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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집단지성, 네이버 '지식in'

조회수 2020. 8. 1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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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를 대표하는 서비스, 지식IN

네이버라는 회사, 그리고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동명의 포털 사이트는 부동의 1위 기업, 서비스로 꼽힌다. 이들의 영향력을 보자면 마치 인터넷이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줄곧 우리나라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네이버가 시작부터 1위 기업, 1위 포털 서비스사였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음, 야후, 라이코스, 엠파스 등 쟁쟁한 서비스들이 경쟁을 펼치던 때에 네이버는 자신들의 ‘킬러 콘텐츠’를 제대로 활용해 2003년부터 검색 분야에서, 2004년에는 포털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들의 킬러 콘텐츠는 바로 지식 검색 서비스인 ‘지식in(지식인)’이었다.

▲서비스 18년을 맞은 네이버를 대표하는 서비스

포털 경쟁서 뒤처져 있던 네이버

1997년 12월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서비스가 개시됐다. 서비스가 처음 개시될 당시 우리나라 1위 포털 서비스사로 꼽히던 곳은 ‘다음’이었다. 한메일, 카페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았던 다음에 비해 네이버는 대중들에게 그리 자주 노출되지는 않는 서비스였다. 서비스 개시 이후 네이버는 급격하게 성장했으며 엠파스, 라이코스, 코리아닷컴 등 난립하는 포털 서비스사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장에서 이들의 위치는 다음, 야후와 힘든 경쟁을 펼쳐야 하는 만년 3위에 불과했다.

▲네이버로서는 킬러 콘텐츠가 절실했던 상황

네이버는 다음의 한메일처럼 자신들만의 ‘킬러 콘텐츠’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장을 선점한 이들을 웬만한 서비스로 추격하는 건 불가능했다. 후발주자가 어떤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더 높은 점유율을 가진 업체가 유사 서비스를 내놓으면 모처럼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기 마련이다. 네이버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해답은 포털 사이트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검색’의 품질 향상이었다.

▲빈약한 데이터베이스를 채우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기 시작하다

당시만 하더라도 포털 사이트의 검색 품질은 해외에 비해 ‘형편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글로 만들어진 사이트, 서비스가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기에 어떤 검색어를 입력하더라도 이용자가 원하는 답을 검색을 통해 내놓는 것은 불가능했다. 검색 방법을 혁신하여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할 수 있게 하더라도, 결국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취약하다는 한계를 넘을 수 없었던 것이다. 네이버는 여기에 착안해 자신들의 킬러 콘텐츠를 ‘타사보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삼고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빈약한 데이터베이스를 스스로 채워 넣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은 회사의 최미정 당시 팀장이었다. 그녀는 한겨레신문이 운영하던 서비스 ‘디비딕’을 벤치마킹해 필요한 정보를 질문하고 또 답변하는 전문 사이트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내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누가 힘들여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써 가면서 다른 이들의 질문에 답변을 달겠냐는 것이 주된 피드백이었다. 최미정 팀장은 주변의 반대를 딛고 기획자 두 명, UI 담당자 두 명, 개발자 두 명으로 팀을 짜 3개월 프로젝트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또 론칭했다. 이것이 바로 ‘네이버 지식in’이었다.

▲집단지성을 활용한 지식 공유의 장을 서비스로 내놓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람들의 답변에 대한 동기부여는 이벤트를 통해 부여했다. 질문에 답변을 달면 선물을 준다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UCC 캠페인을 통해 이를 알렸다. 사내에서도 지식인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부족한 데이터베이스가 지식인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 유용하게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고, 이를 통해 포털 사이트 서비스 전체의 검색 퀄리티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때마침 유료화를 단행한 경쟁 서비스 디비딕의 이용자 이탈이 겹쳐지면서 지식인 서비스는 호황을 맞았다.

