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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도촬? 스마트폰 100배 줌 시대, 괜찮은가

스마트폰 100배 줌의 시대,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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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이 최근 내놓은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의 홍보 영상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신제품 ‘X100V’의 영상이 일본의 사진작가 ‘타츠오 스즈키’를 소재로 삼으면서 불거진 논란이었다. 그는 길거리의 행인들에게 급작스레 카메라를 들이밀고 촬영을 해,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다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작풍을 가진 작가다. 홍보 영상은 그가 후지필름 신제품을 들고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영상에는 찍히는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싫어하거나 피하는 모습이 함께 담겨 있었다. 영상을 열람한 이들은 이러한 작법을 ‘도촬’이라고 비난했다. 후지필름 소식을 전하는 후지루머스가 행한 투표에서도 절반이 넘는 참여자들이 이 영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결국 후지필름은 본 영상을 자발적으로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고, 타츠오 스즈키의 이름도 X100V의 홍보활동에서 지워졌다.

▲스마트폰 100배 줌의 시대, 이대로 괜찮은가


도촬, 그리고 카메라 성능

후지필름의 일화는 ‘도촬’이라는 행위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을 보여준다.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람을 촬영하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은 해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도촬, 몰래카메라 등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가 약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설사 촬영자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촬영하고 또 당하는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추세다. 이는 도촬로 인해 벌어지는 범죄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현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대 100배 줌이 가능한 압도적인 성능의 카메라를 선보인 갤럭시S20울트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 발생 건수는 2016년 5,185건에서 2017년 6,465건, 2018년 5,925건으로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범죄에 속한다. 도촬로 인해 사회적인 물의를 빚은 유명인도 최근 생겨났다. SBS의 김성준 전 앵커는 작년 7월 3일 밤 11시 55분경 서울시 영등포구청역 안에서 원피스를 입고 걸어가던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그는 범행 사실을 부인했으나, 스마트폰에서 몰래 찍은 여성의 사진이 발견돼 혐의가 입증된 바 있다.

▲달 표면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성능으로 알려진 스페이스 줌

누군가를 몰래 촬영한다는 행위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 손안의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은 해가 지날수록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갈수록 도촬하기 좋은 디바이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스마트폰의 성능 경쟁이 단말기들의 스펙 상향평준화로 인해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워짐에 따라, 각 단말기 제조사들은 카메라 성능의 향상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삼성전자에서 발표한 갤럭시S20 시리즈의 성능은 엄청나다. 최대 100배 줌이 되는 ‘스페이스 줌’ 기능은 동세대의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전문 촬영 장비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는 카메라 기능을 담은 단말기로 갤럭시S20 시리즈가 출시됐다.


스마트폰 카메라로100배 줌이 가능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S20 시리즈의 세 제품은 모두 눈에 띄는 카메라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갤럭시S20과 갤럭시S20플러스는 30배 줌이 구현돼 있으며, 가장 높은 성능을 가진 갤럭시S20울트라는 100배 줌까지 지원된다. 갤럭시S20울트라는 1억 800만 화소를 지원하며, ‘폴디드 줌’ 기능을 활용해 광학 10배 줌을 구현했다. 10배 줌까지는 화질의 저하 없이 촬영할 수 있으며, 여기에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사진을 자르고 이어 붙여서 열화가 심한 부분을 보정하는 100배 줌 ‘스페이스 줌’까지 실현됐다.

▲맞은편 아파트 창가 정도는 바로 눈앞처럼 당기는 것이 가능하다

갤럭시S20 시리즈의 카메라 기능은 가히 혁신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 제품의 출시를 마냥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이들도 존재한다. ‘도촬’을 우려하는 층이다. 100배 줌이 가능해지면 이제 우리 생활 속에 카메라 촬영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기만 하면 그동안은 멀기만 했던 건너편 아파트의 창가를 손에 잡힐 정도로 당겨서 보고 촬영할 수 있다. 100배 줌으로 찍은 사진의 품질이 일반 촬영물보다 떨어진다는 점이 반론으로 제기되긴 하지만, 원천적으로 촬영이 불가능한 것과 가능해진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100배 이상의 줌이 가능한 장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갤럭시S20울트라 전까지 100배 이상의 줌이 되는 디바이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카메라 메이커들이 내놓고 있는 전문가용 제품들은 100배 이상의 줌을, 심지어 화질의 열화 없이도 찍을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들에는 스마트폰 외에 별도의 장비로 갖춰야 한다는 진입장벽, 그리고 제품의 부피 때문에 갖게 되는 원초적인 사용성의 한계가 존재한다. 스마트폰은 다르다. 언제나 사람들의 손아귀, 주머니, 책상 위에 존재하는 디바이스이며, 꺼내서 피사체를 촬영하기도 전문 카메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기에 갤럭시S20울트라 출시와 함께 도촬 우려가 부각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고배율 카메라 경쟁은 계속된다

