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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을 울리고 웃겼던 게임 속 말말말

조회수 2020. 5. 26. 08: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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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울렸던 텍스트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는 게임 속에서 수많은 텍스트를 마주한다. 게임을 실행하면 당신이 켠 게임의 로고가 당신을 반기고, 당신을 게임 속으로 이끄는 이정표 하나하나도 모두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게임 속 다른 유저들과 대화를 할 때도, 게임의 상황을 시스템으로부터 전달받을 때도, 당신이 목표로 하는 장비와 지금 장착하고 있는 장비에 대한 정보 하나하나까지 모두 텍스트로 표현된다. 그런데, 이런 텍스트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게임 속의 어떤 텍스트는 그 게임을 넘어 게이머들 사이에서, 경우에 따라는 사회의 여러 방면에서 쓰인다. 하지만 어떤 텍스트는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게임 속에서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텍스트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장의 지배자 AAA님!’과 ‘최고의 플레이’

▲너무나 인상적인 나머지 온갖 패러디가 난무한다

2010년 이후 대한민국 게임시장을 장악한 후 오랫동안 왕좌를 지켰던 게임이 있다.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유명한 텍스트는 역시 ‘소환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겠지만, 사실 이 텍스트는 가장 유명한 게임 모드인 ‘소환사의 협곡’ 플레이를 시작할 때마다 듣는 음성이기 때문에 게임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플레이어를 자극하는 텍스트는 바로 ‘킬 메시지’이다.

▲폰트까지 대세가 되었던 건, 단연 최고의 플레이 덕분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연속 킬 메시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오버 워치의 ‘최고의 플레이’. Play of the game, 일명 팟지이다. 팟지는 해당 플레이에서 가장 인상적인한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시스템으로, 오버워치의 상징적인 시스템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런 시스템일수록 좋은 이름이 필요하다. 사실 워낙 좋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어떤 이름이 붙었어도 상징성이 있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다시 보기’ 시스템이고 플레이어 자체를 주목하는 것보단 그 플레이어가 만들어 낸 한순간을 주목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최고의 플레이’라는 이름은 직관적이며 동시에 적절하다. 그 순간을 차지한 플레이어의 뿌듯함은 덤.


‘최악과 차악’ 위쳐 : 더 와일드 헌터

▲대화창의 위치가 너무 아래에 있어 정보 전달이 매우 비효율적이었던 로스트아크

2010년 이후, PVP게임이 게임시장의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며 플레이어의 실력에 대해 박수갈채를 보내는 위의 두 텍스트가 큰 유행을 불러일으켰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텍스트를 긴 줄기를 가진 스토리 게임이나 거대한 세계관을 가진 MMORPG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인트로에서 세계관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영상들과 내레이션에 맞춰 나타나는 자막덩어리들 같은 것 말이다. 메인스토리라는 이름을 달고 꼬박꼬박 플레이어에게 퀘스트를 던지지만 플레이어의 시선을 도통 신경 쓰지 않는 대화창의 위치와 더불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텍스트들이 의미 없이 흘러가기만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결국 이런 텍스트에 유저들은 하릴없이 터치와 클릭 연타로 대응한다.

▲플레이어에게 위쳐3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에피소드1

벨렌을 통치하는 피의 남작이 말하는 ‘자네 위쳐들의 세계에선 어떨지 몰라도, 우리 세계에선 영원한 흑백은 존재하지 않네.’와 게롤트 본인의 독백인 ‘위쳐의 양심이란 의미가 없다. 단지 일을 계속하고, 발치에 던져지는 동전 주머니를 줍고 길을 갈 뿐이다.’ 그리고 ‘만약 더 큰 악과 작은 악 중에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면, 나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겠다.’에서 알 수 있다. 위쳐3는 이러한 매우 수준 높은 텍스트들로 튜토리얼 이후 만나는 첫 번째 챕터에서 플레이어들에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선택의 시련을 마주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의 끝이 어떨 것인지에 대해 암시한다. 위쳐 3를 시작한 플레이어가 꾸준히 만나온 세계에 대해 한 번에 정리하는 훌륭한 텍스트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앞으로 만날 콘텐츠에 대한 신중함을 갖도록 만든다.

▲세상은 아이러니해서 때론 최악의 선택이 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지금 누구 약 올리나? ‘아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하지만 언제나 방향성이 좋은 텍스트만 있는 건 아니다. 위의 경우가 플레이어의 통쾌함을 증폭시켜주거나 플레이어가 게임의 분위기를 뼈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 좋은 텍스트였다면, 플레이어의 분노가 밈이 된 케이스도 있다. 대표적으로 마비노기의 유명 NPC 퍼거스가 있다. 마비노기의 수리 시스템은 꽤나 독특한데, 수리가 가능한 NPC들마다 ‘수리 성공률’이라는 확률을 갖는다. 이 수리 성공률은 장비의 내구도 1 단위로 개별 적용된다. 퍼거스의 수리확률은 90%인데, 확률의 법칙에 의거해 내구도 10을 수리한다 하였을 때 퍼거스의 수리 성공률은 34.9%이다. 거기에 마비노기는 수리에 실패한 내구도는 깎여 나간다. 34의 내구도를 가진 무기에서 10의 내구도를 수리한다고 했을 때 8을 성공한 경우, 내구도는 32가 되는 셈.

▲사실 퍼거스의 손이 자꾸 미끄러지는 건 미끄러지는 망치를 써서 그렇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건 퍼거스가 이렇게 수리를 실패했을 때 나오는 대사이다. 아이템 수리를 실패했을 때 퍼거스는 ‘아이쿠 손이 미끄러졌네’라고 말한다. 모험가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무기의 내구도를 까먹은 인간이 사과는 고사하고 미끄러졌다며 라며 딴청이라니! 이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퍼거스의 비주얼이 대장간 물 오래 먹었을 것 같은 건장한 중년 남성인 것이 이 짜증을 한 술 더 뜨게 만든다. 이런 염치없는 퍼거스의 대사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을 분노케 만들었고, 결국 마비노기 10주년 영상에서 ‘퍼거스가 무기 수리를 실패한 횟수’라는, 마비노기를 대표하는 지표 중 하나로 공개되었다.

▲‘아이쿠 손이 미끄러졌네’는 마비노기 공식에서까지 사용하는 자학 밈이 되어버렸다

게임은 수많은 텍스트들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의미로 게임을 대표하는 수많은 말들은 쉽게 지나치기 쉽지만 순간순간 게임에 강렬한 조미료가 되어 당신의 기억을 파고든다. 오늘 당신이 말하고 있는 수많은 언어들 중에서 당신이 즐기고 있는 게임의 텍스트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분명 당신의 삶의 즐거웠던 한 조각을 게임이 장식해 주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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