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패키지와 정액제, 부분 유료화는 어떻게 다를까

조회수 2020. 6. 12. 11: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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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장은 유저에게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까?

당연하게도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게임 개발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산업화되어 갈수록 게임 개발은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이 되었다. 게임은 돈을 받고 파는 물건이 되었고 2020년 현재 게임시장은 수천억 단위의 돈이 오가는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현대 사회에는 수많은 미디어 콘텐츠가 있지만 그중 게임의 물성은 여러모로 독특한 편이다. 그리고 이 독특한 콘텐츠를 팔기 위해 게임시장은 끊임없이 수단을 간구해왔다. 게임 시장이 유저에게 게임을 서비스하는 다양한 형태에 대해 알아보자.

책 한 권 사듯이, 패키지

▲국산 패키지게임의 명작 악튜러스

모든 거래의 가장 근본이 되는 형태는, 그 물건에 해당하는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 유료 판매에 있어 가장 오래된 판매 방식은 패키지이다. 패키지 안에는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는 CD 또는 칩과 같은 저장매체와 게임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짧은 가이드, 그리고 게임에 대한 안내가 들어간다. 굳이 바다 건너로 나가지 않아도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국내에서도 패키지게임을 그럭저럭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여려 패키지 명작들이 발매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판타지 RPG계열에선 손노리 사의 악튜러스와 어스토니시아 시리즈, 그리고 소프트 맥스의 창세기전이 있으며 연예 시뮬레이션 부문에선 오픈마인드월드에서 개발한 딸기노트와 리플레이, 경영 시뮬레이션에선 메가폴리 엔터테인먼트의 코코룩, 쿠키샵, 써니 하우스 등이 패키지 게임으로 출시되었다.

▲스팀을 통해 패키지로 출시된 게임 언더테일의 플레이 타임은 평균 5~6시간이다

하지만 패키지는 ‘프로그램을 담은 저장매체’라는 점에서 큰 약점을 갖는다. 대부분 시장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은 어지간해선 제품의 퀄리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간혹 옷의 경우, 마감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어떤 원단을 사용했는지, 디자인이 괜찮은지 다양한 여부를 옷을 보고 만져 봄으로써 알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시간을 할애하여 플레이를 해야 하는 미디어 매체이기 때문에 직관적인 품질 확인이 불가능하다. 영화나 책 역시 마찬가지지만 게임에 비해 단가가 저렴한 경우가 훨씬 많으며, 게임의 경우 최소 5-6시간의 플레이 타임을 필요로 한다.

▲게임칩 불법복제가 이루어진 닌텐도의 국내 판매량은 매해 가파르게 하락했다

또한 프로그램이라는 형태가 판매되는 상품으로서 큰 단점이 된다. 프로그램은 쉽게 복제가 가능하다. 당장에 컴퓨터 안에서라면 이미지 파일쯤 2개, 3개로 복사하는 것은 일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프로그램은 이보다는 더 품이 들지만 한번 복사에 성공한다면 밑도 끝도 없이 복사할 수 있다. 이렇게 복제된 프로그램은 너무나 쉽게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가 정당한 값을 치르지 않고 그 게임에 담긴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게임을 대가 없이 플레이하는 데 길들여진 유저들은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 당연하게도 게임을 사는 것이 아닌, 다운로드 파일을 찾기 위해 웹사이트를 허우적거린다.


물건이 아닌 서비스에 대가를, 정액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서비스 기간을 자랑하는 바람의 나라 역시 초기에는 정액제로 서비스되었다

패키지 시장에는 자연적인 한계가 있었다. 소비자는 영리하기 때문에 제도의 틈을 요리조리 찾아 들어가고 패키지라는 구성적 한계로는 소비자의 영리함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업계에서 내놓은 형태는 결재 기간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받는 ‘정액제’ 시스템이었다. 게임사는 정해 놓은 시간 또는 기간 동안 결제한 플레이어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30시간 이용권을 결제한 유저는 총 게임 접속 시간 30시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1달 이용권을 결제한 유저는 결제일로부터 1달 동안 몇 시간이든 자유로운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런 정액제 시스템은 한국 게임업계가 패키지에서 온라인 게임 시장으로 변모하는 타이밍에 맞춰 시장에 퍼져 나갔다. 실제로 수많은 넥슨, 엠게임에서 서비스했던 온라인 게임들은 정액제를 채택하고 있었으며, 대한민국 게임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그 게임, 리니지 역시 정액제로 서비스되고 있었다.

▲넥슨의 클래식 RPG라 불리는 다섯 게임들은 2000년대 중반,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로 서비스를 변경한다

하지만 정액제에도 문제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정액제를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들은 처음 오픈 베타 기간 동안은 플레이어들에게 무료 플레이를 제공한다. 더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겨보고 재미를 느껴야 이 유저들이 고객층으로 이동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수많은 정액제 게임들은 정액제를 실시하는 동시에 게임이 휘청대는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오픈 베타까지는 무료로 즐기다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니 갑자기 돈을 내야 한다는 거부감이 그들을 떠나게 만들었다. 심한 게임들은 거의 유저가 1/10으로 줄어들어 서비스를 접어야 하는 위기에까지 몰렸다.

