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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바이브'의 음원 시장 개혁, 음원 사재기 끝낼까?

조회수 2020. 3. 23.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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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해결 방법은?

지난해 11월,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몇몇 가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정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동안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이들은 존재했지만, 박경처럼 실명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큰 파장이 일었다.


그동안 내 이용료가 사재기 음원 저작권자의 지갑으로 들어갔다고?

▲보통 음원 사재기는 가계정과 불법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음원 사재기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음원 사재기 이전에는 음판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음반 사재기가 판을 쳤지만, 음원 기반으로 가요계가 재편되고 각종 음악방송 점수에 음판 판매량이 들어가는 비중이 낮아지면서 음원 사재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음원 사재기란 브로커를 통해 일정 금액의 돈을 지불한 뒤 특정 가수의 특정 음원을 스트리밍해 음원 순위 목록과 실시간 스트리밍 순위 등의 음원 관련 기록들을 조작하는 불법 행위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음원 사이트 가계정, 불법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루어지며, 음원 사재기의 대상이 된 곡은 하루에 몇천 번 이상 스트리밍 된다.


음원 사재기는 201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직 이를 뿌리 뽑을 만한 방안은 없다. 오히려 2013년에 저작권료 징수법이 개정되면서 특정 음원을 스트리밍했을 때 일정 금액이 무조건 저작권료로 회수되어 단기간에 높은 금액을 벌 수 있게 되자 아티스트를 띄우고 싶은 제작자는 물론 저작권을 보유한 작곡가와 작사가 사이에서도 음원 사재기가 횡행하게 되었다. 이후 2016년에 음악산업진흥법이 개정되어 음원 사재기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음원 사재기로 잃게 되는 것보다 얻게 되는 것이 더 많다 보니 여전히 '듣도 보도 못한' 음원들이 다수의 음원 사이트 인기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인기차트에 포함되기만 하면 스트리밍 횟수가 보장되기 때문에 음원 사재기가 판을 치고 있다

이쯤 되니 인기차트에 들면 어떤 이점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음원 스트리밍에 따른 수익 배분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먼저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음원 사이트들은 모두 '인기차트 TOP 100'에 포함된 곡을 재생목록에 올리는 기능을 지원한다. 물론 일반 이용자들은 인기차트를 신뢰하지 않은지 오래지만, 자영업자들은 매장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이 기능을 이용해 자신이 운영하는 매장에 음악을 튼다. 심지어 최상위권에 있는 노래는 재생목록에 여러 번 추가하기도 한다. 이용자들이 많이 들어서 1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1위를 만들어 놓으면 이용자들이 듣게 되는 것이다. 이후 음원 사이트들은 인기차트에 포함된 음원들을 스트리밍 횟수가 많은 순서대로 줄을 세워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전체 이용자의 구독료를 배분한다.


이러한 수익 배분 방식을 비례배분제라고 하는데, 음원 사이트의 측면에서는 전체 음원이 재생된 수에 비례해 음원 사용을 정산하는 합리적인 방식일 수 있지만, 아티스트에게는 '내 음악을 들은 이용자의 규모'보다 '플랫폼의 절대 재생 규모'가 음원 정산액 규모에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만든다는 불만이 생기게 된다. 사용자가 매달 음원 사이트에 1만 원의 구독료를 지불하고 가수 A의 노래만 듣는다고 해도, 구독료 1만 원이 그대로 A에게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가수 B, C의 음원이 스트리밍 순위에서 1,2위를 기록하면 구독료는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한 B, C 위주로 배분되니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는 볼멘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정산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바이브'

▲네이버는 바이브를 통해 새로운 정산 방식을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바이브(VIBE)가 칼을 빼들었다. 상반기에 이용자가 실제로 청취한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이용료를 전달하는 'VPS(VIBE Payment System)'을 선보여 아티스트와 팬의 연결고리를 뚜렷하게 만들겠다고 밝힌 것이다. VPS가 도입되어 플랫폼 중심이 아닌 이용자 중심으로 수익 배분 방식이 바뀌게 되면 이용자들은 자신의 이용료가 어떤 아티스트에게 전달되었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음원 시장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사재기 음원은 정산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인기차트에 굳이 이름을 올릴 필요가 없어지므로 조작된 인기차트를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고, 비주류 장르 음악 활동을 펼치는 독립 아티스트들은 팬들의 응원을 직접적으로 전달받아 건강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비례배분 방식에 비해 아티스트에게도 이용자에게도 합리적이니, 그야말로 윈윈(Win-Win)이다.

▲현재 네이버는 VPS 도입을 위해 유관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상반기에 VPS를 시작하기 위해 음원사와 유통사 등 유관기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용자가 재생관련 데이터와 정산금액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중이다. 이에 이태훈 네이버 뮤직 비즈니스 리더는 "이번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 변경은 아티스트를 위한 바이브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개선을 통해 아티스트와 팬, 서비스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들을 계속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소극적인 자세로 관망하는 경쟁 플랫폼

▲경쟁업체인 멜론과 지니뮤직은 바이브의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바이브가 이용료 정산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히자 다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듣지도 않은 음원에 이용료가 가는 비례배분제는 불합리하다"라고 주장하는 바이브와 달리, 멜론과 지니뮤직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례배분제를 활용하고 있다"라고 반기를 들며 비례배분제를 유지할 것을 예고했다.


먼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의 선두주자인 멜론은 "현재의 비례배분제는 사업자와 저작권자, 소비자단체, 외부 전문가, 문화체육관광부가 협의를 통해 정한 방식"이라며 "당장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유관기관과 이용자의 의견은 경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지니뮤직도 가세해 "음원 권리사 및 협회, 정부 등과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바이브의 결정이 현실화되긴 어려워 보인다"라며 바이브의 VPS 도입을 비판했다. 이들은 "음원 사재기와 비례 배분제의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정산 방식부터 들고 나오는 것은 동의를 얻기 힘들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기존 비례배분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보니 새로운 정산 방식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요 음원 플랫폼들이 대형 연예기획사와 지분상 연결되어 있거나 이들의 음원 유통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가 이번 일로 대형 연예기획사와 음원 공급사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네이버의 VPS 도입은 정부의 승인 없이 독자적인 시행이 가능하다. 합의에 의한 규칙일 뿐, 강제적인 조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음악 저작권자들의 신탁 단체 등과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대표적인 신탁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측은 이와 관련해 "협의가 진행된 바 없다"라고 일축했다.


바이브의 VPS 도입, 실현될 수 있을까?

▲바이브의 VPS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경쟁 플랫폼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가 상반기 중에 바이브를 통해 VPS를 선보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조차도 국내외 사업자들의 이견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정산 방식이 협의 및 시행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례배분제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음원 사재기와 차트 조작에 환멸을 느낀 이용자들이 바이브의 용기 있는 시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VPS 도입이 무산될 경우, 바이브의 행보에 제재를 가한 경쟁 플랫폼과 유관기관이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아직 상반기가 절반 정도 남은 지금은 네이버가 VPS를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네이버가 바이브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이용료 정산 방식을 보여준다면, 더 많은 음원 플랫폼 사용자들이 바이브로 환승하는 모습을 보일지도 모른다. 이미 네이버가 VPS 도입을 언급한 시점부터 바이브로 갈아탄 이용자가 적지 않으니 완전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만약 그러한 상황이 펼쳐진다면 지금 바이브를 비판하고 나선 경쟁 플랫폼들도 하나둘씩 정산 방식을 바꾸고, 건강한 음원 시장을 만드는 데에 일조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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