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과 충전기 제공 않겠다는 애플, 이유는?

조회수 2020. 9. 23.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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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신형 아이폰의 구성품을 줄이게 될까?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전의 ‘휴대폰’이란 상품은 박스와 내용물이 지금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제조사마다, 개별 제품마다 구성품은 각기 달랐고 이를 포장하는 박스의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이것이 지금처럼 최소한의 구성품을, 최대한 작은 박스에 모아서 담도록 바뀌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것은 애플이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큰 성공을 거두자,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일제히 아이폰과 비슷한 규격의 박스에 스마트폰과 통일화된 구성품을 담기 시작했다.

▲신형 아이폰의 구성품은 줄어들 수 있다

스마트폰 구성품의 규격을 제시한 애플

새로 구입한 스마트폰의 박스를 개봉할 때, 우리가 기대하는 내용물의 구성은 모두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휴대폰 본체와 이어폰, 충전기와 USB 케이블, 유심핀과 설명서 정도가 전부다. 피처폰 시절만 하더라도 개별 제품들의 구성품은 각양각색이었다. 그걸 지금과 같은 형태로 ‘표준화’시킨 것은 애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위와 같은 구성에 케이스, 필름 정도를 추가하는 형태로 변화를 줄 뿐, 기본적인 기조는 애플이 제시한 그것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미니멀리즘한 박스, 단촐한 동봉 액세서리 구성은 애플이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스마트폰에 관한 모든 것을 애플이 창조했다는 ‘아이폰 천지창조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고서라도 애플의 정책은 스마트폰 업계의 표준으로 쉬이 받아들여지고 또 각계각층으로 퍼진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예로 들자면 3.5파이 이어폰 단자가 대표적이다. 아이폰7에서 이어폰 단자가 제거된다는 소식에 반발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보다 얇은 제품 두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어폰 단자 제거를 피하기는 힘들다는 인식이 지배적이 됐다.

▲과거의 휴대폰은 박스 크기도, 액세서리 구성도 각기 달랐다

애플이 시작하면 높은 확률로 문화가 바뀌고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비록 지금은 스마트폰 시장 초창기처럼 애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는 않기에, 매번 이들의 변화가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애플이 시장을 선도하며, 다른 플레이어들이 그 흐름을 따라서 타고 있다는 인식은 유효하다. 애플이 만약 블루투스 이어폰을 아이폰의 기본 번들로 제공하게 되면? 다른 제조사도 앞다퉈 플래그십 제품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동봉할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의 충전기를 PD충전이 지원되는 고사양의 충전기로 채택한다면? 역시 다른 제조사들 또한 발 빠르게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신형 아이폰의 구성품은 단촐할 것

그렇다면 만약 애플이, 그들 스스로가 가이드가 돼버린 스마트폰 구성품을 줄인다면 어떻게 될까. 스마트폰, USB 케이블, 충전기 그리고 이어폰 중에서 무언가를 뺀다는 선택을 할 경우, 높은 확률로 다른 제조사들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게 될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려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이러한 가정이 새로운 아이폰에서 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충전기뿐 아니라 이어버드 또한 기본 구성품에서 제외될 것이 전망된다

외신에 따르면, 오는 가을에 출시될 새로운 아이폰12 시리즈에는 이전과는 달리 충전기와 이어폰이 동봉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6월에는 홍콩에서 활동하는 대만의 애널리스트이자 애플에 정통한 소식통으로 유명한 궈밍지가 기존의 5-18W 전원 어댑터를 단종시키고, 20W의 새로운 충전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어서 8월에는 시장조사업체인 트랜스포스가 아이폰12 시리즈에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 등의 액세서리를 제외하기로 내부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단, 케이블은 계속 동봉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충전 어댑터 공간이 제거된 아이폰의 박스 포장 디자인이 공개되기도 해, 이러한 주장은 현실성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아이폰에 동봉되는 케이블의 질이 더 좋아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12의 동봉 액세서리를 최소화하는 가장 큰 이유로 외신은 ‘가격’을 들었다. 아이폰12는 시리즈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이로 인해 제조원가가 상승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원가 상승의 요인을 최대한 줄이고자 충전기와 이어폰을 동봉하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이유의 전부일까. 충전기와 이어폰의 경우에는 소비자가가 아닌 제조원가의 측면에서 보자면, 제품 출고가의 상승을 막을 수 있을 가격대의 액세서리가 아니다. 실제로 외신은 구성품 제외에도 불구하고 신형 아이폰의 가격은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애플의 결정에 반감을 가질 것은 분명해 보이기에,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소폭의 제조원가 절감을 꾀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미 소비자들은 충분한 충전기를 가지고 있지만

