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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게임 파이널 판타지 14가 살아남은 방법

7년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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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갑작스럽게 접속자 수가 폭등해 3월 중순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저녁시간대면 5분 정도의 대기시간을 거쳐야 할 정도로 유저 수가 확 늘어난 게임이 있다. 놀라운 점은, 이 게임은 이미 한국에서 서비스한 지 약 4년 반이 지났으며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 다른 플레이어들과 겨루고 한 판이 1시간 이내로 끝나 짧은 시간 빠르게 즐기는 게임이 아닌 MMOPRG장르라는 것이다. 이런 갑작스러운 상승세를 일궈낸 게임은 바로 ‘파이널 판타지 14’. 일본의 명작 RPG 파이널판타지의 2번째 MMORPG시리즈이며 서비스 자체는 올해로 7년째 운영 중인 이 게임은 현재 전 세계 MMORPG 2위, 수십여 국에 서비스되고 있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빠른 게임 플레이를 좋아하는 주류 유저층의 특성상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벌써 페스티벌을 2회째 개최하고 있을 정도로 충성도 높은 고정 팬층이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접속자 수가 갑자기 증가한 이유,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2019년 12월 공개된 파이널판타지14의 4번째 확장팩, ‘칠흑의 반역자’의 로고


구 파이널판타지14

파이널판타지14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선 구버전 파이널판타지14의 서비스 종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구 파이널판타지 14는 수많은 게임웹진 및 평가단에서 일관된 혹평을 던지고, 개발사인 스퀘어 에닉스의 주식은 폭락했으며 시리즈 사상 최악의 흑역사로 평가될 정도의 졸작이었다. 너무나 수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어 하나하나 짚기도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게임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파이널 판타지’라는 타이틀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알 것이다. 스퀘어 에닉스는 이 시리즈를 완전히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부임된 것이 현재의 파이널 판타지14의 프로듀서 ‘요시다 나오키’. 지금도 전 세계의 유저들이 ‘요시다!!!’를 외치며 콘텐츠를 플레이할 때마다 애정 어린 분노(?)를 내뿜는 대상이다.

▲파이널판타지14의 총괄PD. 요시다 나오키


파이널판타지14의 서비스 종료 이벤트와THE REALM REBORN

▲파이널판타지14의 서버종료 이벤트. 하늘에 떠오른 불길한 빛의 달라가브

죽어가는 파이널판타지14에 부임한 요시다 나오키는 투입된 직후 큰 결정을 내린다. 바로 파이널판타지14의 서비스를 종료해버리겠다는 것. 하지만 국내의 수많은 MMORPG들처럼 공지 후 서버를 닫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가 한 일은 ‘게임 내 세계를 멸망시켜버리는 것’이었다. 하늘에서는 달의 위성인 ‘달라가브’라는 것이 불길한 빛을 뿜어대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거대해졌다. 땅에서는 제국군과의 전쟁과 더불어 몬스터들이 폭주했다. 이를 막기 위해 유저들은 세계멸망 이벤트에 비장한 마음으로 참여했지만 결국 플레이어들은 세계멸망을 막을 수 없었다. 달라가브가 지상으로 내려오고 서로 작별인사를 나누던 플레이어들에게 하나의 무비가 재생된다. 장대한 음악과 함께 달라가브에서는 거대한 용이 깨어나고 전 세계를 향해 불덩이가 날아든다. 용에게서 세계를 구하기 위해 한 노현자가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를 받아 용과 맞서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세계가 끝나려는 순간 노현자는 마지막 힘으로 사람들을 ‘5년 후’의 땅으로 텔레포트 시킨다. 그렇게 수많은 개발진들의 피와 땀 노력이 들어간 세계멸망을 끝으로 파이널판타지14는 종료되고 재건 프로젝트, ‘THE REALM REBORN’이 공개된다.

