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조작감의 역습? 항아리 게임과 휴먼 폴 플랫의 성공 비결

조회수 2020. 7. 9. 08: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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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게임과 휴먼 폴 플랫

일반적으로 게임에 있어서 ‘조작감’이란 그 게임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큰 요소 중 하나이다. 소위 말하는 ‘게임성’이라는 요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장르에 따라서는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기도 한다. 컨트롤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시뮬레이션이나 턴제 RPG의 경우는 조작감에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조작감이 나쁜 FPS/TPS, 그리고 액션 RPG는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중요한 조작감을 일부러 엉망으로 만들어 독보적인 게임성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게임이 있다. 바로 한때 수많은 게이머들의 화를 돋웠던 ‘항아리 게임’과 지금도 멀티플레이 게임으로 사랑받고 있는 ‘휴먼 폴 플랫’이다.

▲좋은 조작감을 버리고 이상한 방향으로 간 게임들에 대해 알아보자

개발자를 이겨보자 ‘항아리 게임’

▲제작자의 전작 ‘미친 말 게임’. 말의 다리 4개를 각기 다 따로 움직여야 하는 괴랄함을 자랑한다

‘항아리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 게임의 실제 이름은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이다. 이 말도 안 되게 긴 이름을 깡그리 무시당하고 항아리 게임으로 줄여 불리는 이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는 게임의 이름에 쓰여 있듯 ‘베넷 포디’이다. 개발자 ‘베넷 포디’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정말 ‘악의 가득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로 유명하다. 그가 개발한 게임들은 ‘QWOP’와 ‘CLOP’. 특히 CLOP의 경우 한국에서는 ‘미친 말 게임’이라 불리며 말도 안 되는 난해한 조작감과 우스운 애니메이션, 그리고 악명 높은 난이도로 인터넷 방송에서 이름을 날렸다.

▲시작부터 플레이어를 놀리는 데 여념이 없는 개발자의 태도가 보인다

‘Getting Over It’의 뜻은 ‘불평 그만하고 받아들여라’라는 뜻을 가진 영문 관용어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항아리에 몸이 낀 남자가 오함마를 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게임의 방법은 단순하다. 이 오함마를 지렛대처럼 활용해서 이 항아리남자를 앞으로, 또는 위로 이동시키면 된다. 조작은 마우스를 사용한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개발자가 개발자인지라 실망시키지 않는 어마무시하게 저급한 조작감을 보여준다. 플레이어가 이 오함마를 통해 올라가야 하는 지형들은 하나같이 험준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손이 살짝 삐긋하면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 게임에서 추락의 결말은 어지간해선 처음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과연 당신은 조작감이란 장벽을 넘어 엔딩을 볼 수 있을 것인가?

게임 트레일러에서 개발자는 대놓고 플레이어에게 ‘이 게임은 당신 같은 플레이어를 상처 주기 위해 만들었습니다’라며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포기하도록 종용한다. 항아리 게임은 극악한 난이도와 동시에 ‘끊임없이 오른다’는 게임의 특징과 컨트롤만 좋으면 몇 분 안에 완결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짧은 볼륨을 가지고 있다. 개발자의 어그로와 더불어 이런 특징이 수많은 게이머들의 승부욕을 불태우게 만들었다. 가까스로 정상에 올라 우주로 떠오르는 항아리를 본 플레이어는 해방감을 얻는다. 그리고 일부 플레이어들은 최적의 오함마 컨트롤 법과 공략을 찾아내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항아리를 우주로 날려보낼 방법을 찾는다. 플레이어를 이기는 개발자는 없다고 하지 않는가. 어쨌거나 우주로 항아리를 날려보내는 데 성공한 당신은 개발자를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야, 쟤 넘어진 것 좀 봐. ‘휴먼 폴 플랫’

▲그냥 보면 귀여운 퍼즐 플랫포머의 모습을 한 휴먼 폴 플랫

항아리 게임 ‘Getting Over It’이 혼자 고독하게 개발자와 거친 싸움을 이어가야 하는 횡 스크롤 게임이라면 3D 백뷰에는 ‘휴먼 폴 플랫’이 기다리고 있다. 휴먼 폴 플랫은 픽토그램을 떠올리게 만드는 단순한 디자인에 소화제로 유명한 개비스콘 광고에서 봤을 법한 실리콘과 흰 접착제로 만들어진 듯한 캐릭터를 조종해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게임이다. 휴먼 폴 플랫은 점프하고, 매달리며 플랫폼과 플랫폼 사이를 이동하는 전형적인 ‘퍼즐 플랫포머’ 장르의 특징을 따르고 있다.

▲괴랄하기 짝이 없는 물리효과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내는 우스꽝스러움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얼핏 들으면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것 외에는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휴먼 폴 플랫이지만 이 게임은 여러모로 비범하다. 플레이어 캐릭터의 손은 마치 접착제를 바른 양 잡기를 한 대상을 찰싹하고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잡기 대상에는 오브젝트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도 포함된다. 타 플레이어를 오브젝트처럼 잡고 질질 끌어당길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캐릭터의 모든 움직임에 이상하게 뒤틀린 물리법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게임의 캐릭터들은 마치 우주인이 달 위에서 움직이는 양 바닥에 제대로 붙어 있질 않다. 그냥 걸어도 걷는 게 아닌 휘적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오브젝트를 잡고 있을 때도 이는 마찬가지. 덕분에 플레이어 캐릭터의 모든 움직임은 하나같이 우스꽝스러우며 이 괴랄하기 짝이 없는 물리효과가 이 게임의 ‘불편한 조작감’을 만들어 낸다.

▲다양한 커스텀까지 더해져서 이 게임의 멀티플레이는 한층 더 예능감 넘치게 되었다

하지만 휴먼 폴 플랫의 인기 원인은 이 불편함이 만들어내는 ‘우스꽝스러움’ 때문이다. 휴먼 폴 플랫은 멀티플레이를 지원하기 때문에 걸핏하면 상대 플레이어의 몸을 잡고 질질 끌거나 내던진다. 동작은 하나같이 우스꽝스러워 분명 점프를 했는데 몸이 이상하게 뒤틀린다. 이 모습은 혼자 플레이할 때도 웃기지만 다른 누군가가 이걸 보고 비웃을 때, 그리고 이걸 보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극대화된다. 덕분에 휴먼 폴 플랫의 유튜브 영상 점유율은 공략이나 스피드 런만큼이나 ‘괴짜 플레이’나 ‘예능 플레이’가 차지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들은 플레이어에게 더 낫고 편리한 플레이 경험을 주기 위해 오늘도 발버둥 친다. 불편함이 적을수록 게임 자체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불편함도 의도된 아주 약간의 불편함이 아닌 이상 플레이어에게 겪지 않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대놓고 플레이어를 괴롭힐 의도로 만든 게임들에 한 번쯤 놀아나 실컷 화내 보거나 친구들과 멀티플레이를 하며 우스꽝스러운 모습 자체를 즐겨보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생각지도 못한 의외성에서 즐거움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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