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없어? 싹스리&다비이모 부럽지 않은 부캐 만드는 법

조회수 2020. 7. 1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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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 열풍이 분 이유

2020년, 미디어에 '부캐' 바람이 불고 있다. 부캐릭터의 준말인 부캐는 본래 게임에서 통용되던 단어로 이용자가 메인으로 사용하는 본캐릭터, 일명 ‘본캐’ 대신 플레이 연습, 경험치 획득, 이벤트 참여 등 특정한 이유로 육성되는 캐릭터를 의미한다. 부캐는 2000년대 초반, PC게임의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등장했던 비교적 '낡은' 단어다. 그러나 2020년이 된 지금, 부캐는 새로운 의미로 재정의되며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루키로 떠오르기에 이르렀다.


최근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핫한 단어 '부캐'는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학교, 직장, 친구들과의 만남 등 상황에 맞춰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특성을 담고 있는 2020년 트렌드 키워드 '멀티 페르소나'와 결을 함께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때문에 바야흐로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에 발맞춰 등장한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부캐들은 반갑고도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트로트 차트를 휩쓴 '유산슬', 예능계를 접수한 '둘째이모 김다비', 잠잠해진 레트로 열풍을 다시 끌어올린 '싹쓰리'와 함께 우리 생활 속 전반에 깊숙이 스며든 부캐 열풍을 앱스토리에서 조명해본다.


데뷔 29년차 '유느님'이 신인상 받은 비결

▲29년차 방송인 유재석은 부캐 '유산슬'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9년, 데뷔 29년차 베테랑 방송인 유재석이 '신인상'을 받았다. 공중파 3사에서 대상을 쓸어 담아왔던 유재석이 어떻게 신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엄밀히 말하자면 신인상은 유재석이 아닌 유재석의 부캐 '유산슬'에게 돌아간 것이기 때문이다.


트로트 지망생 유산슬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성 에피소드에서 '만들어'졌다. 유산슬의 모습은 뒷걸음질 치면서 보아도 영락없는 유재석이지만, 눈 딱 감고 그를 유재석이 아닌 유산슬로 부르는 것은 프로그램 제작자와 시청자들간의 '암묵적' 룰이다. 무려 30여년 간 유재석으로 대중들 앞에 섰던 그는 '유산슬'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로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그 기회는 대박으로 이어지며 미디어 콘텐츠 내 부캐 열풍의 신호탄을 알렸다.

▲김신영은 '둘째이모 김다비'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자신을 개그우먼 김신영의 둘째 이모라고 칭하는 김다비 역시 부캐 열풍의 주역 중 하나다. 새벽에는 수영, 정오에는 에어로빅, 그리고 심야에는 테니스를 친다는 부지런한 그녀는 계곡 산장 오리백숙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섬세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실제 존재할법한 인물을 만들어내 자신의 부캐로 삼은 김신영은 '둘째이모 김다비'를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김신영은 45년생 '둘째이모 김다비'를 통해 본래 83년생인 그녀가 하기엔 애매했던 꼰대들을 향한 '사이다' 발언을 날리며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처럼 '부캐'를 활용하면 '본캐'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넘어서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본캐'와 '부캐'가 모두 인물정보에 기재되어 있다

'부캐' 열풍이 제대로 불게 된 이유?

▲사진: 유튜브 채널 <여름의 도란도란 오락실>

그렇다면 '부캐 놀이'의 인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인기 요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캐놀이의 특성에 대한 선인지가 필요하다. 연예인들의 '부캐 놀이'는 스스로 캐릭터를 구축한 뒤 해당 캐릭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종의 롤플레잉 형식을 띠고 있다. 현재 미디어 콘텐츠의 주소비층으로 여겨지고 있는 MZ세대는 출생과 동시에 디지털 문화를 접해왔기 때문에 온라인 상의 아이디, 혹은 캐릭터의 개념에 익숙하다. 모니터 밖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나도 '나', 나의 플레이를 통해 게임 속에 존재하고 있는 캐릭터도 '나'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즉, '본체'로 여겨지는 내가 특정한 캐릭터나 계정의 운영자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익숙한 이들에게 있어 연예인들의 '부캐 놀이'는 부캐를 이용한 게임 플레이나 SNS 부계정 운영과 비슷한 맥락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하나로 기능한다.

▲사진: 인스타그램 (@ralla.ong / @ralla.ong.ggu)

'멀티 페르소나'라고도 불리는 부캐는 비단 연예인들의 부캐 놀이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집, 학교, 직장 등 위치하고 있는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정체성으로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대인들 역시 온라인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활동한다.


