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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코즈믹 호러에 대해서

조회수 2020. 6. 10.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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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에 대한 공포, 코즈믹 호러

게임에 있어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공포는 아주 오래된 재미요소 중 하나였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의 저녁시간 단골 코스 중 하나인 담력시험 역시 누가 덜 무서워하며 미션을 완수하는가를 두고 은연중에, 또는 대놓고 기싸움을 했던 점에서 게임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길 곳곳에 깔린 귀신 분장을 한 선생님들이 공포심을 자극하는 시련이 되어주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오늘날의 어드벤처 게임을 연상시킨다. 공포에는 매우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유독 게임에서 확대되는 공포가 있다. 수많은 콘텐츠에서 수많은 형태의 공포를 유흥으로 구현하고 있지만 이 공포는 게임 같은 가상의 공간에서, 다른 매체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바로 코즈믹 호러이다.


코즈믹 호러란?

▲코즈믹 호러의 대표주자, 크툴루 신화의 신격 크툴루

코즈믹 호러가 공포의 한 종류로서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라는 소설가의 세계관인 ‘크툴루 신화’일 것이다. 크툴루 신화에는 타이틀 히어로(?)에 해당하는 크툴루를 비롯해 다양한 신이 존재하지만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 켈트 신화 같은 고대 신화와는 달리 한없이 인간과 먼 모습을 보인다. 덕분에 크툴루 신화의 신들은 하나같이 두족류나 촉수를 뚝뚝 흘리는 슬라임, 수백 개의 눈을 가진 덩어리 또는 블랙홀 같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일본 미야기현의 거대 불상. 세계가 멸망할 때 온다는 부처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 거대함은 코즈믹 호러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크툴루 신화의 핵심이 되는 공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크툴루 신화의 배경은 우주 그 자체이며 크툴루 신화의 신격들은 우주 안에서 인간이 가진 사고의 크기로 헤아릴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 코즈믹 호러는 이름 그대로 인간이 우주에게 느끼는 공포와 결이 비슷한데, 인간은 우주 안에서 티끌조차도 되지 못하는 존재이며 우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인간은 그에 대항하지 못하고 마치 파도가 치면 모래알이 휩쓸려 움직이듯 무력하게 휘말릴 뿐이기 때문이다.

▲유명 게임 데드 스페이스는 결국 인간이 코즈믹 호러를 자극하기 충분한 초월적 스케일을 가진 존재와 대항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발버둥 치는 잡초 같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이런 아득한 거대함 앞에서도 무엇이든 해보려고 든다. 이 발버둥 치는 과정은 하나의 거대한 시련이 되고 목적이 되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커다란 동기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마니아층을 자극하는 호러 요소들을 충족시킬 수 있다. 덕분에 살짝 비뚤어진 여러 개발사들에서는 크툴루 신화 또는 코즈믹 호러의 성향에 영감을 받아 지금까지도 수많은 게임들을 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러브 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와 코즈믹 호러에 영감을 받아 개발된 게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크툴루 신화 자체를 게임으로 만든 케이스 : 더 싱킹 시티

▲대놓고 게임 메인 타이틀에서부터 크툴루가 그려져 있는 더 싱킹 시티

프로그웨어즈가 2019년에 출시한 게임 ‘더 싱킹 시티’는 홍수로 곳곳이 침수되고 원인 불명의 환영이 일어나는 도시, 오크몬트를 배경으로 사설탐정 찰스 리드가 도시의 비밀을 파헤치는 3인칭 어드벤처 게임이다. 메인 패키지에서 대놓고 크툴루 신화의 마스코트 신, 크툴루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 게임은 본격적으로 컨셉 대부분의 요소를 크툴루 신화에서 사용하고 있다. 사설탐정이 알 수 없는 현상을 추리한다는 시놉시스부터 19~20세기를 풍미한 고딕 문학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실제로 크툴루 신화 역시 이런 고딕 문학의 한 갈래에 속한다. 마치 물고기 같은 얼굴을 한 주민들과 강, 배들로 가득한 도시의 풍경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인스머스의 그림자’가 게임으로 튀어나온 느낌을 준다.


러브 크래프트의 작품 일부를 차용한 케이스 : 다키스트 던전

▲어려운 난이도와 더불어 불쾌함을 극한으로 보여주는 게임 다키스트 던전

극한의 난이도와 밑도 끝도 없는 운이 게임 플레이를 좌우하는 게임 ‘다키스트 던전’은 러브 크래프트의 단편 소설 중 손꼽히게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벽속의 쥐’를 모티브로 제작된 게임이다. 두 작품은 조상 대대로 전해지는 영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표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키스트 던전은 위험한 주술과 의식에 빠져 몰락한 영지를 여러 영웅들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복구해 나간다는 스토리를 가졌다. 게임 속 영지에는 해골이 살아 움직이거나, 사교도가 번창해 있거나, 불쾌한 어인들과 돼지인간들이 득실거린다. 영웅들과 함께 영지를 정리해 나가며 이젠 ‘다키스트 던전’이 되어버린 가문의 저택을 복구할수록 심연이 플레이어의 목을 죄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크툴루 신화의 ‘코즈믹 호러’를 베이스로 둔 케이스 : 블러드 본

▲불길하기 짝이 없는 블러드 본의 환경

높게 솟은 첨탑 위로 보이는 하늘엔 불길한 안개가 넘실거리며, 도시는 인간을 죽이는 야수들과 살육에 취해 미쳐버린 마을 사람들이 가득한 마경도시 야남.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은 야남의 풍경을 보고 쉽게 ‘드라큘라’나 ‘늑대인간’같은 호러 포인트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 마경의 중심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있으며 이들에게 대항하는 플레이어 역시 인간의 범주를 점점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위의 두 작품과는 달리 크툴루 신화의 요소들을 대놓고 사용하진 않았으나, 광기에 가득 찬 핏빛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일반적인 공포게임에서 보여주는 공포 요소들과는 결이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코즈믹 호러의 공포

코즈믹 호러의 공포는 결국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중심으로 두고 있다. 일반적인 공포 게임에서 다루는 공포는 누군가 갑자기 튀어나와 내 심장을 찌를지도 모른다는 ‘생명에 대한 위협’을 중심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크툴루 신화, 코즈믹 호러의 공포는 서서히 미쳐가는 주변의 환경과 어우러져 ‘나 또한 미쳐버릴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더 가깝다. 생명에 대한 위협 또한 있지만 이는 나에게 적대심을 보이는 존재에 대한 공포와는 어딘가 다르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이 있다. 나를 바라보는 심연에 대한 공포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코즈믹 호러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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