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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와 상업적 이용 사이, 게임계의 PC(정치적 올바름)

PC에 환호하는 동시에 PC를 거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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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후 굳건하던 백인 중심의 세계 미디어가 점점 글로벌해지고 있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항공권이 저렴해지며 어렵게만 느껴지는 해외여행의 문턱이 낮아지고, 몇몇 국가에선 한 달 정도는 비자 없이 자유롭게 해외 체류가 가능해졌다. 정신적 거리가 줄어들수록 더 많은 문화와 삶의 모습들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이런 전 세계적인 흐름을 바탕으로 최근 PC가 대두되고 있다. 어떤 콘텐츠는 PC하다는 이유로 찬사를 받는가 하면, 어떤 콘텐츠는 PC하기 때문에 거부당하고, 또 어떤 콘텐츠는 너무 PC를 신경 쓰지 않아 비난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PC에 환호하는 동시에 PC를 거부하고 있다. 이토록 뜨거운 감자로 거론되는 PC는 뭘까? 게임계에서 PC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정치적 올바름

PC는 Political Correctness(폴리티컬 코렉트니스)의 약자로 직역하면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한다. 정치적 올바름이라 하면 어딘가 굉장히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정치적 올바름은 말 그대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요소도 차별받으면 안 됨을 주장하는 신념이다. 정치적 올바름에서 주장하는 인간이 인간을 차별하는 요소에는 출신, 인종, 성별, 성적 지향성, 신체적 특징, 장애, 종교, 직업이 있다. 정치적 올바름은 인간이 갖는 인권에 근간을 두고 있다. 모든 인간은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지구상에는 다양한 문화와 성별 인종이 존재한다. 이 모두는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

이런 PC가 최근 들어 미디어에서 대두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세상에는 매우 많은 문화권과 인종, 성적 지향과 성별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아주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미디어는 ‘백인 남성’의 이야기만을 중심축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다른 인종이나 성별의 인간이 겪었던 실존 이야기 또한 백인 남성의 이야기로 해석되는 ‘화이트 워싱’이 만연했다. 미디어 속의 PC운동은 이런 흐름을 바꾸고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자는 움직임이며 게임 또한 이런 흐름에 자연스럽게 타게 되었다. 하지만 익숙한 것을 벗어던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편함을 이야기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와 엘리

▲엘리를 주인공으로 한 라스트 오브 어스의 2번째 이야기

동충하초로 인한 식물형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클리셰를 가볍게 비튼 설정과 치밀하게 짜인 게임성, 다양한 인간 군상으로 인한 스토리로 신규 IP임에도 2013년 GOTY를 차지한 명작, 라스트 오브 어스의 파트2 트레일러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다만 이 관심은 마냥 좋은 관심만으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원작에서 걸쭉한(?) 입담과 섬세한 성장으로 게임 캐릭터사에 한 획을 그었던 '엘리'가 어른이 되어 파트2의 주인공이 된 것에는 호평이 줄을 지었지만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선 환영만 있진 않았다.

▲너티독이 공개한 엘리의 설정화. 설정화 단계에서부터 유저들의 의견이 갈렸다

첫 번째로 엘리의 성장한 모습이 미형이 아니라는 것. 일반적인 게임 시장에서 여성 캐릭터는 예쁘고 글래머러스한 모습으로 그려져왔다. 하지만 성장한 엘리는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오로지 활동성만을 생각한 옷을 입고 있으며 깡말랐고 예쁘지 않다. 이전 작에서 조엘의 초반부 파트너였던 테스는 상당한 미인이었기 때문에 이런 차이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게임 캐릭터가 갖춰야 할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대해선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게임 배경에 대한 이해와 유저들이 원하는 상업성이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대립이 일어났다.

▲여자친구와의 키스신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로 엘리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도 잡음이 있었다. 이미 엘리는 라스트 오브 어스의 확장팩을 통해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소수자, 레즈비언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그녀의 성 정체성 자체는 마냥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파트2의 엘리는 성인이며 그녀의 성적 지향이 어린아이였을 때보다 더 크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트레일러 영상에는 엘리와 그녀의 여자친구의 키스 장면이 담겨있다. 이 키스 장면 자체에 대해 국가별로 다양한 반응이 나타났다. 동성애자에 익숙한 국가들은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동성애자가 크게 가시화되지 않은 동양 국가들은 ‘굳이 이런 장면을 넣었어야 했느냐’라며 모진 비판을 하고 있다.

▲과연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의 스토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소가 많은 걸까, 아니면 잘못 짜인 걸까, 열어보기 전엔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반응에 대해 너티 독의 부사장 닐 드럭만은 ‘우리를 내버려 두라’며 락스타 커트 코베인의 말을 인용해 거센 비판을 하였다. 이에 대해 팬들은 스토리에 대한 비판을 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몰아간다며 화를 냈다. 하지만 명백히 해야 할 것은, 그의 발언은 ‘소수자 및 여성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다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동성애 또는 유색인종,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게 불편하다’라는 평가는 명백하게 스토리에 대한 비판이 아닌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에 대한 혐오이기 때문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 2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출시 후에 확인할 수 있겠지만 게임 자체를 이루고 있는 요소에 대한 비판이 혐오가 아니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오버워치와 다인종, 젠더퀴어

▲너무나 다양한 영웅이 있는 오버워치

블리자드의 FPS게임, 오버워치는 다양한 인종과 출신 국가, 신체의 형태와 나이, 성 정체성을 가진 영웅들이 등장한다. 블리자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변화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언제나 이런 요소에는 신경을 전혀 쓰지 않던 회사였기 때문이다. PC가 주류 흐름이 되었다며 놀라워하는 반응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내부 영웅인 트레이서의 승리 포즈를 빠르게 수정하는 등, PC 관련 이슈에 신경 쓰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불편함을 느끼던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군인 송하나의 시네마틱과 솔져76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는 소설

하지만 오버워치에 있어 PC는 어느 순간부터 수단이 되기 시작했다. 오버워치의 PC는 대중의 선에 맞춰 강박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형태로 드러났기 때문에 호평을 받은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한국 국적의 영웅이지만 여성이면서 군인이고, 챔피언 프로게이머 출신인 ‘송하나’가 있다. 블리자드는 송하나를 드러낼 때, 그녀가 아시안이고 여성이란 사실을 강조하지 않았다. 그저 챔피언 프로게이머이자 영웅인 송하나는 여성이고 아시안일 뿐이었다. 하지만 솔져76이 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게이’라는 사실은 오버워치 소설이라는 믹스미디어를 통해 공개되었을 때에는 뜬금없다는 평이 많았다. 오버워치는 메인 줄기가 되는 시나리오와 함께 자잘한 배경 설정을 추가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배경 설정만 신경 쓰는 데다가 게임 자체의 중요한 요소인 밸런싱과 콘텐츠에 대해선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 유저들은 오버워치의 PC를 달갑지 않은 요소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게임과 PC

PC는 현재 미디어판에서 가장 많은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이다. PC를 다루기 위해 너무 과하게 소수자의 요소를 드러낸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라도 유색인종과 성소수자, 장애 등 요소에 대해 드러나야만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장 좋은 PC는 당연히 존재한다는 듯 무덤덤하게 그려내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PC를 챙겼어요!라며 온 사방에 떠들어대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주 오랜 역사 속에서 배척당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너무나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보지 않았기 때문에 겪는 변화를 위한 마찰인 걸까? 결과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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