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의 '대한경제제재',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할 때

조회수 2019. 7. 10.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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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를 호재로 삼아 체력을 길러야 할 때

지난 6월 28일과 29일, 양일간 20대 경제 대국 간의 모임인 G20 정상회의가 치러졌다. 일본 오사카에서 치러진 금번 회의는 의기양양하게 외교적 성과를 자랑하려 했던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의 의도와는 달리, 바로 이어서 진행된 남북미정상회담으로 인해 빛을 잃고 말았다. 야심차게 준비한 G20이 기존에 상정한 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내기 힘들어지자, 일본 내각은 이를 수복하기 위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카드에 담긴 조치는 G20 주제국의 위상에는 맞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공정한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오사카 선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한경제제재’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경제제재

일본 국적의 아이돌 가수들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양국의 관광객이 연일 역대 최다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활발한 민간의 교류와는 달리 대한민국과 일본의 외교적, 경제적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금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긴 시간 마주치지 않았다. 6월 27일 문재인 대통령 출국 당시 청와대는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고, 실제로 다음날 치러진 개회식에서의 의례적인 악수가 두 정상의 만남의 전부였다.


▲남북미정상회담 이후 급히 발표된 경제제재에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금번 G20 정상회의의 주된 화두는 무역분쟁과 경제협력이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심화되면서, 정상회의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화두였던 것이다. 그리고 두 정상의 회담결과는 중국이 무역협상에 복귀하는 방향으로 종결됐으며, 회의의 끝은 공정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맺어졌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 직후, 일본 내각은 오사카 선언과는 상충되는 대한경제제재 정책을 발표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은 이번 경제제재를 두고 한국에 대한 ‘특혜’를 거둬들인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경제제재의 내용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제재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안전보장상 우호국에 해당하는 수출관리 우호조치’를 변경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즉 수출 규제에 대한 전반적 내용을 조정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한국만을 겨냥한 조치라는 것이다. 전체 시장에서 일본이 과반을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반도체 및 스마트폰의 일부 소재 품목에 대해, 우호국에 해당하지 않는 한국으로의 수출 규제가 강화됐다. 이번 제재로 수출 규제를 받는 품목은 필름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리지스트, 그리고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에칭가스 등이다.


아베 내각의 정치적 승부수

그렇다면 일본은 왜 우리나라를 안전보장상 우호국의 지위를 변경하게 된 것일까. 여기에 일본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일 아베 신조 총리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가와 국가 간의 신뢰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며, 한국과의 신뢰관계가 손상됐다는 인식을 간접적으로 내비쳤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일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대한민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해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를 앞둔 자민당의 보수 대결집을 위한 카드로 해석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경제제재가 G20 정상회의 이전인 지난 5월에 최종안이 거의 굳어진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즉 일본 내에서는 이번 조치가 일제 징용 관련 대법원 배상 판결의 보복조치로 이전부터 내용, 그리고 시일이 미리 결정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굳이 자신들이 주재한 G20 정상회의의 선언내용과도 배치되는 조치를 이토록 다급하게 내놓아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임박한 일본 참의원 선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기간 중에 몇 차례의 추가 도발이 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의 상원에 해당하는 것이 참의원이며, 오는 7월 21일 제25회 참의원 선거가 투개표가 진행되게 된다. 참의원 의석 절반에 해당하는 124석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금번 선거는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하지만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공산당 등의 야당은 ‘반 아베’를 외치며 결집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개헌 필요 의석 수를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승리를 위해 아베 내각은 보수 유권자의 결집을 노리고 있으며, 이를 위해 활용되는 수단이 바로 ‘한국 때리기’다. 주최국이면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뺏긴 G20, 납북 피해자 송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함에도 대북 관계에서 ‘패싱’되고 있는 일본은 외교 실패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공공의 적으로 대한민국을 설정하고 있다. 이번 경제제재 이후에도 일본에서는 참의원 선거 기간 중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추가 도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정치권의 노림수로 인해 이뤄진 경제제재에 대한 국제 여론은 부정적이다. 아베 총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일치한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일본의 조치에 대해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의 발표에 비판을 쏟아내는 것은 비단 일본 외의 미디어들만이 아니다. 일본 내부에서도 이번 경제제재에 대한 회의적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당사자인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기업들에게도 제재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통보되지 않고 발표됐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를 위해 자민당이 만지고 있는 카드는 ‘비자발급 제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7월 2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제조사들의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들어, 제재를 통해 일본의 피해도 클 것으로 진단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한쪽에 기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교류를 통해 ‘수평 무역’이 행해지고 있는 관계로 정의하고, 한국 기업이 반도체 소재 조달처를 개척해 일본 탈출을 감행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이 주창해 온 자유무역주의 추진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실제 경제적인 여파 이전에 당위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경제제재가 민간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여행취소 인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는 이번 조치가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당장 경제제재의 당사자가 되는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은 과연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될까. 지난 1월부터 5월까지의 3개 품목의 일본 의존도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94%, 리지스트 92%, 에칭가스 44%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의도와는 달리, 실제는 이들 품목의 수급이 지연되더라도 반도체 산업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단기적인 수급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에도 이미 생산처가 있기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일본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다른 두 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존도가 낮은 에칭가스는 한국 내에도 생산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산의 기술이 일본산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에, 경제제재로 인해 당분간은 다른 두 품목에 비해서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악재를 호재로 삼아 체력을 길러야 할 때

이번 조치는 앞서 이야기한 바대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리나라 산업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일본도 참의원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한국과의 무역 관계 회복을 위해 경제제재를 더 이상 키우지 않을 것이 유력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제조업체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확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조치를 마냥 지나가는 시련 정도로만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껏 실체가 없던 망언들과는 달리, 경제제재는 분명한 실체가 있는 조치다

경제제재를 기회로 삼아, 우리나라에서는 종국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일본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관련업계와 긴급 현안점검 회의를 가지고 “일본의 수출규제 등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업계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통해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를 추진해 왔다”고 밝혔으며,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고위당정청협의회를 열고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개발에 매년 1조 원 정도 집중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는 전 세계적인 바람이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한한령, 브렉시트, 그리고 금번 일본의 대한경제제재까지 날이 갈수록 각국의 무역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한목소리를 낸 G20 정상회의 오사카 선언은 일본의 경제제재로 결국 껍데기만 남고 말았다. 우리는 경제제재라는 또 한 번 일어난 외국발 악재를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외국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의 체력을 보다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번 악재에 대한 대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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