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정책 탓?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점점 뒤처져가는 다이슨

조회수 2019. 12. 16.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다이슨의 위기

영국 제조업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영국의 기업 ‘다이슨’의 제품들은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심플한 디자인과 높은 실용성의 제품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얼리어답터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해, 순식간에 바람이 되어 국내 가전업계를 뒤흔들어 놨다. 다이슨의 제품들 중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제품은 바로 무선청소기다. 먼지 봉투 없는 가벼운 다이슨의 청소기는 우리나라에 이전까지 없었던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을 만들어 냈고, 또 그 시장을 다이슨이 오랫동안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이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폭넓은 마니아층을 가진 다이슨의 점유율이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조금씩 흔들리는 중이다.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급속도로 힘을 잃어가는 다이슨

급속히 줄어드는
다이슨의 점유율

다이슨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우리는 머릿속에 가장 먼저 먼지 봉투 없는 무선청소기를 떠올릴 것이다. 기업의 이름이자 제품의 명칭으로도 통용되는 다이슨 무선청소기는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을 일군 것이나 다름없다. 다나와에 따르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청소기 판매량 점유율을 볼 때, 무선청소기는 약 70%에 달하는 반면 유선청소기는 30%에 불과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판매금액 기준으로는 60만 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은 98%에 육박한다. 청소기 시장은 이제 다이슨이 만들어낸 프리미엄 무선청소기가 좌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제조업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다이슨

그런데 다이슨의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 국내 점유율이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을 일군 것이나 다름없는 다이슨은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이슨 무선청소기에 대응되는 제품들이 속속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이슨의 시장점유율은 이미 과반 밑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다이슨이 차지하고 있던 파이를 가장 많이 가져간 것은 LG전자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새로운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라인업을 내놓으면서 무섭게 다이슨의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다이슨의 무선청소기는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fK코리아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에서 팔린 무선청소기 시장의 규모는 판매금액 기준 2,19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2017년 1분기 914억 원의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규모를 시장을 일군 다이슨이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7년 6월 첫 선을 보인 LG전자의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시리즈는 올해 시장에서 40%대의 판매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10%대까지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다이슨의 점유율은 계속 하향세로, 현재 이들의 점유율은 50%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리미엄 고가 정책과
AS가 발목을 잡다

다이슨에게 있어 한국은 실로 중요한 시장이다. 아시아권에서 다이슨의 영향력을 급속히 늘려갈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시장에서의 제품 성공의 덕이 컸다. 하지만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던 때에도 다이슨은 국내 지사를 설립하지 않아왔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다이슨은 코스목들로벌, 게이트비전 등 국내 유통업체들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공세에 나서자, 부랴부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7년 말 한국 지사를 설립하게 된다.

▲다이슨의 파이를 가장 많이 가져온 것은 LG전자

다이슨이 한국에 등록한 지사는 ‘다이슨코리아’로, 현재 다이슨은 이 지사를 통해 국내에서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단순히 국내에 직접 제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총괄하고 있는 본부 인력의 일부를 한국으로 전환 배치하고 인력을 늘리면서 한국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발생된 결과들은 그다지 다이슨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지사 설립 이후에도 해외에 비해 턱없이 높은 판매가가 유지되면서 구매자들의 반발이 커졌으며, 여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던 사후서비스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다이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무선청소기 신제품을 내놓으며 다이슨의 뒤를 맹렬히 좇고 있다

다이슨이 빠르게 국내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이들의 고가 정책이 꼽힌다. 실제로 현재 다이슨의 무선청소기를 구매하는 이들 중 많은 수는 국내 유통품이 아닌 해외 직구를 구매하고 있다. 구성에 따라 많게는 30만 원 이상의 가격차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후서비스도 여전히 위니아SLS, 유베이스 등의 위탁사를 통해 진행되고 있어, 지사 설립 이전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최근 다이슨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한국에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센터 3개소, 다이슨 전문 AS센터 7곳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품 완성도에 대한
우려도 많아져

