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CES & MWC, 과연 필요할까?

조회수 2020. 2. 6.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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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한국판 CES, MWC로 부상할 수 있을까?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 기술협회가 주관하는 본 행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ICT 융합 전시회로 1967년 미국 뉴욕시에서 시작됐다. 본래는 전자제품 위주의 전시회로 시작된 본 행사는 ICT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현재는 가전제품은 물론 자동차, 인공지능, 플랫폼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전시회로 발돋움한 상태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를 좇아, 한국판 CES를 표방하는 새로운 전시회를 작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라는 이름의 행사를 지난 2019년에, 그리고 올해에는 바뀐 간판을 걸고 말이다.

▲한국판 CES & MWC 개최, 과연 필요한 일일까?

졸속으로 치러진 작년의 한국판 CES

문제는 작년 처음으로 치러진 본 행사가 급하게, 졸속으로 치러졌다는 점이다. 작년 본 행사는 1월 29일부터 3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됐다. 청와대의 주도로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했으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코트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창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했다. 참가기업으로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네이버랩스를 비롯한 중견,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40여 개 회사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판 CES를 표방하고 급하게 치러진 전시회,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

정부는 이 전시회를 CES의 축소판 행사로 표방했다. CES에 출품된 한국 기업들의 제품, 기술들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하는 행사로 기획된 것이다. 하지만 정작 행사의 참가 기업들에게는 이와 같은 개최 지침과 일정이 뒤늦게 통보된 것으로 전해진다. 불과 행사 개최 열흘 전쯤 급박하게 기업들에게 일정이 통보됐으며, 기업들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CES에 출품된 제품들을 동대문 부스에 똑같이 가져와 전시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전시회를 방문하면서 개최 당일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애초에 전시회의 취지가 CES 출품 기술들의 재전시였으니, 당초의 목적은 달성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시의 과정에서도 졸속 진행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관람객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질 만한 화제의 LG전자 롤러블 TV는 짧은 기간 급하게 준비된 터라 제품 조달 일정을 조율할 수 없어 전시회 첫날에만 전시됐고, 일부 업체들은 미국 전시 제품이 일정에 맞춰 도착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전시할 제품이 부족해 임원 방에 있던 개발 제품을 급하게 공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보도 부족했으며 볼거리도 모자라 관람객 유치에 애를 먹기도 했다.


시장 지배자적인 플레이어는 없는

CES에서와는 다른 전시회의 질적 측면도 문제가 됐다. 일부 업체들은 작은 부스의 크기 때문에 시연을 제대로 할 수 없었으며, LG전자는 복잡하고 어려운 맥주 제조과정을 자동화한 ‘LG 홈브루’의 맥주 시음회를 진행할 수 없었다. 2주 전에 미리 캡슐을 넣어둬야 함에도 촉박한 일정 때문에 준비할 시간을 미처 갖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행사가 평일인 화, 수, 목요일에 걸쳐서 진행이 된 점도 문제였다. 낮에 오픈해 오후 6시에 폐관된 탓에, 시간대에 맞춰 전시회를 방문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 세계 최대의 행사로 자리를 잡은 CES, 올해도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촉박한 준비 일정도 문제였지만 전시 일자로 인해 찾아오는 관람객도 적다. 자연스레 들이는 품만큼의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전시회의 또 다른 목적인 유통사, 투자자, 바이어와의 만남도 제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마케팅도, B2B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본 전시회는 기업들에게 있어서는 주관 기관의 요청만 아니었더라면 참여할 필요를 찾기 힘든 행사로 남고 말았다.

▲화제를 모은 롤러블 TV는 한국판 CES에 단 하루만 전시됐다

산업 전시회는 비즈니스의 장이다. CES의 경우에는 참가자 평균 33번의 미팅을 진행하면서 이들이 약 54억 km의 출장거리를 절약할 수 있는 기회로 이야기된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에 따르면 약 48%의 참가자가 구매결정 혹은 전략적 파트너십 형성을 위해 CES 참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에 치러진 한국판 CES는 참가자들의 이러한 필요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2019년의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는 말 그대로 ‘보여주기’를 위한 전시행정의 대표적 사례가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는 ICT 전시회가 없었나

한국판 CES를 급히 준비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1969년부터 매년 ‘한국전자전’을 개최하고 있다. 참가기업이 500개사를 넘어가며, 참관객도 몇 만 단위다. 올해에도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될 것이 미리 발표된 본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주관한다. 한국판 CES와 동일하게 말이다. 뿐만 아니라 오는 5월에는 역시 동일한 취지의 ‘월드IT쇼 2020’이 코엑스에서 치러질 예정이기도 하다.

▲50년의 역사를 가진 전시회, 한국전자전

취지가 중복되며 주관하는 기관이 같은 행사가 있음에도 올해도 어김없이 본 전시회는 치러질 예정이다. 올해는 CES는 물론 세계 최대의 모바일 전시회인 MWC(Mobile World Congress)의 한국판까지 겸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회 명칭은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으로 지난번과는 달라졌다. 세계무대에서 주목받은 국내 기업들의 신기술을 국민들도 체감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전시회의 취지는 바뀌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본 전시회에는 1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여될 예정이다.

▲한국판 CES와 주제가 겹칠 뿐 아니라 시기도 가까운 ‘월드IT쇼’

정부는 작년과 올해의 전시회는 다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전시 참여기업을 대폭 늘리는 한편 기업 간의 거래도 활성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내달 17일부터 19일까지 치러지는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은 과연 작년의 실패를 만회하고, 화려하게 한국판 CES, 한국판 MWC로 부상할 수 있을까. 아쉽지만 현재의 시점으로서는 이도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과 그다지 바뀐 것이 없어 보이는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은 CES 2020과 MWC 2020의 일정 사이에 열린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계적인 두 행사의 참여 준비만으로도 벅찬 때에 국내 행사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두 행사의 출품되는 제품을 그대로 전시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를 위해 들어가는 품은 그리 적지 않다. 더군다나 MWC와는 너무 근접한 일정이다. MWC 2020 일주일 전에 치러지는 본 행사는 참가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전 세계적인 주목을 끄는 메인 행사를 앞두고 신제품을 국내에서 먼저 공개하는 것도 여의치 않으니, 출품작을 따로 준비하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든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올해에는 ‘한국판’ CES에 ‘한국판’ MWC까지 얹어서 치러질 예정이다

기업들에게 일정이 통보된 것도 작년처럼 여전히 촉박하게 이뤄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행사를 입안한 것은 작년 5월경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에게 전시회 참가 의사를 타진한 것은 올해 들어서였다. 여전히 전시회에 대한 홍보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으며, 행사가 월요일에서 수요일로 잡혀 일반 관람객을 유치하기에 여전히 어려움이 있는 일정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규모는 더 커져 이제는 SK텔레콤 외에 KT, LG유플러스의 이통사 3사는 물론 현대자동차까지 참가하는 전시회로 발표됐다. 커진 규모와 예산을 감당할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관의 주도 하에 다시금 실수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심지어 규모가 더 큰 실수가 되어서 말이다.

▲전시를 위한 전시를 앞으로도 계속 치를 필요가 있을까

CES가, MWC는 관의 주도 하에 국가가 억지로 만들어낸 행사가 아니다. 이들 행사는 업계와 관람객들의 필요에 의해 생겨났으며, 여기에 적극적인 국가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전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무작정 ‘한국판’을 이야기하며, 마케팅 효과와 비즈니스의 기회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서 기업의 참가를 강요하는 것은 부조리하다. 정부는 ‘전시(행정)를 위한 전시(회)’가 과연 필요할지,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본 행사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을지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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