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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불편한 은행 앱, 무엇이 문제인가?

조회수 2020. 7. 3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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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이 시중은행에 미친 영향

우리의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하나의 뱅킹 앱으로는 단일 은행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당연했다. IBK원뱅크 앱으로는 기업은행 통장의 예금 조회와 입출금만, KB스타뱅킹으로는 국민은행의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당연시됐다. 심지어는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협처럼 같은 뿌리에서 나온 뱅킹앱의 서비스가 서로 연동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난립하는 뱅킹앱, 통합되지 않는 서비스, 그로 인해 시중은행들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자기 스스로의 발목을 죄는 경우도 빈번했다.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시중은행들의 정책은 최근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하나의 앱으로 여러 은행의 계좌를 조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간편결제 계좌도 지금은 하나의 뱅킹앱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이는 금융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오픈뱅킹’의 영향이다.

▲오픈뱅킹이 시중은행에 미친 영향

오픈뱅킹의 시작, 시중은행의 데이터가 개방되다

은행의 모바일 뱅킹앱이나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 서비스앱은 각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돼 왔다. 당연하게도 각각의 회사들은 저마다 다른 보안 체계 속에서. 시중은행들 각자의 데이터베이스는 공유될 수 없는 구조를 취해 왔으며 하나의 뱅킹앱으로 여러 시중은행의 계좌를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물며 저축은행, 핀테크 기업들의 게좌를 시중은행의 뱅킹앱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금융 분야에서의 혁신을 위해 금융위원회가 추진한 사업, 오픈뱅킹

이는 개별 은행들의 보안을 권고하게 가져갈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이용자 측면에서는 불편함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핀테크 혁신을 추구하는 정부의 정책 측면에서도 이는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보다 적극적인 데이터 공유, 이용자 측면에서의 UI/UX 구성, 규제를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는 폐쇄성이 짙은 이런 구조 속에서는 쉽사리 나오기 힘들었다. 이를 타파하고 금융 서비스에 있어 보다 혁신성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방향성이었기에, 금융위원회도 이에 따른 새로운 사업을 준비했다. 시중은행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 작년에 시범 테스트를 진행, 12월을 기해서는 본격적으로 시행된 사업이 바로 ‘오픈뱅킹’이었다.

▲이제 하나의 뱅킹앱으로 다른 은행의 계좌를 조회할 수 있다

오픈뱅킹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하나의 뱅킹앱만 있으면 다른 은행의 본인 명의 계좌들도 모두 조회하고 또 입출금도 할 수 있는 구조의 사업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각기 다른 형태로 보존되고 있는 각 시중은행들의 데이터를 서로 읽을 수 있는 ‘표준화’ 작업이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하는 형태로 API를 개발하고, 이를 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자 즉 은행들이 가져다 쓰면서 이용자들의 편의를 꾀하는 형태로 오픈뱅킹 사업은 추진됐다.


성공을 거두고 있는 오픈뱅킹, 그런데…

작년 10월 30일, 10곳의 시중은행이 참여한 상태에서 오픈뱅킹의 시범운영이 시작됐다. 국민, IBK기업, NH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 부산, 제주, 경남, 전북은행 등 시중은행 10곳이 참여한 오픈뱅킹은 그 해 12월에 정식으로 시행됐다. 정식 시행 시에는 기존의 시중은행 참여사가 총 16곳으로 늘었으며, 여기에 핀테크 기업 31곳이 더해졌다. 시범기간 중 오픈뱅킹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는 약 315만 명에 달했으며, 등록된 계좌 수는 총 773만 개였다. 등록한 사용자의 82%는 잔액조회를 이용했으며, 거래내역 조회 9%, 계좌 실명조회 6%, 출금이체 2%로 뒤를 이었다.

▲많은 은행들이 오픈뱅킹을 계기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시중은행에서 핀테크 기업들로 적용 영역이 확대된 오픈뱅킹의 이용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 금융연구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오픈뱅킹 가입자 수는 4천만 명에 달하며, 등록계좌 수는 6,60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복을 제외한 가입자 수는 2,032만 명이었다. 이는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약 72%에 달하는 숫자다. 금융당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71.5%는 서비스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며, 또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 달 동안 오픈뱅킹 API를 이용하는 건수는 1억 9천만 건이며, 지난 6월 기준으로 누적 10억 건을 돌파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가장 오픈뱅킹을 잘 활용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행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직 오픈뱅킹 API의 성공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금융당국은 현재의 실적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하는 모양새다. 실제 나타난 지표 또한 곧이곧대로 보자면 충분히 성공적인 증거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지표를 그대로 해석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거대 시중은행들이 후발주자인 핀테크 기업들과 인터넷은행들에 자진해서 앞마당을 내주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들과 달리 시중은행은

