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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완전무선 이어폰이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시장 초창기에는 음향기기 브랜드 위주의 고가형 제품들이 주를 이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음질 면에서 타 브랜드를 압도했던 곳으로는 뱅앤올룹슨이 꼽힌다. 뱅앤올룹슨의 완전무선 이어폰 '베오플레이 E8'이 드디어 3세대로 출시됐다.

www.bang-olufsen.com | 450,000원

베오플레이 E8 3세대의 패키지 박스는 그간 흔히 접하던 완전무선 이어폰들과는 달리 꽤 큼직하게 제작됐다. 베오플레이 E8 3세대의 고급스러우면서도 특유의 세련된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3세대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함께 향상된 몇몇 기능들을 간략하게 표시해두고 있다. 부피는 크지만 무게는 일반적인 완전무선 이어폰 패키지 박스와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다.

구성품은 베오플레이 E8 3세대 본체와 충전 케이스, USB C 타입 충전 케이블, 그리고 취향껏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이어팁 여러 벌 등이다. 고가형 제품답게 이어팁 종류에는 차음성을 높여주면서도 착용감은 증강시켜주는 폼팁이 기본 제공된다.

패키지 박스 자체가 크다 보니 이어버드를 케이스 안에 넣은 채로 출고되는 타사 제품들과는 달리 베오플레이 E8 3세대는 박스 한편에 별도로 안전히 자리해있다. 뱅앤올룹슨 로고가 인쇄된 터치패드는 고급스러운 무광 소재라 튀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귀 밖으로 노출되는 영역이 큰 편이기는 하지만 이전 세대보다는 훨씬 줄어든 모습이다. 그리고 실제 착용 시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귀에 삽입되는 이어팁으로 이어지는 영역은 자연스러운 곡선 형태를 취하고 있다. 누가 쓰더라도 불편하지 않도록 나름 신경 쓴 모습이다. 귀 안으로 파고드는 곡선이 왼쪽 및 오른쪽 이어버드가 다르게 설계돼있어 좌우 유닛을 헷갈릴 일은 없겠다. 유닛 자체가 가벼워진 것도 마음에 든다.

충전 케이스는 베오플레이 E8만의 가죽 소재로 제작됐다. 1세대부터 이어진 형태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물론 외부 스트랩이나 내부 접점 등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베오플레이 E8의 정체성은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베오플레이 E8 2.0과 마찬가지로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베오플레이 E8 라인업은 일반적인 블루투스 이어폰 페어링과 같은 방법으로 스마트폰 연결만으로도 바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전용 앱을 통해 더욱 풍성한 청취 환경을 즐길 수 있다. 음향기기 전문 브랜드들의 제품들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베오플레이 E8 3세대 역시 마찬가지로, '뱅앤올룹슨(Bang&Olufsen)' 앱을 제공하고 있다. 뱅앤올룹슨의 음향 기기들을 이 앱 하나로 연결 및 제어할 수 있으며, 기기의 초기 설정 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앱만 설치한다고 해서 페어링까지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블루투스 설정에서 'Beoplay E8'을 찾아 연결하는 것은 기본이다.

베오플레이 E8 3세대가 연결되면 전용 화면이 활성화된다. 제품의 배터리 상태와 볼륨 조절 버튼 등이 있으며, 청취 모드는 '최적', 'Commute', 'Clear', 'Workout', 'Podcast', 그리고 사용자 취향에 맞는 청취 모드를 저장해 사용할 수 있는 '톤 터치' 등으로 제공되고 있다. 흔히 외부(주변)소리 듣기 모드로 통용되는 트랜스퍼런시 모드 역시 강화됐다. 한국어로 설정된 뱅앤올룹슨 앱에서는 이 기능을 '서라운드'라는 이름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라운드 단계는 아예 '꺼짐'부터 1~3단계까지 지원한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주변 소리가 더 잘 들리게 되며, 음악 감상 시 3단계를 선택하면 노래가 꺼진다.  

앱을 통해 보는 바와 같이, 베오플레이 E8 3세대는 노이즈캔슬링을 지원하지 않는다. 가격대를 감안하면 굉장히 아쉬울 수 있는 점임은 부인할 수 없다. 대신 '서라운드'를 '꺼짐'으로 설정하면 노이즈캔슬링과 거의 흡사한 청취 환경을 제공한다. ANC 특유의 귀가 먹먹해지는 현상은 없지만 폼팁을 이용하면 마냥 아쉽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베오플레이 E8 3세대의 착용감은 무난한 편이다. 특별히 착용감 면에서 매우 만족스럽다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수준이니, 무난하다는 표현이 제일 적당할 것 같다. 귀를 꽉 채우는 착용감이지만 오래 착용하고 있어도 귀가 피곤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당연하겠지만 베오플레이 E8 3세대에게 특히 기대되는 것이 음질이다. 간혹 몇몇 무선 이어폰을 청취하다 보면 노이즈가 섞여 들리거나 음을 고르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베오플레이 E8 3세대의 음질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세 가지 노래를 선정했다. 테스트 곡은 에이핑크의 '덤더럼', The Knocks, Captain Cuts의 'House Party', god의 '어머님께'다. 곡 음질은 AAC(320K), 청취 모드는 '최적'이다.

에이핑크의 ‘덤더럼’은 보컬의 목소리로 멜로디를 진행하고 있어 고음부터 중음을 잘 표현하는지가 관건인 곡이다. 그런 점에서 베오플레이 E8 3세대는 보컬을 깨끗하게 표현해 주면서도 이런 장르 특성상 묻힐 수 있는 반주의 디테일이 그대로 전해지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The Knocks, Captain Cuts의 'House Party'는 중저음의 비트로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끌고 가는 편인데, 중저음을 상당히 깨끗하게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보컬 목소리가 꽤 저음이지만 잡음이 섞이지 않아 깔끔했다. god의 '어머님께'의 경우 저음의 비트부터 고음의 보컬까지 폭넓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옛날 곡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 듣기 편안했다.

통화 품질 면에서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평가할 수 있다. 베오플레이 E8 3세대에는 이어버드 당 2개씩, 총 4개의 마이크가 탑재돼 기존보다 주변 소음은 감소시키되 더욱 목소리를 또렷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실제로도 통화할 때 상대방이 내 목소리를 듣는 것에 있어서는 별문제가 없었다. 물론 바람이 많이 불 때나 주위에 사람이 많을 때는 주변 소음이 완벽히 잡히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이어폰을 빼고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대는 일 없이도 통화가 가능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무선 이어폰 중에서도 음질 면에서 추천하는 제품으로 늘 손꼽히는 뱅앤올룹슨 베오플레이 E8. 그중에서도 3세대는 전 세대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개선한 모델로, 여러모로 현시점에서 가장 완전체라 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음질, 당연히 만족스러웠고 본문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터치패드의 감도가 엄청나게 예민하거나 둔하지 않아 컨트롤도 쉬웠던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물론 45만 원의 가격과 ANC의 부재는 아쉬울 수 있지만, 완전무선 이어폰의 가치를 음질 및 성능에 둔다면 당연히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