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중국은 한국을 넘었다? 중국 ICT 산업 어디까지 왔나

조회수 2019. 5. 3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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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우리나라를 곧 뛰어넘을 수도 있는(혹은 이미 뛰어넘은) IT 강국으로 성장한 상태다.

일어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인 '굴기'는 현재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말이다. 2006년 11월 13일부터 11월 24일까지 중국 CCTV를 통해 방영된 12부작 역사 다큐멘터리인 '대국굴기'를 통해 널리 퍼진 이 단어는 '특정 산업 혹은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뜻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지역 개발을 주로 내걸었던 2000년대 중반을 지나 현재의 시점에서 중국은 굴기라는 말의 앞에 주로 IT에 관련된 용어들을 붙이고 있다. 반도체 굴기, 인공지능 굴기, 인터넷 굴기 등 첨단산업 전반에 '굴기'의 기조로 국가적 투자를 지속한 덕에, 현재 중국은 우리나라를 곧 뛰어넘을 수도 있는(혹은 이미 뛰어넘은) IT 강국으로 성장한 상태다.

▲중국 ICT 산업의 현주소, 이미 중국은 한국을 넘었다

제조업의 시대를 지나 IT 산업의 시대로

20세기 말까지 중국을 지탱해 온 산업은 제조업이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질이 낮은 공산품을 뜻하기도 하지만, 또한 저렴한 가격의 필수품을 의미하기도 했다. 제조업의 부상으로 인해 시장개방이 늦었던 중국은 빠르게 선진국을 쫓아갈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덩샤오핑 전 국가주석이 1987년 발표한 '공산당 제13기 전국대표대회'에서 발표한 '3단계 중국 경제 발전론'의 1단계를 달성할 수 있었다. 3단계 중국 경제 발전론의 1단계는 1인당 국민소득을 발표 당시의 300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4배로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원바오(의식주가 해결된 기초 생활) 세상을 이룩하겠다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싸구려 공산품의 상징이었던 '메이드 인 차이나'가 바뀌고 있다

문제는 그다음의 단계였다. 2단계는 공산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다시 끌어올려 삶의 질이 보장된 중진국으로 진입하고, 만인이 중등 이상의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샤오캉' 사회 건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는 2049년까지 선진국에 진입하고 모든 이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태평성대의 세상인 '다퉁'이었다. 중국은 시장개방을 통해 원바오 세상을 이룩할 수 있었으나, 급격한 경제발전의 여파로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제조업 발전의 속도도 둔화되기 시작했다. 샤오캉 사회의 건설이 점차 요원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IT 굴기의 메카가 되는 곳, 선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이 택한 방법은 'IT 산업의 부흥'이었다. 21세기 들어 제조업의 대안으로 IT 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속속 발표되기 시작했다. 장기 ICT 육성 정책으로 '국가정보화 발전전략(2006~2020)'이 발표됐으며, 여기에는 국가 경제 정보화 촉진, 전자정부 활성화, 선진 인터넷 문화 구축 등 9가지의 핵심 전략이 담겨졌다. 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ICT 산업 부흥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후일 이러한 시책들이 '중국 IT 굴기'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져 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바일 퍼스트 시대를 맞은 현재의 시점에서, 중국은 ICT 시장의 선두에 서며 IT 굴기를 위한 노력의 과실을 취하고 있는 단계를 맞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통해 성장한 소프트웨어 분야

ICT 산업 활성화를 위해 중국이 처음 취한 전략은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부흥이었다. 인터넷 사용 인구만 8억 명이 넘는 거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은 내수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갔다. 이미 성공한 해외의 서비스들을 철저히 벤치마킹해 '중국화'시키는 형태로 중국 소프트웨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의 꽃이라 불리는 게임 분야에서는 '텐센트'나 '넷이즈' 같은 업체들이 글로벌 게임 시장의 선두에 설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한국, 미국의 온라인 게임을 중국 내에 서비스하며 사세를 키워온 텐센트는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주요 게임사들과 투자 혹은 협력 관계에 있는 업계 제일의 큰 손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는 텐센트의 자회사

