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 뜨는 스마트시티 사업, 실체가 없다?

조회수 2020. 3. 4.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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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티 사업의 현재와 미래

‘스마트’라는 수식어가 붙은 새로운 말들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을 꼽으라면 단연 ‘스마트시티’가 첫 번째로 꼽힐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유형의 전자 데이터 수집 센서를 사용해 자산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시 지역’을 뜻한다. 보다 더 똑똑해진 단일 제품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운영 및 서비스에 관련된 데이터와 인프라 전체를 통합하는 개념으로, 지금까지 논의된 어떤 스마트화 신사업들보다도 그 규모가 크다. 물론 자연스레 사람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도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껏 사람들이 그려온 도시의 미래 생활상을 개념화한 스마트시티는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 하에 가시화될 전망이다.

▲첫 삽 뜨는 스마트시티 사업, 실체가 없다?

한국형 스마트시티를 주목하다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세종시, 부산광역시 등을 국가 시범도시로 삼고 스마트시티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20년 2월 현재 세종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 두 곳이 국가 시범도시로 지정돼 있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국토도시실 소속의 스마트시티 조성 전담 조직을 출범했다. 서기관이 총괄하는 다섯 명 규모의 신설팀은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지정, 관련 계획 수립 시행 및 관리, 국제 협력 및 해외 진출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조성될 시범도시를 통해 ‘한국형 스마트시티’ 모델을 정립하고 이를 수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작년 108조 원이 투자된 것으로 집계되는 스마트시티 사업

국토교통부가 열을 올리고 있는 스마트시티는 그렇다면, 과연 정확하게는 어떤 사업을 가리키는 걸까. 스마트시티란 단순히 하나의 제품을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인프라를 ‘스마트’하게 구축하는 국지적인 사업을 이야기한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인공지능, 공유경제 등 최근 몇 년 동안 화제가 된 대부분의 키워드를 품고 있는 개념이며,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도 이러한 기조 하에서 계획되고 있다.

▲‘스마트’라는 말이 붙은 사업들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클 것이다

스마트시티란 스마트한 도시를 새로 구축하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존의 노후화된 지역을 다양한 혁신 기술과 접목시켜 진보적으로 바꾸고, 기존의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스마트시티는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82.5%에 달한다. 높은 도시화율로 인해 한계에 달한 인프라를 새로이 정비하고, ICT를 활용해 기존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에서는 스마트시티 투자에 108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2025년까지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을 세운 상태다.


시범사업지 시작, 점진적인 확대 목표

앞으로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스마트시티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지역 전략으로, 이는 ‘도시성장 단계별 접근’이라고 설명된다. 시범사업지(세종 5-1생활권, 부산 에코델타시티)를 선정해 개발하고, 이것이 정착되면 기존의 도시들을 스마트화하면서 확대해 나간다. 아울러 스마트시티 기술이 성숙되면 기존의 노후화된 도시들에 스마트솔루션을 접목해 시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식으로, 지역별로 단계에 따라 달리 스마트시티 사업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제어되고 데이터가 집적되는 지역을 목표로 한다

두 번째는 기술에 대한 전략으로, ‘사람 중심의 맞춤형 기술 도입’이다. 시범도시로 지정된 곳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차세대 네트워크 등 미래 공통 선도기술부터 자율주행, 가상현실 등의 체감기술까지 보다 공격적으로 기술을 도입해 나갈 방침이다. 그리고 기존의 확고한 생활 양태를 가진 도시들에는 시범도시로 지정된 곳에서 검증된, 혹은 기업 등이 상용화한 안정적인 기술들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스마트시티화를 추진할 것으로 계획돼 있다.

▲다음 세대의 먹거리로 꼽히는 자율주행 또한 스마트시티를 통해 본격적으로 테스트될 전망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스마트시티 사업의 주체에 대한 전략으로, 이는 ‘주체별 역할 재정립’이라고 설명된다. 정부가 스마트시티에 관한 법령을 적극적으로 제정 및 개정하며, 이를 위한 표준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민간 기업들이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인력을 양성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기업에 대한 해외진출, 국제협력을 지원한다. 또한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하고, 크라우드 펀딩 등의 수단들도 적극적으로 고려될 예정이다. 정리하자면 정부는 스마트시티를 위해 시범지역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스마트시티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검증된 기술들은 기존의 도시들로 확대해 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제도를 마련해 민간과 기업의 투자와 참여를 최대한도로 끌어낸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성과가가시화된다는데