▲국내에선 큰 비중을 차지하진 못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폭넓은 유저층을 자랑하는 파이널판타지14. 정액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전 세계를 시장으로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정액제의 장점은 게임사가 매달 유저 수만큼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 정액제를 결제하는 유저들의 수는 달라지겠으나 라이트 유저도 헤비 유저도 동일한 비용을 내고 게임을 즐긴다. 한 번의 결제로 추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패키지와 달리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한 아주 적은 수익이라도 제작사는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정액제의 수익은 오로지 ‘유저 수’에 의존한다.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이 아무리 많더라도 유저 한 명당 게임사가 벌 수 있는 수익은 정해진 금액뿐이다. 물론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는 정액제 게임도 있지만 이미 게임 플레이에 대해 돈을 지불하고 있는 유저들에게 많은 것을 팔기에도 애매하다.


지불한 만큼, 돈을 쌓아 올라가는 부분유료화

이렇게 수많은 게임이 정액제를 시도하고, 실패했다. 유저가 정액제를 지르면서까지 계속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면 되지 않은가? 라고 하지만 그 기준은 너무나 두루뭉술했다. 이미 한국의 게임 시장은 온라인 게임이 주력이 되어버린 것도 있었다. 회사는 돈을 벌어야 유지되기 때문에 정액제를 싫어하는 유저들조차 게임에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 바로 ‘부분 유료화’이다. 부분 유료화 게임이 가진 거부할 수 없는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플레이 자체는 무료’라는 것이다. 누구나 게임을 마음껏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다. 그것도 무료로. 이 점은 한때 수많은 콘텐츠 불법 다운로드가 범람했던 대한민국에서 아주 좋은 매력 요소였다.

▲부분 유료화를 처음으로 시작한 만악의 근원(?) 퀴즈퀴즈(이후 큐플레이)

대신 게임 안에 ‘캐쉬샵’이라는 시스템을 집어넣었다. 현금을 게임 내 지갑 안에 캐쉬라는 이름으로 넣어 놓고 물건을 사는 시스템이었다. 캐쉬샵에서 살 수 있는 아이템들은 못생긴 성장용 장비의 외형을 덮어버릴 수 있는 치장형 아이템을 시작으로 창고나 인벤토리의 칸을 늘리는 권한이나 플레이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가진 펫, 더 강해지기 위해 아이템 강화를 할 때, 아이템이 깨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아이템, 다양한 버프 등등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하나하나 몇천 원 정도의 소액이었기 때문에 유저들은 아주 작은 욕심을 못 버리고 ‘이 정도쯤이야’라며 아이템을 산다. 이렇게 자잘자잘한 구매가 쌓여 최소 하루에 1~3시간 정도 게임에 투자하고 있는 유저들 사이에선 한 달에 10만 원쯤은 가뿐히 결제해버리는 유저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현금으로 다양한 코디를 만들 수 있는 메이플 스토리

하지만 캐시샵이 불러올 재앙을 유저들은 예상하지 못했다. 부분 유료화는 기본적으로 무료 제공을 전제로 깔고 있다. 즉 아예 게임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 ‘무과금 유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무과금 유저가 게임에 자기 시간을 오래 투자하지 않는다 해도 주말 시간의 터져 나가는 서버 절반 이상은 무과금 유저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부분 유료화 게임의 서버비를 감당하고 있는 것은 과금 유저들이다. 물론 무과금 유저들이 있기 때문에 과금 유저들은 본인들의 강함을 즐길 수 있으며, 무과금 유저가 과금 유저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사의 눈에는 항상 실질적 수익을 만들어 주는 집단이 더 크게 보이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게임사는 점점 더 많은 과금을 하는 일부 유저들에게 눈이 팔리게 되고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n0만원부터 과금하고 오세요~라는 풍조가 형성되게 된다.

▲부분유료화 최악의 시스템이라 불리는 뽑기

이 세 가지 서비스 방식은 각자 장점을 가진 만큼 명확한 단점도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이 경계는 점점 더 흐릿해지고 있다. 이제는 정액제 또는 패키지 판매를 지향하고 있는 게임도 간단한 기능성 아이템이나 치장 아이템을 캐쉬로 판매하고 있다. 반대로 부분 유료화는 정액제의 결제방식을 일부 차용해 플레이어에게 주기적으로 아이템이나 캐쉬를 제공하거나, 플레이어의 미션 달성도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멤버쉽’과 ‘패스’를 판매하고 있다. 회사가 돈을 버는 방식은 날로 다양해질 것이고 어떤 것은 해결될 것이지만 더 많은 문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그것은 서로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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