이커머스 영역에서는 '알리바바'의 성장이 눈에 띈다. 전직 영어강사였던 마윈이 1999년 설립한 알리바바는 창업 당시 중국 이커머스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이베이를 밀어내고 시장 1위의 자리에 올라선 기업이다. 중국 내수시장은 물론 중국의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해외의 수요까지 빨아들인 알리바바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거대 그룹사로 성장했다. 이외에도 중국 인터넷 이용 인구의 97%가 이용하는 '바이두', 중국판 우버를 표방하고 나와 지금은 모체인 우버를 역으로 인수합병한 '디디추싱' 등이 글로벌 소프트웨어, 서비스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텐센트는 넷마블게임즈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한 중국의 서비스들은 하지만 '중국인들만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위챗'은 중화권 인구들만 사용하는 메신저며, 트위터 대신 '웨이보'를 사용하는 중국 외의 인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도 최근에는 바뀌어가고 있다. 중국의 서비스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실적을 올리는 케이스가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틱톡'을 들 수 있다. 중국산 영상 편집 앱인 틱톡은 중화권은 물론 미국, 동남아, 일본, 한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용자를 확보하며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앞으로도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국 서비스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며, 또 그중의 일부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하드웨어 분야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하드웨어의 영역에서도 중국의 발전사는 눈부시다. 2006년 중국은 '고사양 전자칩, 기본 소프트웨어 등 핵심 전자 부품 분야와 이동통신 분야 육성을 위한 정부 주도의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일정한 규모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지만 휴대폰을 생산할 수 있는 라이선스가 부여되던 것이, 등록만 하면 누구든지 개발과 생산을 할 수 있는 등록제로 바뀌었다. 이전까지 해외 기업들의 하청을 받아 제품을 제조하던 제조사들에게 스스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해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쥐여준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스마트폰 분야에 가성비 이상의 큰 의미를 갖는 브랜드, 샤오미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이기에, 다른 제품보다 뛰어난 제품을 바로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더라도 여타 제품에 준하는 완성도의 제품을 쏟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점차 하드웨어 분야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어났으며, 이들 중에는 '샤오미'처럼 애플에 비견할 정도의 팬을 확보한 제조사들도 나기 시작했다. 준 국영기업으로 불리는 '화웨이', 'ZTE'도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공격적인 R&D를 진행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작년 4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18.8%)와 2위인 애플(18.2%)의 뒤를 잇는 기업으로 화웨이(16.1%), 오포(7.8%), 샤오미(7.6%) 등의 중국 제조사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3대 강자인 화웨이, 오포, 샤오미의 점유율은 합칠 경우 전체의 30%를 넘게 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는 이제 애플이 아니라 화웨이가 아닐까

스마트폰뿐 아니라 LCD, 드론, 스마트카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위치는 독보적이며, 스마트폰 제조사들 중심으로 IoT 분야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위협이 되는 분야는 전기차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완성차 기업인 현대기아차는 수소차에 올인하고 전기차를 홀대한다는 기존의 시각과는 달리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수입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 가운데 절반가량이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비야디(BYD), 베이징자동차 등의 전기차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완성차 기업들은 해외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현기차에게 있어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시장에서는 물론 현기차가 압도적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국내 시장에도 중국의 전기차 기업이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미 시장에 공급된 전기버스의 상당수는 중국 완성차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출시 계획을 밝힌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EX5

ICT 관련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에 비해 앞서있는 건 이제는 오직 '반도체'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도 '반도체 굴기'의 기조 아래 국가적인 지원과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팹리스, 후공정 등의 분야에서는 한국을 추월했으며, 반도체 장비, 소재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을 위협할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인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등에 업고, 내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 종국적으로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공격적 투자가 성공을 거두다

중국의 IT 굴기로 인해 가장 큰 위협을 받는 국가는 현재 우리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의 선두에 서 있던 우리나라는 현재 시장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내준 상태며,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의 기업들에게 선두의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던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내수시장에서 소수점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동남아의 시장 점유율도 중국 기업들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도 중국 기업들이 경쟁자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첨단산업인 드론 시장에서 중국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IT 굴기도 최근 들어서는 커다란 벽에 가로막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ICT 산업에 대해,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인 미국이 견제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제조업에서 중국에 밀린 미국은 IT 분야에서는 최대한 격차를 벌려놓아야 한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해외 시장에서 중국 IT 기업들의 활동을 강하게 제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에 선 화웨이와 ZTE가 타깃이 되고 있다. 미국은 보안 위험을 이유로 이들 기업의 미국 내 활동을 제제하고 있으며, 여기에 일본, 유럽연합, 호주 등 우방들이 동참하고 있다.

▲IT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무역분쟁이 끝나면, 중국 ICT 산업은 더 큰 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ICT 산업은 장기적인 목표 설정 하에 빠르게 발전해 왔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의 자국 산업 육성정책을 기반으로 중국 IT 굴기는 성공을 거둬왔으며, 이제는 중국이 글로벌 ICT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는 물론 이제는 하드웨어 영역에서도 중국 ICT 산업에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중국 IT 굴기는 지금 양적 성장의 단계를 지나 이제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겨루는 질적 성장과 주도권 경쟁의 단계에 접어들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 IT 굴기는 지금까지 명확한 성공의 곡선을 그렸으며, 무역분쟁의 벽을 넘은 이후에는 더 큰 폭의 상향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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