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시켰는데 로봇이 왔다? 배달의 민족 미래식당 '메리고키친' 가보니

조회수 2019. 8. 20.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평범한 식당처럼 보였지?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7월 23일, 푸드테크 기술이 접목된 미래식당 '메리고키친'을 선보였다. 이곳에서는 QR코드로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의민족 앱으로 결제를 하면 자율주행 로봇이 음식을 서빙한다. 홀 서빙 직원의 역할을 스마트폰 앱과 자율주행 로봇이 대신하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이 무인식당을 꿈꾸기라도 하는 걸까?


평범한 식당처럼 보였지?

▲우아한형제들과의 인연으로 미래식당 실험에 동참하게 된 메리고키친
▲입구부터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이곳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메리고키친. 겉보기에는 평범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처럼 보이는데 로봇식당이라니,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하다. 사연을 듣자 하니, 석촌호수 근처에 자리 잡은 우아한형제들이 인근 식당을 자주 찾은 것이 인연이 되어 메리고키친이 이번 미래식당 실험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향한다
▲네온사인 조명이 환하게 반겨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작은 새들과 메리고키친이라는 문구가 반겨준다. 내부는 평범한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비슷하며, 너무 넓지도 그렇다고 너무 좁지도 않은 정도의 적당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적당한 넓이의 내부 공간
▲깔끔하게 정돈된 메뉴판과 POS

입구에 들어서면 주문시스템(POS)과 메뉴판이 보인다. 메뉴판만 보고 메뉴가 4가지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무려 10가지가 넘는 메뉴가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배달의민족 앱을 참고하길 바란다.

▲배민스러운 인테리어

창가 쪽에 위치한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테이블 옆에 투명 파티션이 부착되어 있었다. 여기에 배민체로 '음식온다 두근두근 로봇온다 두근두근 음식온다 뜨거뜨거 로봇온다 조심조심'이라는 문구가 깔끔한 듯 조잡하게(?) 쓰여있다. 우아한형제들 특유의 B급 감성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다.

▲안내서에 따라 주문을 하면 된다

테이블 위에는 QR코드와 주문방법이 담긴 안내서가 준비되어 있었다. 배달의민족 앱을 켜고, 우측 상단의 [─]를 눌러 QR코드를 스캔한 다음, 메뉴를 선택해 결제하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배달의민족 앱을 1주일에 최소 2회 이상은 이용하는 편이라, 크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주의사항

안내서 옆에는 '이곳은 로봇이 서빙하는 레스토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몇 가지 주의사항이 적혀있었다. 요약하자면 로봇과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로봇의 경로를 방해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아직까지는 '로봇식당'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단계인지라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주문하려면 '배달의민족'은 필수

▲주문을 하려면 배달의민족 앱이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QR코드를 스캔해 메뉴를 확인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니, 우선 음식을 주문하기로 했다. 배달의민족 앱을 켜고, QR코드를 인식시킨 다음 메뉴를 확인했다. 음식점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대표메뉴 6가지를 보여줬다.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나나 고민하며 메뉴를 고르고 있었는데, 화면 우측 상단의 'Live'라고 쓰인 이미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뭔가 싶어 눌러봤는데, 이럴 수가! 세 가지 메뉴를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풍부한 육즙이 가득한 스테이크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마음에 드는 메뉴를 선택해 담는다

오랜 고민 끝에 메리고 안심 스테이크와 킹덤 새우 크림파스타, 글라스 와인, 바인앤와인을 주문했다. 무엇보다도 입맛에 따라 스테이크의 굽기와 와인의 종류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결제수단을 선택해 앱 내 결제를 한다

주문할 음식을 모두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수단을 선택해 결제를 완료했다. 다만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와 결제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는 '만나서 직접 결제'를 선택해 배달원을 통해 결제를 할 수 있었지만, 메리고키친에서는 앱 내 결제만 가능했다. 모바일 결제가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편리하겠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실버 세대가 메리고키친에 방문한다면 제대로 주문을 할 수 있을까 문득 걱정이 되었다.