정부의 스마트시티 사업 추진이 가시화된 것은 2018년 1월부터였다. 국가 시범도시의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해 4차 산업 전문가를 영입해 사업이 추진됐으며, 오는 2021년 말부터는 시범도시에 최초로 주민이 입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곳의 시범도시는 각기 추진되는 사업들이 다른데, 세종 5-1생활권은 모빌리티, 헬스케어, 교육, 에너지, 거버넌스, 문화와 쇼핑, 일자리 등 7대 서비스를 중심으로 도시를 조성하는 걸 테스트하는 공간으로 준비되고 있으며, 부산 에코델타시티에서는 기존의 도시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신산업을 육성하는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조성에서부터 운영까지 공격적으로 이뤄질 세종 5-1생활권

올해부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내년에는 성과가 가시화될 스마트시티 사업을 통해 정부는 우선 재정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규제 개선에 나선 상황이다. 규제개선을 위해 ‘스마트도시법’이 2018년 7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 개정됐으며, 국가 시범도시 신산업 육성을 위한 특례와 기존 도시들의 사업 면적제한 폐지 등이 추진됐다. 예산도 2017년 49.8억 원, 2018년 142.6억 원, 2019년 703.6억 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기존의 도시문제 해결에 관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질 부산 에코델타시티

사업의 추진을 위해 정부에서 ‘마스터플래너’로 내세운 인물은 ‘알쓸신잡’, ‘과학콘서트’ 등으로 유명한 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였다. 정재승 교수는 부산, 세종 지역 스마트시티 총괄 책임자로 임명됐으며, 정부는 그가 중국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한 경력을 책임자 선정 근거로 제시했다. ‘4차 산업의 전문가’가 책임자로 임명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예산을 대폭 늘린 스마트시티 사업은 그렇다면 지금 현재 어느 정도로 진척돼 있을까. 정부의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마트시티 사업은 아쉽게도 정재승 교수가 세종시 총괄 책임자로 발표된 이후부터 조금씩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도 실체가 보이지 않는

현재 스마트시티 사업 진행에 우려로 지적되는 논란거리는 크게 ‘느린 진척도’와 ‘정보 공개의 불명확함’, 그리고 ‘총괄 책임자의 자질’의 세 가지로 정리해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진척도와 정보 공개의 불명확함은 몇 번의 기자회견과 공청회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실체가 아직까지도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여전히 스마트시티 사업은 청사진만 제시될 뿐,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들이 추진될 것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개별 지자체들의 사업 참여 및 투자 공약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주요 시범도시에서의 추진 로드맵은 오랫동안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2019년 7월 공개될 예정이라던 로드맵은 올해로 미뤄졌으며, 겨우 올해에 이르러서야 오는 6월 컨소시엄 특수목적법인을 공모해 선정할 것이라는 대체적인 윤곽을 잡은 상황이다. 대체적인 윤곽이 잡혔다는 것은 다시 말해, 아직도 구체적인 계획들은 오리무중이라는 이야기도 된다. 정부는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비해 세종 스마트시티의 착공이 늦어진 점에 대해, 공유차 중심 주거지 등 혁신적인 모델 도입에 따른 이견 조정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정부가 이야기하는 스마트시티는 개념만 있을 뿐 ‘과정’이 생략돼 있다

세종 스마트시티 총괄 책임자인 정재승 교수의 자질 논란은 한 종편 프로그램의 문제 제기로 인해 불거진 것이다. 해당 방송은 정재승 교수의 마스터플래너 선정의 가장 주된 이유였던 중국 스마트시티 사업이 실체가 없으며, 동료 교수의 경력을 가로챈 것이라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업무 진행에 있어서도 정재승 교수는 마스터플랜 작성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와 의견이 달라, 조율에 상당한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논란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스마트시티 사업의 총괄 계획자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는 내부 논의가 있다”라며, 현재의 정재승 교수의 역할을 보다 축소할 것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금번 총선에서 스마트시티는 주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마트시티 시범지역에 투여될 사업 예산은 1조 8천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사업은 도시 조성에도 대규모의 비용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이 성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이 투여될 사업이다. 내외부의 진통으로 다소 늦어진 스마트시티 사업은 정부가 향후 해외 수출까지 상정하고 있는 중요한 전략 사업이다. 정부의 청사진과는 달리 현재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사업은 아직 제대로 첫 삽을 뜨지 못한 상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스마트시티라는 보기 좋은 외양과는 달리, 실체는 건설 경기 부흥을 위한 SOC 사업으로 변질될 것이 무엇보다 우려된다. 기왕 늦어진 상황이라면, 부디 이를 기회로 삼아 서두르지 말고 다시 한번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검증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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