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안드로이드 사용금지"..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 전망은?

조회수 2019. 6. 1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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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시작되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IT 산업의 선두에 서 있는 화웨이, ZTE 등의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공공의 적’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미국 정부는 수차례 화웨이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고, 실제로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가 작년 12월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 당국에 체포되는 일도 벌어진 바 있다.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 정부의 실제적인 제재 조치는 머지않아 이뤄지게 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측하던 바였다.

▲화웨이 제재로 살펴보는 미중 무역 전쟁, 앞으로의 전망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시작되다

많은 이들이 화웨이를 미심쩍은 눈길로 바라보던 와중인 지난 5월 15일, 실제로 이들이 우려하던 ‘제재 조치’가 발동이 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발동된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에 관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Securing the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and Services Supply Chain)’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기업들이 타국의 기업 또는 단체와 거래할 때 국가 안보 및 국가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제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란 혁명 직후 이란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형태의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으며, 현재의 시점에서도 러시아, 북한, 콜롬비아, 시리아, 예멘 등의 국가는 대통령 행정명령의 제재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화웨이가 위기에 처했다

발표 직후, ICT에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안보의 위협이 되는 중국의 기업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번 행정명령이 백도어로 의심을 사던 중국의 화웨이를 목표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그리고 발동된 지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화웨이와 그들의 68개 자회사들을 제재 리스트에 추가하면서, 제재가 광범위하게 중국 ICT 기업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화웨이’ 하나만을 겨냥했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나게 됐다. 미국 상무부가 행정명령을 시행한 2019년 5월 16일부터 화웨이는 미국 기업들과 무역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의회에서는 5G 통신망 구축 시 중국 업체들의 장비와 서비스를 법적으로 배제하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화웨이가 기존의 네트워크 보수, 점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한 목적으로 90일 동안 미국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임시 면허를 발급했다. 즉, 90일간의 유예기간을 화웨이에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조치는 화웨이가 미국에서 업무를 정리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화웨이와 거래 관계가 있던 미국 기업들에게 시간을 준 것으로 읽어야 한다. 윌버 로스 장관은 성명을 통해 직접적으로 “화웨이 장비에 의존하는 미국과 해외 통신사들에게 적절한 장기적 조치를 결정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임을 밝힌 바 있다.


ICT 시장에서 소외되기 시작한 화웨이

행정명령 이후 미국 내의 기업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구글이었다. 구글은 화웨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공급을 중단할 계획을 밝혔으나, 거래 제한 90일 유예 조치로 인해 오는 8월 19일까지 중단 결정을 일시 보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반전되지 않는 한, 오는 8월에는 화웨이와 구글의 거래는 중단될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 다음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많이 공급하고 있는 화웨이가, 이후 출시될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확히는 오픈소스로 공개된 안드로이드 OS 버전을 계속 사용할 수는 있지만, 검색 기능과 ‘크롬’, ‘유튜브’, ‘구글 플레이’ 등의 소프트웨어를 묶은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화웨이의 폴더블 5G 스마트폰은 출시조차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화웨이는 중국 외 지역에서 전체의 60%의 스마트폰을 소화하고 있다. 화웨이가 온전한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제품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자사 스마트폰 판매의 60%를 차지하는 해외 시장을 포기해야만 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미국의 제재가 계속된다고 가정할 시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당초 예상되었던 2억 4,110만 대의 절반에 못 미치는 1억 1,960만 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웨이는 2012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리눅스 기반의 자사 모바일 OS ‘훙멍(Hongmeng)’을 안드로이드 OS의 대체재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훙멍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기존 화웨이 제품에 대한 사후지원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

문제는 구글 이후로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는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인텔, 퀄컴, 브로드컴, AMD 등의 회사들이 화웨이와의 기술 계약을 해지했고, SD카드 표준을 만드는 SD메모리카드협회에서 화웨이의 회원 자격이 박탈됐다. 무선랜 표준 규격을 연구하고 제품을 인증해 주는 와이파이연맹에서는 화웨이의 회원 자격이 일시적으로 제한됐으며, 전기, 전자 컴퓨터, 통신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갖는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는 학회 편찬 정기 간행물에 대한 편집과 원고 심사에 화웨이 직원이 참여할 수 없다는 내부 조치를 발령했다.


