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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아마존닷컴 가능할까? 규모로 승부 거는 쿠팡

조회수 2019. 5. 2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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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질주, 규모로 승부 거는 쿠팡

소셜커머스로 부상한 3사는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전례가 없던 정도로 큰 폭의 투자를 단행했다. 티몬, 위메프, 쿠팡의 소셜커머스 3사 중에서도 쿠팡의 투자 공격성은 독보적이었다. 갈수록 불어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2014년 쿠팡은 ‘로켓배송’을 도입했고, 이때부터 이들은 소셜커머스에 국한되지 않는 ‘이커머스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할 수 있었다. 직배송 시스템, 배송기사 직접고용 등 천문학적 금액이 드는 로켓배송은 소셜커머스는 물론 여타 이커머스 경쟁자들도 쉽사리 도입을 결정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로켓배송이라는 차별점을 내세운 이후, 쿠팡은 여타 소셜커머스는 물론 이커머스의 강자들과 유통 대기업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올라설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쿠팡의 급부상은 그들 스스로가 소셜커머스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경쟁력이 아니라, 로켓배송과 물량 경쟁을 가능케 만들었던 ‘자금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 규모로 승부 거는 쿠팡

어마어마한 규모, 쿠팡의 커져가는 적자

그렇다면 지금의 쿠팡을 만든 ‘자금력’은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 것일까. 쿠팡은 창사 이래 지금까지 줄곧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다. 로켓배송을 도입한 2014년 1,215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래 이들의 영업손실액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5년에는 5,470억 원, 2016년 5,652억 원, 2017년 6,388억 원으로 불어난 손실액은 작년에 이르러서는 1조 3,549억 원으로 뛰었다. 영업활동으로만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이다.

▲어느덧 누적 적자가 투자금에 가까워져 가는 쿠팡

물론 이를 통해 이들은 매출액의 확대를 함께 도모할 수 있었다. 5년 사이 쿠팡의 매출은 3,485억 원에서 4조 4,227억 원으로 10배가 넘게 뛰었다. 매출액의 증가폭이 이토록 가파른 것은 현재 쿠팡이 로켓배송을 위해 직매입 방법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이들은 직접 상품을 사서 배송하는 직매입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모든 거래액이 매출액으로 잡히고 있다. 이를 통해 매출액은 증가하게 되지만, 그만큼 물류비도 함께 증가하게 되는 맹점이 존재한다. 직매입 도입 전해인 2013년 쿠팡의 운반 및 임차료 비용은 약 407억 원이었으나, 2017년에는 1,484억 원, 작년에는 2,367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쿠팡의 직매입 비율은 90%까지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출의 상승과 함께, 쿠팡의 적자도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작년 쿠팡의 판매비와 관리비는 2014년 2,808억 원이었던 것이 1조 8,471억 원까지 뛰었다.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직매입 비율을 늘리면서 쿠팡의 내실 역시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말 쿠팡의 누적 결손금은 3조 원에 육박한다.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볼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앞으로도 계속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흑자 전환 목표조차 설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적만 보아서는 쿠팡은 실로 ‘존재할 수 없는 기업’으로 보인다.


마르지 않는 투자금, 배후엔 소프트뱅크

계속되는 적자에도 이들이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내실’이 아닌 외부자금의 유치 덕분이다. 돈을 벌어서 다시 그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투자금의 유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쿠팡은 2010년 매버릭 캐피탈, 알토스 벤처스, 파운더 콜렉티브 등으로부터 500만 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2011년에는 1,800만 달러 규모의 후속 투자금을 유치했다. 2014년에는 그린옥스 캐피탈 매니지먼트, 블랙록 등으로부터 4억 달러가 넘는 투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쿠팡은 로켓배송을 선보일 수 있었다.

▲쿠팡의 저력, 손실의 주된 이유인 로켓배송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2015년 즈음에는 누구도 쿠팡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았다. 실적이 아니라 투자금으로 운용되던 회사가 대규모의 투자금을 거의 다 소진한 상황이었기에, 머지않아 쓰러지게 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던 때에 반전이 일어났다. 2015년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 유치를 발표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쿠팡은 대규모의 물류 단지를 조성하고 로켓배송을 확대함은 물론 물류에서의 강점을 살린 다양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선보이면서,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쿠팡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는 이름, 손정의와 소프트뱅크

소프트뱅크 투자 이후로 3년의 시간이 흐르도록 쿠팡의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영업손실은 더 커졌고, 회사의 성장세는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바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유통 대기업들이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신세계그룹은 로켓배송을 겨냥한 시스템을 내놓으며 직접적으로 쿠팡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의 쿠팡을 바라보는 전망이 다시금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에,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나게 된다. 이번에도 소프트뱅크였다. 투자금이 다시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에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조성한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 받으며, 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의 데카콘(Decacorn) 기업으로 올라서게 된 것이다.


