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정재계 인사들 영입하는 이유

조회수 2020. 6. 2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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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나스닥을 꿈꾸는가

앱분석업체인 와이즈앱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앱은 ‘쿠팡’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사람들의 활동 반경이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사재기 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덕이 물류를 책임진 쿠팡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면서 항상 ‘위기’라는 말을 들었던 쿠팡이, 어느덧 한국판 아마존닷컴으로 불리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어느덧 최상위 포식자가 된 쿠팡은 이제 다음 스텝으로, 지금까지의 투자들을 이익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업공개’의 시기를 맞고 있다.

▲연이은 전략적 영입, 쿠팡은 나스닥을 꿈꾸는가

지금이 쿠팡 상장의 적기?

기업들은 외부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공개 매도하는 ‘기업공개’를 통해 회사의 규모를 더 키우게 된다. 기업공개의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방법은 주식시장 상장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증권거래소의 사전예비심사를 거치고,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다음에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이후에는 일련의 절차를 밟은 이후에 날짜를 확정해 주식시장에 상장하게 되고, 일반 투자자들이 그 회사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로켓배송을 통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의 가장 큰 손으로 부상한 쿠팡

이 과정에서 기업은 더 많은 금액을 외부로부터 모을 수 있게 되고, 기업의 성장을 이끈 창업주와 경영자, 임원들 그리고 기존의 투자자들은 이때 대규모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외부의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또 경영에 간섭하는 외부의 목소리도 커지기 때문에, 규모가 크더라도 기업공개를 하지 않는 기업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일정 규모로 회사가 크게 되면, 그다음의 스텝으로 기업공개를 계획하고 또 상장을 실현하기 마련이다.

▲지금이야말로 임원진, 투자자들을 위한 기업공개의 적기라는 평가

쿠팡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금껏 소프트뱅크그룹이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투여한 것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렵게 쿠팡이 운영돼 온 것은 엄밀히 따지자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모두가 아니더라도 일부는 보다 안정적인 물류를, 빠른 배송을, 더 낮은 가격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인들과 투자자들은 기업공개를 기점으로 한 이익실현을 목적으로 하며, 쿠팡 또한 그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쿠팡이 우리나라 제1의 이커머스 사업자로 떠오른 지금이야말로, 기업공개를 통한 이익실현의 적기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나스닥 상장 가능성 타진

쿠팡의 기업공개가 곧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만, 언제 어디에서 상장이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쿠팡 내부에서는 현재 이들이 한국 주식시장이 아니라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올해 1월 블룸버그뉴스는 “한국의 쿠팡이 2021년 기업공개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타진해 보도했다. 기업가치는 2018년 말 기준 90억 달러(한화 약 10조 4천억 원)로 평가됐다. 해당 뉴스에서는 쿠팡이 상장을 위해 세금 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SK증권에서도 쿠팡이 2021년 상장할 것이며, 상장 요건을 고려할 때는 한국보다도 미국의 나스닥과 같은 해외 시장을 노릴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쿠팡은 피아트그룹, 페루자저축은행, 나이키, 월마트 등의 기업 출신 재무 전문가들을 연이어 영입하고 있다. 작년 10월 쿠팡은 경제학자인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를 이사회 멤버로, 11월에는 재무 전문가 마이클 파커(Michael Parket)를 최고회계책임자(CAO, Chief Accounting Officer)로 임명한 바 있다. 또한 올해 1월에는 밀리콤 부사장 출신의 HL 로저스를 경영관리총괄 수석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코스닥이 아닌 나스닥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쿠팡이 나스닥을 노릴 것이라는 추측의 다른 근거는 ‘문턱’이다. 나스닥은 코스닥에 비해 기술기업에 대한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나스닥은 기업이 적자인 상태라고 하더라도 자기자본 500만 달러, 유통주식 시가총액 1,500만 달러가 넘을 경우에는 상장에 도전할 수 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그리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기에 앞으로도 적자구조의 개선이 요원한 쿠팡으로서는 나스닥 상장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위워크의 전철을 밟을 것을 소프트뱅크그룹은 경계할 것

하지만 시장에서의 기업가치가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나스닥 상장은 무산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수익성이 불확실한 기업에 대해선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쿠팡의 투자자인 소프트뱅크그룹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위워크의 상장 실패도 그러한 연유였다. 위워크의 사태가 쿠팡을 통해 재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들로서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치권 인사들도 연이어 영입

누적적자가 3조 원에 달하기에, 쿠팡의 상장은 보다 신중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한국의 아마존닷컴을 표방하면서, '쿠팡풀필먼트 서비스'를 만성적자의 탈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로 표방할 것으로 전망된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아마존닷컴의 주된 수익원이다. 하지만 나스닥이 상장 과정에서 보는 것은 사업 모델만이 아니다. 기술, 사업 규모, 성장성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되기에, 쿠팡은 상장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써서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업 가치를 보다 더 높게 책정 받아야 한다.

▲연이어 해외의 재무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해외의 재무 전문가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권 인사들을 이들이 대거 영입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쿠팡은 지난 4월 15일 치러진 총선 이후에 국회의원 보좌관 5명가량을 전략팀으로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추경호 의원 보좌관 등 미래통합당 보좌관들을 중심으로 정치권 외부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통신사업법 개정, 판매 수수료에 관한 IT 규제 해소 등을 위한 로비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들이다.

▲정치권 인사 영입을 통해 대관업무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한 대관업무가 이들의 주된 업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쿠팡은 현재 다양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작년에는 LG생활건강, 위메프, 크린랩으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 제소를 받았으며,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으로부터는 소위 짝퉁 시계를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시국에서 미흡한 대처로 인해 물류센터가 폐쇄되는 상황도 맞았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악화되고 있는 인식의 재고를 위해, 그리고 공정위 제재로부터 기업가치 평가를 높게 만들기 위해 정치권 외부 인사들이 활동할 것이라는 예상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아직 쿠팡은 이러한 추측들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양한 가능성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나스닥 상장도 그중의 하나라는 기조의 답변이 있을 뿐이다. 쿠팡의 나스닥 상장은 우리나라 이커머스 기업사에서 중요한 성과로 기록될 일일 것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계획들은 예상대로 쿠팡이 지금의 실적을 꾸준히 유지하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받을 때에 실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쿠팡이 힘들게 일군 지금까지의 성과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점차 쿠팡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물류센터의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일각에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퍼지고 있다. 어느 아파트 단지는 주민들에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쿠팡 주문을 자제해 달라는 권고문을 붙이기도 했으며, 또 어느 곳에서는 쿠팡맨의 단지 출입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며 쿠팡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는 글들이 연이어 게재되고 있다. 쿠팡의 주문 글에 쿠팡맨과의 직접 대면을 피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는 경험담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쿠팡의 실적을 올린 코로나19가 지금은 오히려 그들의 목을 죄고 있다

집단감염을 계기로 매체들의 쿠팡에 대한 태도도 점차 부정적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쿠팡의 초기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만이 아니라, ‘쿠팡의 코로나 확진자 은폐로 남편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청와대 청원글까지 기사화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필두로 쿠팡의 용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안팎으로 많은 적을 만들고 만 쿠팡은 과연 기록적인 상장을, 성공적인 기업공개를 단행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정재계 인사 영입과 대관업무가 아니라, 내실을 보다 더 기하는 조치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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