업계를 선도하는 삼성전자에서 고배율의 카메라를 특장점으로 플래그십 라인업을 선보였으니, 다른 제조사들도 이를 좇을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벌써부터 많은 제조사들이 갤럭시S20울트라만큼은 아니더라도 만만치 않은 스펙의 고배율 카메라를 킬러콘텐츠로 내세워 신제품 디바이스들을 쏟아내고 있다. 샤오미는 갤럭시 언팩 행사가 열리던 날 하이브리드 10배 줌의 강력한 성능을 갖춘 신형 스마트폰 ‘미10프로’를 발표했다. 오포 또한 신형 스마트폰 파인드X2프로에 하이브리드 60배 줌을 장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배율 카메라의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샤오미의 최근 플래그십 모델도 카메라를 최대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혹자는 ‘셔터음’을 이야기하며, 고배율 스마트폰의 도촬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카메라는 촬영 시에 셔터음이 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흔히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성폭력처벌법,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서 강제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몰카 사용 용도를 막기 위해 국가표준으로 셔터음이 지정됐으며, 이에 따라 방송통신표준심의회가 카메라 폰 촬영음 크기를 2011년 6월 20일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33조 1항 및 동법 시행령 제22조에 따라 국가표준으로 제정했기 때문이다.

▲몰카 방지를 위한 셔터음 탑재는 이제 의미가 없는 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100배 줌으로 도촬을 할 경우에는 이와 같은 국가표준이 무의미해진다.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 표준에 따른 셔터음은 음량을 최소화하더라도 60~68dB 크기의 셔터음이 나도록 하고 있는데, 60dB은 1m 거리에서 들리는 말소리 정도의 음량이다. 셔터음이 들리지 않는 곳에서 스마트폰으로 피사체를 촬영하는 것이 유용해진 지금의 상황에서는, 셔터음이 몰카나 도촬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그뿐만 아니라 앱 마켓에는 셔터음 없이 피사체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앱들도 많이 등록돼 있다. 즉 현행제도 하에서는 신형 스마트폰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먼 거리에서의 도촬, 몰카를 방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규제를 말하기 이전에 해야 할 것

현재의 갤럭시S20울트라의 100배 줌은 기술을 과시하기에는 좋은 기능이지만, 실사용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100배 줌으로 촬영된 결과물은 인공지능을 통한 보정이 가해짐에도 불구하고 화질의 열화가 상당하다. 갤럭시S20울트라의 판매와 함께 누구나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모습이 펼쳐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예상을 항상 뛰어넘는다. 갤럭시S20 다음에 출시될 제품들은 훨씬 더 진보된 카메라 성능을 가지게 될 것이며, 머지않아 100배 줌의 결과물을 화질 열화 없이 얻게 될 날도 오게 될 것이다. 지금의 100배 줌이 활용성이 낮기 때문에 이를 아직은 간과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고배율 스마트폰 카메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될 때라는 이야기다.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고배율 카메라 경쟁은 더 거세질 것

그렇다면 법적으로 고배율 카메라의 스마트폰을 만들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미 시장에는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먼 거리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가 많이 출시돼 있으며, 우리가 이를 규제하고 삼성전자가 고배율 카메라를 갤럭시에 탑재하지 못한다고 해서 스마트폰 고배율 카메라 경쟁이 멈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도촬, 몰카에 대한 규제를 보다 강화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지책이 될 것이다.

▲촬영에 대한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카메라 등으로 타인의 동의 없이 그 신체를 촬영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물 또는 그 복제물을 전시, 상영, 배포할 경우에도 같은 형량이 적용되며, 영리 목적을 취할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는 도촬, 몰카에 대해 제대로 중심이 잡히지 않은 오락가락하는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많이 봐 왔다. 이제야말로 사회적인 몰카, 도촬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환기하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적 처벌망을 갖춰서 문제의 발생을 원칙적으로 방지할 필요가 있는 때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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