치킨 게임의 중간성적표, 쿠팡이 승리하고 있다

외연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자금에는 한계가 있고, 누적적자가 커지면 추가 투자의 유치가 힘들어질 것이다. 아무리 쿠팡이 ‘계획된 적자’를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유통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손을 쓰기 시작하면 시장은 기존의 플레이어들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손실을 견디지 못한 쿠팡의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의 시기를 바라볼 것이고, 확대 일변도의 쿠팡은 언젠가 성장을 멈추고는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쿠팡의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던 이들의 주된 시각이었다.

▲대규모의 물류센터는 유지하는 데만 해도 매년 엄청난 금액이 필요하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전망 중 두 가지가 빗나간 상황이다. 하나는 기존의 이커머스 강자, 유통 대기업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점이다. 소셜커머스끼리의, 그리고 쿠팡과 이커머스 기업들 간의 ‘치킨 게임’에 신세계 이마트가 뛰어들고 롯데마트가 참가를 선언했다. 다양한 강자들이 뛰어들어 공격적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이 치킨 레이스의 중간 결과는 현재까지 쿠팡이 가장 많은 득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쿠팡은 월별 거래액 1조 원, 1분기 거래액 3조 원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도 13%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지금껏 비관적으로 전망된 쿠팡에 대한 업계 예상치를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쿠팡은 작년에도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제 쿠팡은 시장을 리드하는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커머스에 공격적 투자를 예고하고 또 단행하는 기업들은 ‘쿠팡을 잡겠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커머스 시장 경쟁의 전선은 쿠팡 대 반쿠팡 진영으로 그어져 있는 상황이다. 쿠팡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 시장에서는 쿠팡이 이커머스 진영의 정점에 곧 서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이제 시장을 바라보는 이들 모두가 쿠팡의 자금력이 사실상 ‘무한하다’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외국 자본으로 완성되는 ‘한국판 아마존닷컴’

추후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을 손실을 견뎌가며 저변을 넓히고, 최후에는 통째로 집어삼킨다는 전략은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의 기본 전략이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필요한 경우는 무리를 해서라도 M&A를 추진하는 전략을 통해 지금껏 손정의 회장은 성공을 거둬왔다. 야후, 알리바바, 슈퍼셀 등 커다란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뒤에는 손정의 회장과 소프트뱅크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소프트뱅크와 손정의 회장은 지금, 쿠팡에의 공격적 투자를 통해 다시금 과거의 성공전략을 되풀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판 아마존닷컴은 비전펀드의 돈으로 완성돼 가고 있다

쿠팡은 10년째 김범석 창업주의 단독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쿠팡은 김범석 창업주의 뜻대로 운영되는 회사로 보기 힘들다. 쿠팡이 벌어들이는 돈보다도 훨씬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팡은 최근 김범석 대표가 전략적 투자를, 고명주 대표가 인사 분야를, 정보람 대표가 핀테크 사업을 담당하는 3인 각자대표 체제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쿠팡의 지분은 미국 법인인 쿠팡LLC가 100% 소유하고 있으며, 쿠팡LLC의 대주주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다. 현재 쿠팡의 경영권은 소프트뱅크로 넘어가 있으며, 창업주는 전략기획 외에 다른 영역에서 경영권을 행사하기 힘든 상황으로 봄이 옳을 것이다. 즉 쿠팡은 이제 소프트뱅크의 계열사로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소프트뱅크의 실제 계열사라면, 현재의 투자금이 모두 고갈되더라도 쿠팡에는 비전펀드를 통한 새로운 투자금이 다시금 투여될 것이 분명하다.


▲성공이 가시화될 때까지 소프트뱅크의 쿠팡에 대한 투자는 멈추지 않을 것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앞으로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해 ‘한국판 아마존닷컴’으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은 대규모 투자금을 통해 적자를 딛고 시장 장악을 위한 저변을 지금껏 마련해 왔으며, 또한 앞으로도 천문학적 투자금을 계속 투여할 준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한국판 아마존닷컴을 표방하는 기업이 내부의 혁신을 통한 것이 아니라, 무한에 가까운 외국의 자본 유치를 통해 탄생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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