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게임들은 왜 모바일로 발매될까?

조회수 2020. 8. 12.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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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되는 모바일 게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최소 절반 이상은 게임을 사랑해 못 견디던 시절이 있다. 밤늦게 끝나던 학원으로 가기 전, 집에서 저녁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했던 게임은 왜인지는 몰라도 학원 차가 오는 시간을 놓칠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수많은 플레이어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해 온 게임들 중 지금까지도 PC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서비스를 하고 있는 중이더라도 예전만 같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추억의 게임들이 모바일로, 이름 끝에 m을 붙여서 리메이크 되고 있다. 다시 옛날 게임들을 즐길 수 있다고 하면 마냥 즐거워야 하는데 플레이어들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왜 추억의 게임들은 모바일로 재발매 될까?


단순한 게임성

▲일반적으로 과거 mmorpg는 단순한 조작과 스킬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넥슨의 ‘클래식 RPG'라고 칭해지는,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MMORPG부터 넷마블에서 서비스되었던 ‘스톤에이지’, ‘트릭스터'같은 아기자기한 게임들의 가장 큰 특징은 ‘조작의 단순함’이다. 턴제 전투를 지원하는 게임의 경우는 필드를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다 보면 몬스터와 만나고 전투를 시작한다. 바람의 나라나 어둠의 전설같이 실시간 전투를 지원하던 게임들의 경우는 콤보의 개념이 별로 없었다. ‘몬스터 한 마리를 죽이는 데 마법 또는 기술을 몇 번 시전해야 하는가?’를 단순하게 따질 뿐이었다.

▲되려 게임이 단순하기 때문에 한정적인 조작밖에 사용할 수 없는 모바일에서도 무리 없이 구현이 가능하다

200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복잡한 단축키를 사용하고 콤보를 이으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가,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려면 어느 곳에 서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등 컨트롤 요소가 중요 해졌다. 그리고 이런 복잡한 조작과 손에 땀을 쥐는 조작성이 PC MMORPG의 독보적인 위치를 만들었다. 모바일 시장이 처음 도래했을 때 이런 요소들을 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수많은 감점을 당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단순한 옛날 게임들이라면? 원래부터 단순한 조작을 사용했으니 모바일에서 2010년대 MMORPG의 정교함을 구현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 시절 게임을 하던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문화상품권을 열심히 모아 게임에 결제하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 악마의 비즈니스 모델, 플레이어에게서 돈을 뜯어먹기 사행성 가득한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되는 ‘부분 유료화’지만 2000년대의 부분유료화는 2020년의 부분유료화처럼 악랄하진 않았다. 부분유료화라는 시스템 자체는 처음부터 무료 유저들로 접속자 수를 채우고 상위 랭커들에게서 수익을 내는 구조였다. 하지만 무료 유저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던 청소년 유저들은 어른들처럼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문화상품권을 모으던 용돈을 털던 꾸준히 게임에 투자하던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우리나라 게임 문화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PC방의 게임 점유율에서 점점 추억의 게임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 게임들을 즐기던 될성부른 떡잎들은 커서 사회생활을 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미 어린 시절 돈을 모아 게임에 지르는, 조기교육은 완료된 상태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서 MMORPG를 즐기기엔 시간이 없다. 그리고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게임과 가까운 곳에 있을 것 같지만 야근과 철야에 시달리는 게임 개발자들이 널리고 널렸다. 이러니 당연히 PC 앞에 앉지 않아도, 몰래 화장실에서 잠깐 플레이하거나 밥 먹는 시간에 플레이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 훨씬 더 편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메이플 스토리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유는 추억의 게임으로 계속해서 돌아오는 초딩(이었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추억의 게임’이란 이름은 한없이 미화되기에 충분하다. 불편했던 점보단 좋았던 추억으로 먼저 다가온다. 흘러넘치는 수많은 모바일 게임들 속에서 익숙한 이름이 있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눈이 먼저 가기 마련이다. 이미 그 게임의 좋은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게임의 불편했던 점이나 나빴던 점에 대해선 그래도 더 좋았던 점이 있는데~라며 덮어버리거나 아예 잊는다. 그렇게 수많은 게임들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한 모습으로 다시 플레이어를 찾아오지만 플레이어는 과거의 추억을 버리지 못하기에 계속해서 속아 게임을 설치한다.


리니지의 흥행

▲리니지 레볼루션은 모바일 게임시장의 많은 것을 바꾸고 고정시켰다

모바일 시장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게임이 신규 IP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시장의 흐름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건 ‘아덴’과 ‘리니지 레볼루션’. 리니지의 배경이 되는 왕국 이름이자 게임 내 화폐단위인 ‘아데나’를 줄여 부르는 이름인 ‘아덴’은 이름만으로 리니지 IP를 아는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후 넷마블이 리니지 IP를 가져와 ‘리니지 레볼루션’을 개발했고 리니지 레볼루션은 ‘리니지m’이 출시되기 전까지 왕좌의 자리를 지켰다. 이렇게 리니지 레볼루션의 흥행 이후 과거 3D게임 분야에서 입지를 가지고 있었던 ‘mu’가 모바일로 출시되었다. 뮤 또한 리니지 레볼루션만큼은 아니더라도 최고매출 차트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며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다.

▲최근 리메이크된 모바일 카트라이더는 매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렇게 과거의 IP를 이용한 게임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넥슨을 필두로 과거 추억의 게임이라 불리기에 합당한 인기를 가지고 있던 IP를 모바일로 리메이크하기 시작했다. 2018년 초에는 라그나로크가 리메이크 되었으며 그랜드 체이스는 아예 PC 서비스를 종료하고 현재는 모바일 그랜드 체이스만 서비스하고 있다. 2010년대 초 MMORPG의 양대 산맥 ‘테라’와 ‘블레이드 앤 소울’ 역시 모바일 버전을 출시했다. 이 기세는 MMORPG를 넘어서 2019년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모바일 리메이크, 2020년 ‘카트라이더’ 모바일 리메이크까지 이어지고 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더 이상 학생층이 한국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후 게임시장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추억의 게임들이 모바일로 출시되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 모바일 MMORPG는 구글 연동으로 인해 낮아진 결제 장벽과 모바일 기기의 특징인 가벼운 접근을 맘껏 이용하여 ‘게임에 결제하지 않으면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어려운 게임’을 넘어서 ‘과금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플레이조차 어려운 게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향수를 느끼고 싶어 리메이크 된 모바일 버전 게임을 플레이해 보지만 그때의 서툴고 두근거리는 감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캐주얼 게임들은 상대적으로 이런 장벽이 덜 한 편이긴 하지만 MMORPG에선 어김없이 익숙한 결제유도창을 마주치게 된다. 과거 플레이어들은 PC MMORPG를 플레이하며 추억을 쌓았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추억 쌓기가 가능할까? 과연 좋은 과금 고객이 된 20대 이후의 플레이어만 잡으면 그만인 걸까? 결국 지금 모바일로 리메이크 되고 있는 IP는 과거의 청소년들을 길러낸 값을 받고 있을 뿐이다. 그럼 다음 세대의 떡잎은 누가 길러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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