서울음반을 인수, 후일 이 회사의 사명은 ‘로엔엔터테인먼트’가 된다

초창기 멜론의 주된 서비스는 정액제로, DRM이 걸린 음원을 다운로드받아서 기간 내에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형태였다. 지금은 ‘피처폰’이라고 불리는 당시의 휴대폰은 음원 파일을 디바이스에서 바로 재생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음원 파일을 휴대폰에 전송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확장자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는데(SK텔레콤의 경우 DCF), 당시만 하더라도 멜론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정액제 상품을 이용할 경우 이러한 과정을 간소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꼽히고는 했다.


국내 1위의 사업자로 우뚝 서다

MP3 플레이어가 주목을 받던 시장은 빠르게 종막을 고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튠즈 벤치마킹 서비스를 내놓던 대다수의 MP3 플레이어 제조사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시장에 남은 음원 서비스사는 이동통신사의 입김이 닿은 곳을 포함해 몇 군데 되지 않았다. 멜론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SK텔레콤 출시 단말기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DCF 파일을 활용한 기간제 무제한 다운로드 상품을 주로 들이밀면서 성공가도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아이튠즈를 벤치마킹한 다수의 서비스가 쓰러지고, 멜론은 살아남아 1위를 차지했다

서비스 개시 후 1년이 된 시점에 멜론은 가입자 400만 명을 넘어섰으며, 그로부터 3개월 뒤에는 월 정액 가입자가 68만 명에 달하게 된다. 마침내 2006년에 이르러서는 전체 음원 서비스 중 1위의 자리를 차지했으며, 이후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DCF 파일을 내려받는 월 정액제 상품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아진 때에도 점유율은 굳건했다. 스마트폰이 발매되면서 굳이 멜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음원을 디바이스에 바로 넣고 또 바로 들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의 음악 시장을 상징하는 이름이 된 ‘멜론’

하지만 10억 원을 들여 만든 DCF 확장자가 무용지물이 된 상황에서도 멜론의 음원 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굳건했다.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톡톡히 봤으며, SK텔레콤 출시 단말기에는 멜론 앱이 선탑재되면서 점유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2011년에 이르러 멜론의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는 SK텔레콤의 품을 떠나게 되는데, SK텔레콤의 플랫폼 사업을 총괄하는 SK플래닛이 분사하는 과정에서 같이 자회사로 이관된 것이다.


독자생존, 그리고 카카오와의 합병

SK그룹의 공정거래법 지분 규제 논란이 벌어진 것은 2013년이었다. 지주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SK그룹은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61.3%를 100%까지 높이거나 또는 매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SK그룹이 선택한 것은 매각이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추가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1,300억 원이 필요했지만, 이보다는 음원 사업에서 아예 손을 떼는 길을 택한 것이다.

▲독립경영 당시는 소속 아티스트인 아이유를 두고 팬들이 ‘소녀가장’이라 부를 정도였다

SK텔레콤의 손을 떠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팔렸다. 이후 이들은 별도의 지주회사 없이 독자적으로 계속 사업을 키워나갔는데, 2014년 6월에는 음원 서비스 중 최초로 빅데이터를 도입했으며 M&A에도 열을 올렸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를 연이어 인수해 사업 다각화를 꾀했으며, 이것이 성공을 거뒀다.

▲다양한 사업을 전개, 다각화에 성공한 로엔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에 새로운 시대가 찾아온 것은 2016년부터였다. 독자경영을 이어가던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인수가 발표된 것이다. 매입자는 ‘카카오’였다. 카카오는 2016년 6월 콘텐츠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바탕으로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를 1조 8,743억 원에 인수했다.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산하에서 멜론은 승승장구했으며, 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유지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2018년 3월 사명을 ‘카카오M’으로 바꿔, 현재에 이르게 된다.


글로벌 서비스와의 경쟁을 앞둔

하지만 현재 굳건한 멜론의 점유율은 흔들리고 있다.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멜론은 이후 모태가 되는 SK텔레콤의 플로, 지니, 네이버의 공세에도 굳건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닐슨코리아클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4월 기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점유율은 멜론이 37.9%로 1위, 그 뒤를 지니(24.7%), 플로(17.4%)가 잇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점유율이 곧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 자명하다는 점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유튜브 뮤직

국내 시장 점유율에서 플로의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바이브도, 네이버뮤직도 아니다. 바로 유튜브다. 유튜브의 ‘유튜브 뮤직’은 8.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지금껏 이 시장에서 보지 못했던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스포티파이’까지 가세할 전망이다. 전 세계 3억 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1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는 곧 국내 진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올해 초 서울 강남구 내 공유 오피스에 사무실을 꾸리고 음원 저작권 단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SNS상에 한국 공식 계정으로 추정되는 ‘Spotifykr’ 계정을 개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진출을 앞둔 스포티파이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부동의 1위 서비스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드는 새로운 환경에서 이러한 지지 기반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지금껏 수차례 증명돼 온 바 있다. 어느덧 국내 1위의 OTT는 넷플릭스가 됐고, 사람들은 포털 사이트 대신 유튜브를 찾아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유튜브 뮤직의 빠른 성장과 스포티파이의 공세 속에서도 과연 멜론은, 카카오M은 지금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멜론은 지금 글로벌 업체와의 직접적인 경쟁을 목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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