▲세계의 멸망과 재시작


신생 에오르제아

▲새로운 모험의 시작, THE REALM REBORN

게임 역사에 남을 화려한 서비스종료 이벤트 후 9개월, ‘THE REALM REBORN’이란 이름으로 파이널판타지14는 말 그대로 부활에 성공한다. 게임 곳곳에는 구 파이널판타지14의 세계멸망 이벤트로 인한 잔해들이 불길하게 남아있고 대위기를 극복한 직후의 세계관은 불안정하다. 하지만 구 버전의 플레이어 데이터는 그대로 신버전으로 넘어온다. 일부 NPC들은 구 버전의 플레이어를 기억한다. 환골탈태한 게임성과 곳곳에 살아 숨 쉬는 세밀한 설정을 기반으로 한 월드디자인과 요시다 아키히코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제작된 아기자기한 그래픽은 말 그대로 새로 태어난 수준. 그리고 기반인 글로벌 서버에서 첫 확장팩인 ‘창천의 이슈가르드’가 발매될 시점인 2015년, 한국에서도 게임의 배경이 되는 대륙 ‘신들에게 사랑받은 땅 에오르제아’의 이름을 딴 ‘신생 에오르제아’라는 서브타이틀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꾸준한 이유

▲모든 직업군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는 파이널판타지14의 전투

파이널 판타지14의 게임스타일은 국내 유저층에게는 그렇게 달갑지는 않은 색을 갖고 있다. 타격감과 전투의 스피드를 중요시하는 한국 MMORPG와 다르게, 파이널판타지14의 전투 시스템엔 ‘글로벌 쿨타임’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스킬을 한 ㄷ번 사용하면 무조건 글로벌 쿨타임의 시간만큼 캐스팅을 하거나, 글로벌 쿨타임이 지날 때까지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글로벌 쿨타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스킬들도 있지만 이는 대부분 30초~2분 정도의 긴 쿨타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글로벌 쿨타임은 파이널 판타지14의 메인 전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토벌전’에선 게임을 하는 재미요소로 바뀐다. 대부분의 전투는 ‘파티’를 위주로 돌아가며 최소 4인, 많게는 24인의 인원이 파티에 참여한다. 각 직군별로 명확한 ‘역할’이 있으며 모든 전투에는 파훼해야 하는 수많은 공격들이 있다. 이 공격에서 살아남고 전투를 끝내기 위해선 모든 조건에 걸맞게 움직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한된 스킬 사용은 ‘전술’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인 엔드콘텐츠 파티규모인 8인파티에서는 8명이 머리를 맞대고 단체 줄넘기를 하듯 순간순간 알맞게 줄을 넘어야 한다. 누군가는 땅을 짚어야 하고 누군가는 만세를 불러야 하듯이. 이 과정에서 맛볼 수 있는 재미는 RPG의 본래 뜻, ‘역할놀이게임’에 충실하다.

▲꾸준한 주기로 대규모 업데이트와 확장팩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또한 파이널판타지14의 업데이트 주기는 약 4개월이다. 4개월마다 무조건 던전 2개와 4개의 전투로 이루어진 8인 레이드 1세트 또는 21인이 참여하는 거대 레이드가 업데이트된다. 3-4시간을 열심히 뛰어다녀야 하는 분량의 메인 스토리 퀘스트와 레이드보단 쉽지만 역할놀이의 재미는 충분히 맛볼 수 있는 ‘토벌전’도 함께. 또한 8인레이드와 토벌전은 무조건 상위 난이도인 ‘영웅’과 ‘극’난이도가 함께 업데이트되는데, 이는 전투에 자신 있는 상위 유저들을 위한 콘텐츠이다. 동시에 2년 주기로 레벨 10의 확장과 함께 8개의 던전, 2개의 토벌전과 해당 레벨분량을 견인할 수 있는 메인 스토리 퀘스트 및 서브 퀘스트,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진행될 6개의 신규필드를 포함한 ‘확장팩’을 업데이트한다. 이 업데이트 간격은 다소 오차는 있지만 크게 틀어지지 않도록 유지되고 있다. 파이널판타지14는 한 캐릭터로 모든 직업을 키울 수 있고, 채집제작 등 다양한 생활 콘텐츠가 매 업데이트마다 함께 추가되니 여러 콘텐츠를 즐기며 기다리다 보면 약속처럼 새로운 콘텐츠를 보상받을 수 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란 파이널판타지14의 유저들에겐 없는 단어이다.