줄어드는 실적과 소비자 불만을 받아들여, 지금까지 없었던 AS센터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보다도 더 좋은 일은 사후서비스를 받을 일이 없도록,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내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다이슨의 제품 완성도에 대한 평가가 시장이 처음 일궈지던 초기와 지금이 확연히 다르며, 구매자들은 길던 짧던 어느 시점에서는 반드시 사후서비스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다이슨 청소기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180도로 뒤집었다

2018년 말 한국소비자원 청소기 성능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이슨 청소기의 흡입력은 삼성전자 제품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시 검사에서 LG전자, 삼성전자의 제품에 비해 다이슨은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 다이슨 무선청소기 품질에 대한 평가가 박한 것은 비단 국내만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 또한 다이슨 무선청소기를 ‘소니 타이머’에 비견되는 고장이 잦은 제품으로 평가한 바 있다. 컨슈머리포트는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소비자 연맹이 발간하는 미국 최대 소비재 전문 월간지다.

▲위기 타파의 대책으로 다이슨코리아는 V11 220 에어와트를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해당 매체는 다이슨 V8 앱솔루트, V10 싸이클론 등 V 시리즈 5종을 자사의 ‘추천 제품’ 목록에서 모두 제외했다. 이들은 다이슨 청소기의 내구성 점수를 10점 만점에 최저 수준인 2점으로 평가하며 ‘제품 구입 후 5년 이내에 고장이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다’, ‘다이슨 청소기 구매자의 19%가 3년 이내에 배터리 문제로 불편함을 겪었으며, 12%는 브러시 오작동을 경험했다’는 것을 평가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이들은 다이슨 무선청소기에 대한 평가를 ‘반드시 고장이 나는 내구성이 낮은 제품’, 다시 말해 ‘구매 후 반드시 사후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제품’으로 바꿔서 다시 낸 것이다. 다이슨이 주목하고 있는 한국 시장의 소비자들은 이런 다이슨의 제품을 지금껏 직접 AS도 아닌 위탁 서비스로, 그것도 판매량 대비 적은 AS센터를 통해 받아왔다고 정리할 수 있다.


방아쇠는 다이슨
스스로가 쥐고 있다

제품과 사후서비스뿐만 아니라 마케팅의 영역에서도 다이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1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광고에서 게시물 작성 대가를 표시하지 않은 7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총 과징금 2억 6,900만 원을 부과했다. 다이슨코리아는 이 7개 업체 중의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소식은 시정명령이 발표된 이후 ‘인스타그램의 다이슨 광고가 허위’라는 식으로 많은 매체를 통해 전해졌으며, 이를 통해 업계 선두에 선 이들의 브랜드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공을 들였던 전기자동차 사업을, 다이슨은 수익성을 이유로 포기했다

국내에서는 타 제조사에 점차 밀리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프리미엄 고가 정책은 내려놓지 않고 있다. 제품의 자존심이었던 높은 완성도에 대해서는 최근 이를 부정하는 조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으며, 반드시 받을 수밖에 없는 수준의 사후서비스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크게 개선되기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마케팅 활동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의 다이슨은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보급의 시기에 왕좌를 차지한 이래, 지금까지 계속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의 평가 모두가 하락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대규모의 싱가포르 전기차 공장 건설도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 10월 10일, 다이슨은 2016년부터 20억 파운드(한화 약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개발하던 전기자동차의 사업을 포기한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개발팀이 ‘환상적인 전기차’를 개발했지만, 상업성이 없어 생산하지 않기로 했음을 밝혔다. 또한 진행된 프로젝트를 인수할 구매자도 찾지 못했으며, 2020년부터 가동할 예정이었던 전기자동차 싱가포르 생산기지 구축도 포기함을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신사업 진출이 실패로 돌아간 다이슨은 이제 손실분을 충당하기 위해 기존의 사업에 더 집중해야 하는 때를 맞고 있다. 그리고 다이슨 글로벌 사업의 주요거점인 한국에서의 전망이, 이들 스스로의 자충수가 겹쳐지면서 암울한 상황이다. 과연 이들은 지금의 한국 시장에서의 고전에 잘 대처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방아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다이슨, 그들 스스로가 쥐고 있다.


오늘의 추천 동영상

속근육도 풀어주는 픽스 EMS 저주파 미니 마사지기 써보니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