▲주문내역과 조리상태를 알 수 있다

진지한 생각에 빠지려던 찰나, 주문접수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나타났다. 주문내역을 살펴보니 5시 23분쯤 음식이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약간의 허기가 느껴졌으나, 가벼운 대화를 하며 5시 23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자율주행 로봇, 위험하진 않아?

▲창가 쪽 테이블에 앉으니, 작은 로봇 두 대가 서빙을 담당했다

그런데, 갑자기 웬 귀여운 로봇들이 우리 테이블을 방문했다. 한쪽에는 물이, 다른 한쪽에는 물컵과 접시, 커트러리가 올려져 있었다. 창가 쪽 테이블은 작은 로봇들이, 통로 쪽 테이블은 스탠딩 로봇이 서빙을 담당하고 있었다.

▲음식을 받은 후에는 반드시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한다
▲확인 버튼을 누르면 로봇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물과 접시, 물컵, 커트러리를 테이블로 옮기고 확인 버튼을 누르니 로봇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로봇은 한 번에 한 곳의 테이블만 다녀오도록 설계되어 있어 볼 일이 끝나면 다시 주방으로 돌아간다. 이를테면 홀 서빙 직원은 1번 테이블에 음식을 가져다주고, 4번 테이블에 들러 주문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6번 테이블에 쌓여있는 빈 접시를 치울 수 있지만, 메리고키친의 로봇은 1번 테이블에 음식을 가져다주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간 후에야 다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음료도 안전하게 서빙한다
▲글라스와인(화이트)과 바인앤와인

곧이어 주문한 와인이 나왔다. 혹시 와인 잔이 쓰러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잔이 쓰러지거나 내용물이 흘러넘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별도의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와인을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의아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배달의민족 앱에서는 최초 가입 시에 성인인증을 하는데, 이때 성인인증이 완료되면 별도 인증과정 없이 주류를 주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로 쪽 테이블은 스탠딩 로봇이 서빙한다
▲조리완료 시간이 지났는데도 음식이 나오지 않아 와인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그런데 5시 30분이 지나도 주문한 음식이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빈속에 와인만 들이키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이미 다른 테이블엔 스탠딩 로봇이 바쁘게 오가며 음식을 전해줬는데 말이다.

▲드디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드디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서둘러 음식을 테이블로 옮기고, 확인 버튼을 눌러 로봇을 주방으로 보냈다. 직원과 대화 한 마디 없이 메뉴를 주문하고, 주문한 음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

▲메리고키친의 대표메뉴인 메리고 안심 스테이크
▲Live 영상에서 본 것처럼, 육즙이 풍부하다
▲또 다른 대표메뉴 킹덤 새우 크림파스타

자고로 식당의 기본은 맛이다. 아무리 로봇이 서빙을 하는 '신기한' 식당이라고 해도, 음식이 맛있지 않으면 손님의 발길이 끊기는 것이 당연지사다. 만약 메리고키친의 음식 맛이 궁금하다면, 아래 사진을 참고하길 바란다.

▲빈 접시를 보면 맛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식당=무인식당은 아니야

▲우아한형제들은 매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로봇을 배치했다

서빙을 담당하는 로봇들은 일이 없을 때면 정해진 위치에 서서 저렇게 귀여운 표정으로 휴식(?)을 취한다. 손님이 떠나고 나면 직원은 바쁘게 빈 테이블을 정리하지만, 로봇은 직원을 도와줄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것을 '무인화의 실패'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목표는 완전한 무인식당이 아닌, 매장의 효율성 증대에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인간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아직까지는 로봇식당이라는 개념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메리고키친을 시작으로 머지않아 다른 식당에서도 서빙로봇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까운 미래에 메리고키친과 비슷한 식당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오늘의 추천 동영상

영화, 유튜브도 본다고? 하이파이 로즈 블루투스 스피커 써보니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