시중은행들만 오픈뱅킹을 도입했던 시범운영 때는 불거지지 않은 문제가 정식 시행 이후에 불거졌다. 바로 수수료의 문제였다. 핀테크 기업들은 오픈뱅킹 시행 이전에는 고객이 이체를 할 때마다 시중은행에 500원 내외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하지만 오픈뱅킹 도입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수수료 인하를 결정하면서, 시중은행이 수취할 수 있는 수수료는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올해 6월까지 시중은행이 핀테크 기업으로부터 수취한 수수료 수입은 오픈뱅킹 도입 이전의 780억 원에서 170억 원 내외로 급감했다.

▲핀테크 기업들은 수수료 절감에서 상당한 이득을 봤다

그렇다면 핀테크 기업들은 오픈뱅킹을 위해 무엇을 포기했을까. 토스와 같은 핀테크 기업들은 자사의 킬러콘텐츠인 타행계좌 연동, 송금을 내줬다. 각자가 한 걸음씩 물러난 현재의 상황에 미뤄서 보자면 승자는 핀테크 기업들로 보인다. 오픈뱅킹 가입자 4,096만 명의 구성을 보자면 79%에 달하는 3,245만 명은 핀테크 이용자며, 은행 이용자는 21%인 851만 명에 불과했다. 핀테크 분야의 선두주자인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으로 평가되는데, 토스의 오픈뱅킹 출금 서비스 이용 비율은 작년 12월 24.7%에서 올해 1분기 83.4%, 2분기에는 84.6%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킬러콘텐츠를 잃었음에도 토스는 오픈뱅킹으로 인해 재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 이들이 당면한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오픈뱅킹의 구조 하에서 이용자들은 보다 편리한, 자신에게 맞는 뱅킹앱을 쓰면 그것으로 족하다. 즉, 주거래 은행 여부와 상관없이 뱅킹앱의 완성도만 가지고 이용할 서비스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이용자 편의성에 중점을 둔 핀테크, 인터넷은행의 앱들과는 달리 시중은행의 그것의 품질은 아직 높게 평가하기 힘들다는 점이 이들의 걸림돌이 된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위기

시중은행들의 뱅킹앱 기능들은 파편화돼 있고, 제대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별개의 앱들을 각각 설치해야 하는 구조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은행의 경우에는 은행 서비스 이용을 위해 스타뱅킹, 입출금 알림을 위해 KB스타알림, 핀테크를 위해 리브, 주요 거래만을 이용할 수 있는 KB스타뱅킹미니 등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 파편화가 이뤄져 있다. 반면 핀테크 기업들의 앱, 인터넷은행들의 서비스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든 서비스를 모으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어떤 서비스를 더 선호할 것이라는 점은 굳이 장황한 분석 자료를 보지 않아도 자명하다.

▲오픈뱅킹의 수혜를 입을 곳으로 꼽혔던 카카오뱅크는 예상보다 늦은 시점에 오픈뱅킹에 합류했다

현재 오픈뱅킹 참여사는 시범운영 및 정식 시행의 시점에서 가세하지 않았던 카카오뱅크가 더해진 상황이며, 연내에는 저축은행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2018년 12월 기준 전자금융공동망 이용가능 예금 현황을 보면 시중은행이 77%에 달하는 751조 8,430억 원, 2금융권은 23%인 222조 4,310억 원이다. 지금의 시점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가진 2금융권이 오픈뱅킹에 가세한다면 시중은행의 입지는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서비스하고 있는 은행 서비스 관련 앱은 두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

카카오뱅크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시중은행은 큰 충격에 빠졌다. 전통의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실적을 신생 기업이, 오직 편의성과 카카오프렌즈라는 캐릭터 IP로 일궈내는 모습은 그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시중은행이 지금 맞이한 위기는 그때의 그것 이상의 충격파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 편리한 인터넷은행,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혁신을 추구하는 핀테크와 같은 위치에 놓고 보자면 시중은행은 ‘주거래 은행’이라는 강점 하나를 빼면 이용자에게 제대로 된 실익을 주기 힘들다. 이용자 관점에서 자사의 서비스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플랫폼의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핀테크 기업들 이상의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시중은행의 진정한 위기는 지금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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