현대인들의 멀티 페르소나적 자아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에서 가장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는 본계정 이외에도 본인의 관심사, 취미 등 특정한 장르를 기록하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계정들과 소통하기 위해 개설하는 '부계정'이 현대인들의 멀티 페르소나적 자아의 정수라고 할 수 있겠다. 부계정에서는 부계정에서 주로 다루는 콘텐츠와 관련된 사진만을 업로드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내가 보여주길 원하는 나의 '일부' 모습만을 공개할 수 있다. 가령 다이어리 꾸미기를 취미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일명 '다꾸 계정'을 통해 내가 꾸민 다이어리와 관련된 사진만을 공개하는 식이다. '다꾸 계정'과 동시에 다른 계정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멀티 페르소나인 그들에게 있어 취미가 한 개여야만 하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전에 알던 내가 아냐! 틱톡에선 나도 인기스타로 깜짝 변신

▲틱톡을 이용하면 멀티 페르소나적 자아를 직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틱톡의 등장과 함께 멀티페르소나적 자아를 표출하는 방법이 더욱 직관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SNS가 이미지, 텍스트 중심이었던 것에 반해 틱톡은 15초 내외의 짧은 영상을 메인 콘텐츠로 삼고 있다. 때문에 틱톡을 이용하면 다른 플랫폼보다 자신의 모습을 효과적이고 강렬하게 드러내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틱톡에서는 AR 스티커와 무료 음원, 편집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어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보다 쉽게 담아낼 수 있다.

일반 카메라로 촬영했다면 별도의 편집 어플을 사용해야만 적용할 수 있는 갖가지 효과를 틱톡에서는 몇 번의 터치만으로 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틱톡 어플 내에서 무료로 사용 가능한 사운드와 동영상 편집 기능을 적절히 이용하기만 하면 내가 카메라를 든 장소는 어디든 곧 화려한 무대로 재탄생 된다. 틱톡에 업로드된 동영상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순식간에 틱톡스타, 일명 '틱톡커'가 될 수도 있다. 평소에는 드러낼 수 없었던 나만의 장기, 특기를 담은 영상을 손쉽게 편집 및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틱톡은 최근 MZ세대에게 온라인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진: 틱톡 (@youngji_02)

틱톡을 통해 멀티 페르소나적 자아를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MZ세대 인물은 02년생 이영지다. 최근 종영한 프로그램 <굿걸>에서 특유의 솔직함으로 인기를 끌었던 래퍼 이영지는 틱톡을 통해 멋진 '래퍼'의 모습은 물론, 친구와 함께 놀 때의 즐겁고 편안한 모습, 그리고 해시태그 챌린지를 통해 일명 '혼자 놀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모습까지 가감없이 드러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영지는 다른 이용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듀엣' 기능은 물론,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신을 도모해주는 AR 스티커 기능, 그리고 재미있는 분할 편집 기능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표출하고 있다. 현재 이영지의 틱톡 계정은 개설 5개월 만에 30만명을 돌파했다. 방송을 통해서는 전부 보여줄 수 없었던 자신의 매력을 영리하게 알리는데 성공한 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틱톡에서는 무료로 제공하는 사운드와 편집 기능을 통해 해시태그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다

한편 부캐열풍의 주역 김신영 역시 틱톡을 통해 '둘째이모 김다비'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원색의 골프웨어와 화려한 머리핀 장식이 돋보이는 그녀가 흥넘치게 춤을 추는 모습은 김신영이라기 보다는 영락없이 '둘째이모 김다비' 그 자체다. 그녀는 자신의 신곡 '주라주라'에 맞춰 간단한 춤을 추는 영상을 해시태그 챌린지로 제작했다. 멀티 페르소나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틱톡에서 해당 챌린지는 금방 이슈가 되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주라주라' 사운드와 편집 기능을 이용하면 누구나 다비이모처럼 흥겹게 춤을 출 수도, 영상을 제작할 수도 있다. 온라인 상에서 또 다른 내가 되는 이러한 활동은 현실의 스트레스를 벗어날 수 있는 건강한 취미로 여겨지기도 한다.


현대 사회 건강하게 살아남기, 또 다른 페르소나 긍정이 첫 걸음

▲우리는 멀티 페르소나적 자아를 받아들이면서도, 진짜 나의 모습에 대해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설명할 때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나를 어떠한 사람으로 정의내리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너무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정의내리지 않고도 다양한 나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틱톡은 여러 페르소나를 가진 MZ세대들에게 있어 거대한 놀이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온라인 상에서라면 유산슬이나 다비이모처럼 섬세한 설정을 갖추지 않아도 손쉽게 나의 부캐를 만들 수 있으며, 만들어진 나의 또 다른 페르소나를 통해 현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으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현시대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유례없이 유동적인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틱톡과 유산슬 등으로 대표되는 부캐열풍은 당연한 문화 현상인 것 처럼 보인다. 직장에서의 나와 퇴근 후 집에서의 내가 다른 모습임을 인정하는 것, 끊임 없이 복합적으로 변해가는 현대 사회를 건강한 정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자의 마음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페르소나들을 긍정하는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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