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인가? 합법인가? 돈 되는 성인 콘텐츠 시장 규모와 현주소

조회수 2019. 5. 2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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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모두가 쉬쉬하는

일본의 ‘시미켄’이라는 이름의 배우가 있다. 이 배우는 지난 2월 5일, 한국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으며, 오픈 하루 만에 구독자 수 5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단기간 동안에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한 그는 최근 한 게임 광고의 모델로도 활동하는 등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을 타깃으로 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또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의 유명인들은 시미켄 외에도 많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시미켄의 활동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단순한 배우가 아닌 성인물 전문 배우, 소위 이야기하는 ‘AV배우’이기 때문이다.

▲돈 되는 성인 콘텐츠 시장의 규모와 현 주소

누구나 아는, 모두가 쉬쉬하는

시미켄의 작품이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적은 없다. 당연하게도 그가 출연한 콘텐츠들은 모두 국내에서는 ‘야동’, ‘포르노’, ‘음란물’로 분류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음지의 제왕’으로 분류되는 그가 국내의 ‘양지’에서 순식간에 유튜브 구독자 수를 늘리고, 또 광고 모델로도 발탁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에게 그가 이미 알려진 얼굴이었던 덕이 크다.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적이 없음에도 암암리에 우리나라 사람들 중의 많은 수가 그를 작품 속에서 이미 만나봤다는 이야기가 된다.

▲유튜브를 타고 순식간에 ‘양지’로 나온 일본 AV 배우, 시미켄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유통되는 ‘성인물이 아닌’ 불법 음란물은 실로 많은 이들이 이미 다양한 경로로 접하고 있는 중이다. 한 남성 잡지에서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포르노 영상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5%는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음란물에 노출돼 있고 또 이를 즐기는 것은 성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 2014년 전국의 10대 인터넷 이용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 응답자 전원이 음란물을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누구나 대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또 거의 대부분이 음란물을 보고 있으며, 자연스레 일본 남성 AV 배우의 ‘본좌’이자 9,300편이 넘는 성인물을 촬영한 시미켄이 국내에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여세를 몰아 시미켄은 한 게임의 광고 모델로도 발탁됐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또 모두가 쉬쉬하는 국내 성인 콘텐츠 시장은 실로 거대한 규모를 이루고 있다. 갑질 폭행 사건으로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웹하드 사업체 2곳을 운영하며 약 2,000억 원대의 부를 쌓은 인물이었다. 그의 웹하드 사업의 원동력은 불법 음란물 유통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양진호 회장은 2003년부터 작년 8월까지 불법 음란물 등 5만 2천여 건과 저작권 영상 등 230여 건을 유포해 약 7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그는 음란물 유통을 위해 헤비업로더들을 특별 관리한 것으로 전해지며, 파일 다운로드 수에 따라 업로더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등급을 나눠 수익금의 5~18%를 차등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천억 원 규모의 불법 음란물 유통 시장

웹하드 업체들의 주된 수익원은 즉 ‘불법 음란물 유통’인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포르노, AV에 준하는 영상물은 공식 유통이 불가능하며, 당연히 이런 영상물을 유통해 수익을 거두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 제1항 제1호는 “음란한 부호, 문언, 음향, 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 판매, 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업체들은 음란물 영상을 사실상 방치하는 형태로 해서 수익을 창출해 내고 있다. 일본의 15개 AV 제작사는 자신들의 영상물을 통해 수익을 거둬들이는 웹하드 업체 4곳에 5,000건에 달하는 동영상의 불법복제를 막아달라며 지난 2015년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정도였다.

▲직원 폭행으로 파문을 일으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야동’으로 부를 쌓았다

웹하드와 함께 우리나라에 불법 음란물을 생성하고 유통하는 플랫폼으로 악명이 높았던 ‘소라넷’ 또한 상당한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1999년부터 2016년 3월까지 누적 회원 수만 약 100만 명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라넷은 500억 원의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소라넷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접속 URL을 바꿔가며 운영했으며, 이를 트위터로 공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찌나 많은 이용자들이 소라넷의 트윗을 기다리며 트위터에 접속을 했는지, 국내의 트위터 보급에 소라넷이 큰 몫을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다.

▲불법 음란물을 열람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이들이 많다

소라넷과 같은 커뮤니티, 양진호 회장이 운영하던 웹하드 등 불법 음란물을 통해 형성되고 있는 시장의 규모는 정확히 추산되기 힘들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국내는 연간 수천억 원 규모, 글로벌로는 연간 약 1,500억 달러(176조 원, 미국 NBC)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고 출간물에서 비디오테이프로, CD에서 웹하드로, 그리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스트리밍과 VR 콘텐츠로 불법 음란물은 변모해 가며 지금의 시점에서도 천문학적인 수익을 창출해 내는 중이다.


