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대세인데 게임사들이 패키지 타이틀을 발매하는 이유

조회수 2020. 9. 16.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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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게임을 내는 이유는?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스팀과 콘솔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2018년 출시되어 게임사 ‘크래프톤’을 20대가 일하고 싶은 기업 top 10으로 올려놓은 메가히트 타이틀 ‘배틀 그라운드’ 역시 스팀의 얼리 액세스를 통해 출시된 게임이었다. 배틀 그라운드의 총수익이 리니지 쌍두마차를 앞서기에는 역부족임에도 말이다. 단순히 모바일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어버렸기 때문일까? 패키지 게임을 내고 있는 게임 개발자는 누가 있을까? 그들은 왜 패키지 게임을 내고 있을까?


모바일 시장을 거스르는 네임드 개발자

▲한국의 개발자들에게 패키지와 콘솔은 버킷리스트인 동시에 그림의 떡이다

한국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들 10명에게 ‘개발하고 싶은 게임’에 대해 물어본다면 최소 8명은 ‘패키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단순히 완성도 있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 때문만은 아니다. 온라인 서비스라는 행위 자체가 개발자에겐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게임시장과 개발사들은 대부분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분 유료화 온라인 서비스’를 원한다. 결국 PC MMORPG의 전성기 시절을 살던 개발자에게도, 모바일 MMORPG 시장이 게임시장의 대세가 되어버린 지금의 개발자에게도 ‘패키지 게임’이란 이름은 그저 꿈같은 이름일 뿐이다.

▲수일배의 첫 번째 콘솔 타이틀 ‘베리드 스타즈’

2000년대 후반 대한민국에는 패키지 게임으로 성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었다. 와이파이와 기가 단위의 데이터가 생활화되지 않은 피처폰 시절, 출시되었던 모바일 게임 대부분은 패키지 게임이었다. 실시간으로 플레이어 사이를 연결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제한은 퀄리티 좋은 패키지 게임들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 토양에서 국내 수작 어드벤처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땐 무조건 이름을 올리는 게임 ‘검은방’이 자라났다. 그리고 2020년, 수일배는 무려 한국에서 오로지 ‘콘솔’ 타이틀만으로 게임 ‘베리드 스타즈’를 발매한다.

▲회색도시는 좋은 게임이었지만, 패키지로 나왔어야 할 게임을 부분 유료화로 뜯어고쳤을 때의 타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수일배는 넥슨의 자회사 ‘4:33’에서 모바일 어드벤처 게임 ‘회색도시 1, 2’를 발매한 바 있다. 하지만 회색도시는 가지고 있는 게임성 자체는 좋았으나 피처폰 시절 발매된 검은방처럼 ‘패키지’가 더 유효한 형태의 게임이었다. 패키지로서는 차고 넘칠 만큼 매력적이었던 그의 게임은 부분 유료화의 틀에 끼워 맞춰지는 순간 ‘중간중간 흐름이 끊기는 게임’, ‘비싼 게임’, ‘웹툰처럼 코인 결제해서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 발매된 그의 첫 콘솔 게임 ‘베리드 스타즈’는 라인 게임즈의 예측 실패로 인한 물량 부족을 겪고도 닌텐도e샵 랭킹 한국 top 3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Kiwiwalks가 발표한 닌텐도 스위치 신작 : 마녀인형의 그림자