직접적인 소통 ‘레터라이브’

▲매 주기마다 요시다 PD가 한국에서 함께 레터라이브를 진행한다

이제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파이널판타지14는 매 업데이트 주기마다 ‘레터 라이브’라는 실시간방송을 연다. 이 레터라이브는 총괄PD인 요시다나오키 본인이 직접 진행하며 신규 콘텐츠에 대해 직접 설명한다. 단순 업데이트 내용에 대한 통보성 방송이기만 해도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점에서 이미 대단하지만 이 ‘레터라이브’의 진짜 대단한 점은 유저의 질문을 총괄 PD 본인의 입으로 대답해 준다는 것이다. 레터라이브를 통해 콘텐츠와 업데이트에 대해서만큼은 어떤 절차도 거치지 않고 개발진과 플레이어 간의 소통이 가능해진다. 글로벌서버의 레터라이브는 요시다 나오키가 직접 진행하며, 한국의 레터라이브는 관리자급 운영진이 진행한다. 또한 큰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PD 본인이 한국의 레터라이브에 참여하기도 한다. 해외 서버의 유저들 또한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을지라도 총괄 PD와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것.


드높은 이상과 꾸준한 발걸음

▲공식적인 딜미터기를 지원하지 않는 대신, 각 레이드별로 필요한 DPS량을 연습할 수 있는 나무인형 토벌전이 있다

파이널판타지14의 운영모토는 ‘사이좋게’이다. 서로 싸우지 말고,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다면 양보하며 플레이어들이 즐겁게 게임을 즐겼으면 한다는 이념이다. 이를 위해 파이널판타지14는 게임 내에서 공식적으로 ‘미터기’를 지원하지 않는다. 미터기란 전투 시 플레이어가 대상에게 얼마나 피해를 입혔는지 측정하기 위한 계산기이다. 주로 DPS(초당 피해량)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전투직으로 하여금 자신이 얼마나 피해를 많이 입힐 수 있는가, 즉 자신의 전투력을 확인하는 용도이다. 수많은 전투위주 MMORPG에서 이 미터기를 게임의 UI로 서비스하고 있거나, 플러그인을 통해 미터기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 하지만 파이널판타지14는 공식적으로 미터기 언급을 금지한다. 이유는 미터기를 통한 DPS언급이 힘을 얻을수록 게임에 서툰 플레이어는 적응하기 어렵고, 게임을 ‘사이좋게’ 플레이할 수 없기 때문. 하지만 파이널판타지14의 상위 레이드는 전투직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데미지를 입혀야만 넘길 수 있는 ‘DPS 체크 구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위 콘텐츠로 갈수록 이에 대한 불만이 꽤 큰 편이다.

▲현재 지원 중인 ‘서버간 텔레포트 시스템’. 서버의 구조상 금전적인 이득이 전혀 되지 않는 업데이트를 친구와 함께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감행한 샘이다

하지만 유저들의 사이좋은 게임을 위해 미터기만 금지하는 건 아니다. 파이널판타지14는 한 번 적응에 성공하면 성장곡선이 매우 가파른 게임이다. 다른 게임에선 1년 동안 현금으로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하는 현금재화를 투자해야만 상위 레이드에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파이널판타지14는 ‘점핑권’을 이용해 지난 확장팩들을 스킵하고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확장팩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노력 여하에 따라 1달이면 상위 레이드인 ‘영웅 난이도’에 도전할 수 있다. 또한 파티에 해당 던전을 처음 도전하는 유저가 있을 경우, 이미 클리어한 유저에겐 만렙 이후 장비 파밍에 필요한 ‘석판’을 추가 지급해 주거나,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쿠로의 공상수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받는다. 즉 신규유저나 미공략자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셈. 수많은 던전의 연출에 공을 들이는 게임의 특성상, 신규유저의 반응을 보는 건 덤. 또한 최근, 각 서버 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서버 간 텔리포트’를 업데이트했다. 이는 메이플스토리의 스카니아서버 유저가 자유롭게 베라서버로 놀러 갈 수 있는 것이고, 던전앤파이터의 카시야스서버 유저가 카인서버로 놀러 갈 수 있는 것. 이렇듯 파이널판타지14는 높은 이상을 내세우지만 동시에 이 이상을 위해 유저들이 마땅히 감수할 수 있는 보상들을 마련한다. 유저들의 충성도가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가장 오랜 동료, 시작부터 함께 해온 플레이어들을 향한 선물 ‘칠흑의 반역자’