시대에 따라 진화하는 성인물, 그리고 음란물

이태원 등지의 외국 서점에서 암암리에 판매되던 성인잡지가 1980년대 이후로는 미군 부대에서 반출된 포르노 비디오테이프가 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동영상 파일이 돼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시점에서는 스마트폰에 맞춰 서비스가 변모하는 중이다. 성인 사이트 폰허브의 자료에 따르면 자사 플랫폼 이용자의 3분의 2는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법 음란물 시장은 실로 거대하다

5G 시대의 서비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VR 분야에서도 가장 큰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콘텐츠가 바로 성인물이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제프레이는 VR 포르노 시장 규모가 미국 내에서만 10억 달러(1조 1,717억 원)에 이를 것이며, 2025년에는 전체 VR 관련 콘텐츠의 3분의 1이 포르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의 포르노허브에서 제공하는 VR 포르노의 이용자 수는 하루 평균 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의 성인물 유통업체인 DMM은 VR 포르노의 판매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작년 매출 40억 엔(약 41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아이돌 그룹 SKE48 출신이자 전직 AV 배우인 미카미 유아는 작년 허니팝콘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시장에 데뷔했다

누구나 보고 있으며 또 시대에 따라 점차적으로 형태를 바꿔가는 불법 음란물은 앞으로도 근절이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제작되고 유통되는 성인물은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법 음란물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위’의 문제다. 국내에서 ‘음란물’의 분류는 기본적으로 판례에 의거한다. 2008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음란물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왜곡, 훼손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묘사한 것’으로 규정한 바 있다. 대법원 판례에 의거한 합법적 성인물은 불법 음란물보다 수위의 측면에서는 훨씬 덜한 자극성을 띠고 있을 수밖에 없고, 보다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이들은 불법 음란물을 찾게 마련이다.


불법 음란물 시장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불법 음란물에 준하는 정도’로 자극적인 성인물을 허용해서 불법 음란물을 근절해 나가야 할까. 불법 음란물 유통을 처벌하고 성인물의 수위를 규제하면서 잃게 되는 것도 있지만, 이로 인해 지켜지고 있는 것도 분명히 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국내에서 성인물의 규제가 철폐된다고 하더라도 보다 자극적인 해외의, 혹은 리벤지 포르노와 같은 불법 음란물이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성 상품화, 인권의 차원에서 성인물 규제는 분명 거둬들이고 있는 실익도 있기 때문에, 불법 음란물 규제 철폐를 외치는 목소리는 대중들의 동의를 쉽사리 얻어내기 힘들 것이다.

▲웹서핑을 하다 보면 적어도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warning.or.kr

근절되지 않을 불법 음란물에 대해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는 그들을 철저하게 ‘음지’에 묶어두는 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에서는 이조차 쉽지가 않다. 음란물 유통 플랫폼으로 시청자를 유도하는 광고물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아동들이 즐겨보는 유튜브에서조차 성인 광고물이 송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웹사이트들을 도배하고 있는 광고들 중의 많은 수는 웹사이트 운영자의 개별 동의를 거치지 않고 광고 운영사들이 임의적으로 송출하는 ‘광고 네트워크’의 광고물들이다. 그리고 이 광고물들 중의 많은 수가 선정성을 담고 있는 성인 광고들이며, 불법 음란물을 버젓이 유통하는 플랫폼으로의 유입을 꾀한 것들이다.

▲일본 성인용품 유통사인 텐가는 한국에 정식으로 진출해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음란, 도박 등의 불법정보를 유통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을 실시하고 있으며, 또 점차 강화해 나가고 있다. 불법 사이트 차단 조치를 두고 일부에서는 인터넷 검열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으나, 국내 실정법에 위반되는 사업자를 제제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은 사실상 없다는 점이 문제다. 불법 음란물을 많은 이들이 찾고 있고, 또 심지어는 이를 위해 지갑을 열기도 한다. 앞으로도 불법 음란물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며,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점차 진화해 나가게 될 것이다. 아울러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한 조치들에 대해서는 비판도 크고 또 실효성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실로 ‘돈이 되는’ 불법 음란물 시장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지금처럼 쉬쉬하며 둘 것인지, 아니면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할 것인지 이제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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