또 다른 케이스로는 역시나 모바일 시장을 무대로 삼던 개발사 Kiwiwalks의 ‘마녀의 샘’이 있다. 마녀의 샘은 2015년 출시된 첫 작품 ‘마녀의 샘 1’을 시작으로 총 4편의 시리즈 게임이 출시된 모바일 유료 타이틀이다. 마녀의 샘은 출시될 때마다 모든 타이틀이 유료 차트 최상위권에 오르며 출시된 지 수년이 지난 타이틀조차도 유료 차트에 꾸준히 머물러 있을 정도의 인기 작품이다. 이렇게 모바일 무대에서 패키지 게임 형태로 게임을 발매하던 Kiwiwalks는 20년 말, 그리고 21년 상반기에 출시되는 신규 게임 2종 ‘마녀인형의 그림자’와 ‘마녀의 샘 3 : 리파인’을 공개했다. 특별한 것은 이 두 게임 다 콘솔 타이틀 출시라는 것. 모바일 시장에서 꾸준히 패키지로 게임을 출시하던 Kiwiwalks였기 때문에 이러한 행보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유료라고 한들 접근성 높은 모바일을 두고 콘솔을 택한다는 건, 그만큼 Kiwiwalks의 게임을 좋아하는 팬들이 있고 모바일의 한계를 넘어 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은 개발사의 욕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위치와 스팀

▲품귀현상까지 일으키며 세계적인 ‘스위치 붐’을 만들어낸 히트작 ‘모여봐요 동물의 숲'

위와 같이 튼튼한 팬층을 보유한 개발자들이 콘솔 시장에 발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스팀’이라는 PC 패키지 시장의 확립과 닌텐도의 신규 콘솔기기 ‘스위치’의 대중성 때문이다. 스팀이 등장하고 나서 국내 시장에서 게임의 불법 다운로드가 크게 줄어들고 게임은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커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동시에 닌텐도의 새로운 콘솔기기 ‘스위치’는 꾸준히 퀄리티 높고 진입장벽 낮은 웰메이드 퍼스트파티 게임들을 발매하며 게임에 관심 없는 일반 대중에게까지 ‘동물의 숲’ 붐을 일으켰다. 그리고 최근 패키지 게임을 출시하는 인디 개발자들을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호텔 소울즈는 올해 여름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되었다

호텔 소울즈는 한국의 개발자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스튜디오 SOTT’에서 개발한 미스터리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다.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받고, 얼리 액세스를 거쳐 작년 12월 31일, 다수의 멀티 엔딩을 탑재하고 스팀에 정식 출시되었다. 호텔 소울즈의 독특한 스타일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좋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후 호텔 소울즈는 ‘닌텐도 스위치’로도 출시되는 등, 꾸준히 팬을 모으고 있다. 호텔 소울즈는 한화 5,5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짧은 플레이 타임을 가진 게임으로 호텔에서 일어난 짧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게임의 특성상 짧은 괴담 같은 분위기가 나기 때문에 게임과 잘 어울리는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스컬의 정식 출시까지도 좋은 행보가 이어지길 바란다

또한 국내 게임 개발 기업이 인디 패키지 게임을 지원하는 모습도 보인다. 텀블벅에서 놀라운 달성금액을 이뤄낸 게임 ‘스컬’의 경우 홍보에 국내 게임사 ‘네오위즈’가 참여했다. 대형 게임회사가 인디 게임의 퍼블리싱을 담당한다는 소식에 국내 팬들은 스컬의 게임성이 해쳐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얼리 액세스로 발매된 스컬의 모습은 개발진들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었고, 출시까지 행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텀블벅과 대기업 퍼블리싱의 좋은 예시로 기록되고 있다.

▲스위치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 창세기전 4. 더 많은 패키지 타이틀의 등장을 응원한다

국내 패키지 시장은 게임업계의 초창기를 제외하면 쭉 어두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훌륭한 PC용 CD 패키지가 발매되어도 불법 다운로드와 복제로 긴 투병을 이어왔고, 부분 유료화가 대세가 된 이후로는 돈이 되지 않는 패키지 시장에 게임 회사들은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꿈을 가진 개발자들이 다시금 패키지 시장의 터를 닦으려고 한다. 한국 게임시장의 전체 규모를 볼 때 패키지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는 매우 작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패키지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게임을 소비해준다면 언젠간 한국에서도 최다 GOTY 타이틀을 거머쥐는 마스터피스가 출시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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