미국 밖에서도 시작된 화웨이 제재

미국 밖에서도 화웨이 보이콧의 움직임은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부의 주된 인물들이 직접 화웨이를 배제할 것을 각국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영국 선데이타임즈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영국이 화웨이 외에 다른 대안을 갖고 있다”며, “국가 안보 관점에서 매우 조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와 모든 동맹국에 화웨이가 미국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독일 베를린에서 외무장관 회담 후 “독일에게 미국이 보는 위험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할 것”이라고 전했으며, 패트릭 셰너핸 국방장관 대행도 아시아안보회의 본회의 연설에서 “화웨이는 너무 위험하고 믿을 수 없다”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대만에서는 새로운 화웨이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독일의 반도체 제조사인 인피니온은 화웨이에 핵심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공급을 중단했으며, 대만은 5개 이동통신사가 화웨이의 신규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할 계획을 밝혔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철거하는 결정을 내렸으며, 5G 장비 선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했다. 미국 정부는 단순히 화웨이와의 계약 중단을 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를 지속하는 기업에는 실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기도 하다. 화웨이와 계속 거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대만 소재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에 대해, 지난 6월 4일 미국 상무부는 직원을 파견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화웨이와 거래를 지속할 의사를 밝힌 TSMC는 미국 상무부의 직접적 견제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 속에서 실제 화웨이는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세계 최대의 IT 기기 수탁생산 회사인 대만 폭스콘이 화웨이 스마트폰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멈췄다는 소식을 전했다. 시장조사업체에서 예측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 저하는 빠르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화웨이 스마트폰의 중고매매가 뚝 끊겼으며, 리셀러들은 화웨이 스마트폰 매입을 거부하고 있다. 5G 네트워크로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통신 장비 분야에서도 화웨이는 과거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무역 전쟁 속에서 우리는?

미국 정부와 화웨이의 갈등은 우리나라의 기업들에게는 마냥 호재로만 작용하진 않는다. 스마트폰은 물론 5G 장비 분야에서도 화웨이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삼성전자는 자사 점유율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반도체의 중국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위험에도 맞닥뜨린 상황이다. 4G부터 화웨이의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는 말 그대로 위기에 봉착해 있는데, 화웨이 장비를 교체하지 않을 경우 LG 전체 그룹 차원에서의 미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중국 사업이 우려를 사고 있다.

▲화웨이 다음으로 타겟팅된 기업은 세계 드론 1위 기업 DJI

행정명령 발동 직후의 화웨이, 그리고 중국은 강경했다. 화웨이의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은 “트럼프의 전화가 와도 받지 않겠다”라며 노골적으로 분노를 드러냈고, 지난 5월 28일에는 미국의 제재가 ‘폭정’이며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3주가 지난 6월 5일, 이들은 미국을 포함한 국가들과 기술 탈취 스파이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며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외신에 따르면 량화 화웨이 이사회 의장이 중국 본사에서 미국 취재진을 만난 자리를 통해 “국가들과 노 스파이 협약(No-Spy Agreement)를 체결할 의향이 있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이번 행정명령은 결국 화웨이의 백기 투항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화웨이로부터 등을 돌린 상태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행정명령이 단순한 무역 분쟁의 이슈가 아니라 미국의 ‘안보’를 화두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화웨이의 백도어 이슈가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단순히 화웨이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국가적 안보’가 주제라는 것이다. 향후 미국은 화웨이 다음으로 안보를 이유로 드론 업체 DJI, CCTV 업체 하이크비전의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화웨이나 DJI 같은 중국 특정 기업의 미국 시장 철수, 항복 선언으로 사태가 종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역 분쟁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무역 분쟁의 전장이 아직 우리나라로 오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섣불리 어느 한 편을 들거나, 혹은 어느 한 쪽을 배제하는 선택을 취하는 것은 ‘최악’이 될 것이다. 그보다 지금은 장기화될 무역 분쟁을 우리가 어떻게 맞아야 할 것인지 보다 정밀한 계산과 심중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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