▲디비딕을 벤치마킹한 지식in이 성공을 거두고, 네이버의 성장을 주도하다

지식인 서비스의 첫 시작은 ‘질문’이다. 포털 사이트 이용자가 어떤 특정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달리 보면 검색으로 그 결과를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지식인 서비스의 활성화는 검색되지 않는 정보가 이를 통해 채워지는 결과로 귀결된다. 즉, 지식인 서비스는 네이버의 당시에는 부족했던 검색 데이터베이스 수집 능력을 인정한 결과임과 동시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기도 했던 것이다.


론칭 1년 만에 검색 점유율 1위

지식인 서비스의 성과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론칭 후 1년 만에 등록된 지식인 데이터베이스는 165만 건에 달했다. 사람들은 지식인에 등록되는 기발한 질문들, 그리고 명쾌한 답변들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누가 답변을 달겠냐는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는 ‘등급제’가 채택됐다. 지식인 이용자들에게 ‘내공’이라는 포인트를 부여하고 답변하는 이들이 내공을 취할 수 있도록 했으며, 내공에 따라 이용자들의 등급이 나뉘도록 한 것이다. 사람들은 게임을 하듯 지식인 질문에 답변을 달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인에는 더 많은 데이터베이스가 쌓였다.

▲지식in은 각계각층에서 마케팅 소재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의욕적으로 집행한 대규모의 광고, 그리고 PPL도 성과를 거뒀다. 당시 인기를 끌던 예능 프로그램 <스펀지>에 지식인 서비스가 노출됐고, 지식인의 재미있는 질문이 방송 소재로 활용됐다. 사람들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높은 빈도로 지식인 서비스를 접하게 됐으며, 이것이 곧 이용률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그 결과 서비스 론칭 1년 만에 네이버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게 된다. 네이버는 야후를 제치고 포털 사이트 방문자 수 2위, 검색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4년에는 다음을 누르고 시장 1위의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이를 놓치지 않고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에서 위키피디아의 성장이 더딘 이유를 지식in에서 찾기도 한다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는 1910년 발간한 서적을 통해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에서 ‘위키백과’라는 형태로 발현됐다. 인터넷을 통해 백과사전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 ‘위키피디아’가 2001년 1월 16일 등장했고, 집단지성이 발휘되면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한국에서 위키피디아의 영향력은 글로벌에서의 그것과는 달랐다. 한국의 빠른 인터넷 환경에 비해 위키피디아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속도는 상당히 느린 편인데, 여기에는 네이버 지식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집단지성이 위키피디아가 아닌 지식인을 향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네이버를 만든, 이제는 예전만 같지 않은

지식인 서비스를 시작으로 네이버는 자사의 검색 품질을 점차 높여 갔다. 카페, 블로그 등 새로운 서비스가 붙을수록 네이버의 검색 품질은 올라갔고, 그 첨병 역할을 지식인이 톡톡히 해냈다. 지식인 서비스는 네이버를 지금의 위치에 올려놨다고 봐도 무방한 서비스다. 하지만 지금의 지식인은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식인 서비스 자체의 문제와 네이버라는 검색 엔진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가 겹쳐지면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전문가 상담 유료 서비스, 최근에는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있는 ‘지식인 엑스퍼트’

포털 사이트와 검색 엔진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해지면서, 검색해서 나오지 않는 정보를 직접 묻는다는 서비스의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 이용자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지식인의 질문, 그리고 답변의 많은 수는 제대로 된 정보를 담고 있지 않은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지식인의 글 중 대다수는 현재 이용자들의 ‘정보’가 아닌 장사꾼들의 ‘광고’를 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제 사람들이 텍스트로 된 정보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시대적 변화도 지식인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유튜브가 단순히 영상 플랫폼이 아니라 검색 엔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단순한 텍스트가 주를 이루고 있는 지식인의 경쟁력은 과거와는 비할 수가 없다.

▲검색 엔진 활용 방법, 사람들의 선호 콘텐츠 변화로 인해 지금은 예전만 같지 않은 지식in

지식인은 알게 모르게 지금껏 많은 것들을 바꿔 왔다. 포털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놨고 사람들의 검색 엔진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 놨으며, 지식인 서비스 스스로도 바뀌는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를 거듭했다. 론칭 후 18년이 지난 지금은 비록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보여 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지식인 서비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집단지성 활용의 사례로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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