혹 액세서리 제외로 얻게 될 소비자의 반감이 통상적인 예측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건 아닐까. 충전기와 이어폰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해서 구매자들이 아이폰 사용에 큰 불편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애플은 매년 1억 대가 넘는 아이폰을 판매하고 있다. 애플인사이더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아이폰XR이 4,630만 대, 아이폰11이 3,730만 대, 아이폰11 프로 맥스가 1,760만 대, 아이폰8이 1,740만 대, 아이폰11 프로가 1,550만 대의 판매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트너는 2019년 애플 아이폰의 판매량을 1억 9,348만 대로 집계하기도 했다. 이는 달리 이야기하면 애플 호환 규격의 이어폰, 충전기가 매년 2억 대 가까이 단말기와 함께 시장에 풀리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미 충전기는 차고 넘칠 정도로 보급되어 있는 것은 사실

2007년 6월 29일 첫 아이폰이 판매된 이후 13년이, 8핀 라이트닝 케이블이 적용된 아이폰5가 출시된 지는 8년이, 3.5파이 이어폰 단자가 제거된 지는 4년이 지났다. 새로운 아이폰과 호환되는 규격이 시장에 출시된 것도 오래되었으며, 이 제품들을 구매한 이들도 엄청난 숫자를 이룬다. 즉 기본 액세서리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폰 이용에 불편을 겪을 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쉽사리 도달할 수 있다. 이어폰의 경우에는 심지어 동봉되는 유선 이어폰은 제대로 활용될 기회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덧 블루투스 이어폰이 대세요 평균이 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애플의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의 출하량은 6,000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해 동안 6,000만 대가 넘게 팔리는 애플의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

하지만 집에 이미 아이폰과 호환되는 충전기가 있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매체 안드로이드어소리티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충전기가 기본으로 제공되지 않는 것에 응답자의 77.24%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기 기본 제공 제외를 쉽사리 수긍하는 응답은 7.99%에 지나지 않았다. 소비자 반감이 덜할 것이라 애플이 상정했을 것이라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애플의 아이폰 액세서리 제외의 진짜 이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환경 보호’라는 명목으로

물론 애플의 입장에서는 액세서리 제외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하나라도 구성품을 더 뺄 수 있다면 그만큼이 고스란히 애플의 이익으로 남게 된다. 애플 입장에서도 가능하면 액세서리는 제외를 시키고 싶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반감을 최소화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명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애플의 금번 결정의 명분은 ‘환경 보호’로 읽힌다(실제로 애플은 현지 시각 9월 15일의 스페셜이벤트를 통해, 애플워치 시리즈6를 시작으로 앞으로 워치 제품군에 전자 폐기물이 될 수 있는 충전용 어댑터를 동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환경 보호의 이슈에 애플은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밝히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는 스마트폰과 액세서리로 인해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시하는 분위기다. 국제통신연합(ITU)은 매년 스마트폰 충전기가 100만 톤 제조된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여기에서 매년 5만 1,000톤의 스마트폰 충전기가 버려진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애플이 오는 2030년까지 환경 보호를 위해 탄소배출 제로 기업이 되겠다는 선언을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환경 보호라는 명분은 충전기와 이어폰 제외에 충분한 명분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애플은 SK하이닉스에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 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는 등 환경 보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연합은 지속적으로 애플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혹자는 유럽의회의 충전 규격 통일을 촉구하는 올해 초의 결의안에 따라, 충전기와 이어폰을 구성품에서 제외시키는 것과 함께 충전단자를 USB C타입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궈밍지 애널리스트는 충전 규격을 바꾸는 대신 2021년 신제품부터 순차적으로 유선 충전마저 배제한 완전 무선 아이폰을 내놓게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분명한 것은 환경 보호의 움직임에 따라, 그리고 제조단가 하락을 위해 많은 제조사들이 애플을 따라 기본 제공 액세서리를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또한 내년 출시 제품부터 일부 기종에 충전기를 동봉하지 않을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애플이 정말 신형 아이폰의 구성품을 줄이게 될까. 모든 건 곧 있을 애플의 발표회를 통해 밝혀지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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