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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델 제친 글로벌 PC 1위 기업 '레노버'

조회수 2019. 12. 1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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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성장중인 '레노버'의 위기?

중국 ICT 기업들의 성장세는 굳이 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고, ‘샤오미’는 중국 공산품에 부정적이었던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마니아층을 만들어 냈다. ‘알리바바그룹’은 우리나라 이커머스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콜택시앱 논란이 불거질 때는 모두가 우버와 함께 ‘디디추싱’의 성공사례를 거론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중국 ICT 기업들 중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창업의 때가 오래되었음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낸 중국의 기업으로는 누구나 ‘레노버’를 꼽을 것이다.

▲중국 IT 기업의 힘을 상징하는 PC 시장 최강자 ‘레노버’

1984년 창업된
‘전설’이 되고자 한
중국 기업

1984년, 레노버는 아직 시장에서는 IT에 대한 개념조차 잡혀있지 않은 때에 설립됐다. 당시 한화 약 3천만 원가량의 종잣돈으로 창업자를 포함해 총 12명이 모여 하나의 회사가 만들어졌다. 그 회사의 창업자는 ‘류촨즈’ 회장으로, 그는 현재 레노버와 모기업인 레전드홀딩스의 지분을 대거 소유한 대주주다. 1966년 류 회장은 시안 군사전신전문학교에서 통신 기술을 배웠으며, 졸업 후에는 쓰촨성 청두의 국방위원회 통신기술 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중국 기업인 줄 모르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PC 시장의 1인자 레노버

그가 정보 산업에서 열심히 일하던 1976년 중국에는 문화대혁명이 일어났다. 문화대혁명은 지식인의 자리에 있던 그를 노동자로 끌어내렸다. 후난성, 광둥성에서 농장을 전전하며 돼지치기에 종사하는 하급 농업 노동자로 류 회장은 일했다. 그가 다시금 본업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덩샤오핑이 개방 정책을 폈던 1979년이었다. 중국과학원 전산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겨우 그는 다시금 현업에 복귀할 수 있었다.

▲지금 이들은 HP, 델을 제치고 PC 시장 점유율 1위의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개혁, 개방 정책으로 사기업 활동이 장려되면서, 류 회장은 창업에 나섰다. 그가 1984년 레노버를 설립할 때 삼았던 회사의 사무실은 연구소의 경비초소로 이용되다 방치된 자그마한 집이었다. 설립 시의 이들의 사명은 한자 ‘연상(하나의 관념으로 인해 다른 관념이 불려 일으키다)’을 중국어로 읽은 ‘렌샹’이었으며, 영문명은 전설을 뜻하는 ‘Legend’였다. 설립 초기 이들이 시도한 사업은 컬러TV 유통이었으며 이후에도 다양한 카테고리의 전자제품을 유통하려 시도했지만, 이 사업들 모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 PC 시장 조성을
계기로 급속히 성장

1980년대 초부터 중국에서 PC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PC는 일반 소비자들, 특히 문자 체계가 복잡한 중국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제품이었다. 회사는 PC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1986년, 이들은 PC로 한자를 쓸 수 있는 한자입력 시스템 ‘렌샹한자카드’를 내놓았으며, 이것이 회사에 성공을 가져다주게 된다. 렌샹한자카드는 중국어 입력 PC 상용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되며, 회사의 사업 확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레노버는 성장할 수 있었다.

▲레노버의 배후에 위치해 있는 중국 과학원(중화인민공화국 국립 자연과학연구소)

회사의 방향성이 PC 사업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다음에 이들이 시도한 것은 ‘제조’였다. 중국 과학원이 보유하고 있던 IBM PC 500대를 사들여 이를 뜯어가며 제품을 분석했다. 그리고 기나긴 분석과 역설계의 결과 PC 제조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들은 외국의 브랜드 PC를 대리 판매하고, 자체적으로 메인보드를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회사는 성장을 이어갔고, 창업 5년도 되지 않은 1988년에는 중국보다 규제가 덜하고 해외 자본을 쉽게 유치할 수 있는 홍콩증시에 ‘홍콩렌샹컴퓨터유한공사’란 이름으로 기업공개를 단행했다.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서 이름값이 높은 레노버의 브랜드 ‘요가’

회사가 상장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의 메인보드 생산 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해외 브랜드 PC의 대리 판매로 손해를 충당하며 이들은 꾸준히 메인보드 생산을 이어갔다. 힘들여 만들어진 레노버의 메인보드는 저가에 해외로 수출되었으며, 90년대에 들어서는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위치에 오르게 된다. 이름값을 높이면서 이들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PC 시장이 성장하는 와중에 다시 한번 회사의 폭발적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이들의 PC 시장 점유율은 급속히 성장하면서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중국 시장 1위 기업인 IBM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거듭나게 된다.