▲운영진들조차 울면서 플레이했다는 칠흑의 반역자

그리고 19년 7월, 파이널판타지14는 4번째 확장팩인 ‘칠흑의 반역자 : Shadow bringers’를 공개한다. 무려 메타크리틱 91점, CCMagazine의 리뷰에서는 10점 만점, 오픈크리틱 92점에 98%의 추천을 받는다. 칠흑의 해방자는 역대 파이널판타지14의 모든 확장팩들 중 가장 스토리와 연출에 투자한 확장팩이다. 플레이어인 ‘빛의 전사’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거대한 소용돌이 같은 이야기는 13년, 신생 에오르제아부터, 또는 구 파이널판타지14부터 함께 해온 플레이어에게 개발진이 보내는 가장 큰 선물이다. 칠흑의 반역자를 구성하는 모든 스토리는 장장 7년간 선보였던 수많은 콘텐츠의 오마주이다. 작은 연출 하나하나까지 처음 모험을 시작했던 빛의 전사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 꾸준히 모든 확장팩을 플레이했던 플레이어는 눈물이 앞을 가릴 수밖에 없을 정도. 게임을 떠났던 유저들도 칠흑의 반역자를 즐기기 위해 돌아오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본인들도 빛의 전사가 되기 위해 파이널판타지14를 설치한다. 글로벌서버의 대박은 말할 필요도 없고, 타국가에 비해 약소한 한국서버조차 12월에는 주말 접속 대기자수 수백 명대를 기록하고, 다음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는 지금도 저녁시간대에는 3분 정도는 대기해야만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동시 접속자 수를 유지하고 있다.


파이널판타지14를 통해 생각해보는 ‘방향성’

▲곧 공개될 확장팩의 신규 레이드. 플레이어들이 니어오토마타의 콜라보를 원하자 아예 공식 24인 콘텐츠로 추가해버리는 위엄을 보여준다

파이널판타지14의 오랜 인기 요인을 요약하자면 총 3가지다. 첫 번째, 유저들을 배신하지 않는 꾸준한 업데이트. 두 번째, 개발자와 유저들 간의 직접적인 소통. 세 번째, 신규유저가 쉽게 적응하고 쉽게 올라올 수 있도록 배려하는 동시에 기존 유저들에게 보상과 고마움을 잊지 않는 것. 언제나 완벽한 업데이트만 진행했던 것도 아니다. 첫 번째 확장팩인 ‘창천의 이슈가르드’의 첫 번째 8인레이드는 영웅난이도에서 던전 디자인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이전 확장팩인 ‘홍련의 해방자’는 메인스토리에서 혹평을 받았다. 큰 규모로 추가된 신규 콘텐츠였지만 더 이상 플레이어들이 찾지 않는 콘텐츠도 있다. 파이널판타지14의 업데이트 역사는 끊임없이 실패를 쌓아 올렸다. 하지만 세 번째 확장팩에서 메인 스토리에서 실패했어도 홍련의 해방자는 메인 스토리에서 가장 박수받는다. 밸런스는 언제나 뒤죽박죽이지만 기피되는 직업군은 있어도 완전히 배제되는 직업군은 없다. 한 번 망한 콘텐츠는 플레이어들의 소리를 듣고 개선안을 찾는다. 플레이어들이 보내는 사랑에 개발진들과 PD 또한 노력으로 보답해온다. 짧은 서비스와 게임 리부트, 그 후로 7년 동안 이 게임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방통행의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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