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에코 패키지, 어디까지 왔나

조회수 2020. 5. 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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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포장재 사용 줄일 수 있을까?

청아한 알림음과 함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고 문자를 읽어보니, 며칠 동안 기다린 택배가 도착했다는 내용이었다.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 앞에 도착하니 웬 커다란 택배 상자가 문 앞에 놓여있었다. 분명 내가 주문한 물건은 겨우 손바닥만 한 크기인데 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취인을 확인하고, 택배 상자를 열었는데 실소가 터져 나왔다. 주문한 물건보다 몇 배는 더 커 보이는 충전재가 상자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보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하나보다.


소비자 10명 중 7명 "일회용품 사용, 줄일 생각 있다"

▲일회용 포장재로 사용되는 비닐, 플라스틱, 스티로폼은 오랫동안 환경파괴의 주역으로 지목되어 왔다

이러한 충전재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충전재로 사용되는 비닐과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었고, 환경단체에서는 '친환경' 혹은 '에코'라는 단어를 내세우며 이들을 지적해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 8월부터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고, 올해 1월부터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테이프와 노끈이 사라졌다.

▲환경보호에 대한 윤리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처럼 환경과 자원보호에 대한 윤리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포장재 줄이기 운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은 마트를 갈 때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가급적이면 포장재가 적게 사용된 물건을 구입한다. 커피숍을 갈 때는 텀블러를 챙기고,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는 일회용 수저를 받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비닐과 플라스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환경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10명 중 7명은 플라스틱이 없는 마트로 구매처를 변경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전국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이 플라스틱 없는 마트로 구매처를 변경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응답자의 77.4%는 제품 구매 시 플라스틱 포장이 과도하다고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품 선택 시 개인에게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선택권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절반이 넘는 53.3%가 "선택권이 없다"라고 답했다. 즉 소비자들은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고 싶어 하지만, 판매처에서는 불필요한 일회용 포장재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TV 상자를 가구로 활용한다?

그렇다면 마트에서만 일회용 포장재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해도 엄청난 쓰레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택배 상자와 충전재로 사용된 비닐, 스티로폼만 해도 그 부피가 어마어마하다. 온라인 쇼핑을 했을 뿐인데, 환경파괴범이 된 듯한 느낌이다. 이 일회용품들을 의미 있게 재사용할 수 있다면, 그나마 마음이 덜 불편할 텐데 말이다.

▲삼성전자는 라이프스타일 TV 상자에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불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삼성전자가 팔을 걷고 나섰다. 더 프레임, 더 세리프, 더 세로 등 라이프스타일 TV에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4월부터 전 세계에 판매되는 라이프스타일 TV의 골판지 상자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개념을 도입했다. 상자 겉면에 도트 디자인을 적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내 조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TV 상자를 고양이 집, 리모컨 수납함, 잡지꽂이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는 포장재 상단의 QR코드를 통해 제작 매뉴얼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고양이 집이나 리모컨 수납함, 잡지꽂이 등을 만들 수 있다. 환경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에코 패키지는 해외 외신에 소개되어 호응을 얻었으며, 탄력을 받은 삼성전자는 5월 29일까지 영국 라이프스타일 전문 매체 '디진(Dezeen)'과 협업해 에코 패키지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에코 패키지는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홈쇼핑, 주류업계도 친환경 기업으로 한 걸음

▲CJ ENM 오쇼핑은 지구의 날을 맞아 에코 패키징 투게더 캠페인을 진행했다

친환경 포장재 사용에 나선 것은 비단 삼성전자만의 일이 아니다. CJ ENM 오쇼핑은 지구의 날을 맞이해 에코 패키징 투게더 캠페인을 진행했다. 택배 상자의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을 촉진하고, 과대포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앞서 CJ ENM 오쇼핑은 업계 최초로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한 바 있다. 비닐 대신 종이 완충재를 사용하고, 종이 행거 박스와 접착제가 필요하지 않은 에코 테이프리스 박스를 유통업계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이번 캠페인 역시 친환경 포장재 전환의 후속 활동으로, 협력사와 소비자에게 친환경 포장재 사용인식이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이프가 필요 없는 테이프리스 박스

우선 소비자들에게 발송되는 배송 알림 문자와 카카오톡 알림 서비스에 '종이박스는 택배 전표, 테이프 등 이물질을 제거한 후 접어서 배출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포함된다. 재활용 문화를 확산하고, 소비자들의 친환경 활동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또한 협력사들에게 맞춤형 적정 포장기준과 포장방법 등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포장공간 비율과 포장횟수를 줄여 과대포장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한다. 실제로 CJ ENM 오쇼핑은 237만 개의 친환경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고 OPP(Oriented Polypropylene) 테이프와 같은 플라스틱 재질의 포장재를 종이로 대체해 약 2,000km에 달하는 플라스틱을 감축하고, 의류 부직포 행거를 종이 행거 박스로 교체해 3t에 달하는 부직포 사용을 줄인 바 있다. 홈쇼핑 특성상 포장재를 일절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책임감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오비맥주도 카스 병맥주 포장상자를 재활용이 가능한 재생용지로 교체했다

오비맥주도 주류업계 최초로 맥주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한 상자로 교체했다. 앞서 오비맥주는 카스 500ml 병맥주 포장상자를 재생용지로 바꾼 바 있으며, 현재는 640ml 병맥주 포장상자를 교체하는 중이다. 새로운 포장상자에는 '에코 프렌들리(Eco Friendly)' 친환경 마크가 부착되어 있고, '환경을 위해 100% 재활용 용지로 제작한 패키지입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어 카스 브랜드의 친환경 노력을 선전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카스 캔맥주(355ml, 500ml)를 포장하는 플라스틱 필름도 한층 가벼워졌다. 오비맥주는 카스 캔맥주를 박스 단위로 포장하는 필름 두께를 대폭 축소해 연간 96t의 필름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63빌딩 전체를 56번 포장할 수 있는 양이다. 이 정도면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친환경 기업으로 평가할 만하다.

▲'에코 프랜들리' 마크가 부착되어 있다

친환경 포장재로의 전환, 이제부터 본격화되어야

▲일회용 충전재와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노력할 때다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일까? 아직까지는 그 성과가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유통업체에서 연간 어느 정도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주긴 하지만, 아직 소비자들이 체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업들이 일회용 포장재를 친환경 포장재로 대체한다는 점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이들의 노력이 본보기가 되어 중소기업들도 기존 패키지를 에코 패키지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10명 중 7명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생각이 있다고 밝힌 만큼,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친환경 포장재로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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