IBM PC를 품고
PC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중국 내수 시장에서 레노버가 성장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비결은 해외 기업이 갖지 못했던 판매망 덕이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해외 기업들이 최대한 판매망을 단순하게 가져가고자 할 때, 레노버는 기업용과 가정용으로 유통 채널을 분리하고 그 안에서도 또 세분화시켰다. 외국 기업들이 가정용 PC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충을 도모할 때, 적극적으로 기업들을 위한 B2B 시장을 개척한 것도 레노버의 성장세에 큰 도움을 줬다. 레노버는 어느새 중국 PC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형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긴 역사를 가진 IBM PC사업부를 레노버가 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현금을 보유하게 되자, 류 회장은 적극적으로 기업 인수합병에 나섰다. 1997년에는 베이징컴퓨터회사를 인수해 중국 시장 내에서의 점유율을 더욱 높였다. 2003년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사명을 기존의 영문명이었던 전설(Legend)에 노버(라틴어로 새로움을 나타내는 Novo)을 합쳐 지금의 레노버(Lenovo)로 바꿨으며, 그 해 3월 6일에 2008년 북경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지정되며 새로운 사명을 널리 알리게 된다. 2004년에는 류 회장이 기업의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2선으로 후퇴한다.

▲노트북 PC 시장에서는 ‘아이콘’인 씽크패드는 이제 레노버에서 생산하고 있다

류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며 준비한 카드는 바로 시장 1위 기업이었던 IBM의 PC사업부 인수였다. 2004년 12월 8일 이들은 IBM PC사업부 인수를 발표하면서 순식간에 글로벌 PC 시장 3위 기업으로 떠오르게 된다. 인수에 소요된 금액은 17억 5천만 달러였다. 당시 IBM은 PC사업부가 흑자를 내는 중이었지만, 이후의 혁신을 찾기 힘들다는 점을 매각의 이유로 들었다. IBM은 이후 IT 컨설팅 및 IT 원천 기술 연구로 노선을 전환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들의 PC 사업 및 노트북 브랜드는 레노버가 이어받아 지금까지 유지해 나가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 3위 기업으로 HP, 델과 경쟁을 펼치던 레노버는 계속 성장해, 2013년 2분기에 이르러서는 HP와 델을 제치고 PC 시장 1위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후 레노버는 현재까지 PC 점유율 1위의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계속 성장 중, 하지만
지금은 다소 위태로운

이후로도 레노버의 공격적인 인수합병은 이어졌다. 2014년에는 인텔의 서버 사업을 인수했으며, 이듬해에는 구글이 가지고 있던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다. 2017년에는 일본 후지츠의 PC 사업을 합작법인의 형태로 인수하기도 했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레노버는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임하고 있지만, PC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영향력과 달리 스마트폰 분야에서의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수시로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으며, 점유율은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의 뒤에서 LG전자, 샤오미 등과 경쟁하는 상황이다.

▲모토로라 인수 직후 레노버의 스마트폰 사업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금은 상당 부분 회복된 상태

최근 이들은 어려움을 겪던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이 개선되고 침체기였던 PC 시장에 다시 활력이 돌면서 연일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분기 레노버는 PC 매출은 작년 대비 7.1% 증가, 모바일 사업은 소폭 향상된 실적을 보이면서 9분기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작년 대비 20%가 늘어난 2억 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들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레노버 또한 주요한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레노버가 사실상 ‘중국 국영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일각의 의심에서 시작된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 레노버는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기업으로 꼽힌다

레노버의 1대 주주는 전체 지분의 34%를 보유한 류 회장의 레전드 홀딩스다. 그런데 이 레전드 홀딩스의 지분 36%가 중국 과학원 보유분이다. 이에 대해 류 회장은 1984년 창업 당시 자금의 융통을 위해 중국 과학원으로부터 받은 약간의 투자가 그저 세월이 지나면서 커진 것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시선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레노버 PC를 구매했다가 ‘중국 국영기업의 제품을 미국 정부에서 쓴다’라는 비난을 받고 사용을 중단한 바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될 경우 레노버는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기에, 다른 어떤 중국 기업들보다도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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