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애플과 조급한 삼성전자, 두 회사의 전략이 다른 이유

조회수 2019. 5. 13. 11: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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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고 펼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가진 스마트폰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질 예정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키워드를 두 개만 꼽아보라면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5G 통신’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접고 펼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가진 스마트폰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질 예정이고,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전 세계로 다음 세대의 통신 기술인 5G 네트워크가 보급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의 키워드를 모두 잡은 제품이 바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을 뿐만 아니라 5G 네트워크에도 대응되는 갤럭시 폴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1인자로서의 위용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그렇다면 과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라이벌인 애플은 갤럭시폴드를 보며 지금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삼성전자의 기대처럼 정말 이들은 아이폰 이용자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긴장하고 있을까.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폴더블과 5G, 현 세대 혁신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는 혁신적이다. 지난 2월 21일 갤럭시 언팩 2019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 제품은 세계 최초의 인폴딩 구조를 지닌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접었을 때는 4.6인치의 외부 디스플레이, 펼쳤을 때는 7.3인치의 4.2:3 비율의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4.6인치 커버 디스플레이로 구동되는 앱은 기기를 펼칠 시에 7.3인치 디스플레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오랜만에 시장에 하드웨어로 충격을 가져다준 갤럭시 폴드

폴더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훌륭하게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까지 신경을 쓴 갤럭시 폴드는 공개되자마자 시장의 이목을 한 몸에 끌었다. 외신들은 삼성전자의 기술적 혁신을 극찬했으며, 다가오는 5G 통신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단숨에 선두에 설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애플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에 대해 “이것이 올해 애플의 잠재적 문제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다른 디스플레이 경쟁사들보다 최소 2년 이상 앞서있다”라고 평가했다.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이 폴더블폰 분야에서 선두를 빼앗겼다”며, 폴더블 아이폰의 개발이 지연되는 데에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갤럭시S10 5G 모델을 선보이며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먼저 추진력을 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갤럭시 폴드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애플은 앞으로도 당분간 폴더블 아이폰은 물론 5G 네트워크 대응 스마트폰도 내놓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은 애플에 차세대 5G 네트워크 모뎀을 공급할 인텔의 기술 개발이 늦어지고 있기에, 5G 아이폰이 출시되는 것이 예상보다도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폴더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또한 작년 10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11월에 기술 특허만 출원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된 바 없기에, 이 또한 올해 내 출시를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애플은 삼성전자보다도 훨씬 늦게 5G 대응 아이폰과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애플이 5G 아이폰을 과연 서두를까

그렇다면 이것이 앞으로 삼성전자가 애플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 파이를 빼앗아 오게 될 것이라는 예측의 근거로 사용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점유율은 견고하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애플이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비단 최근의 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삼성전자가 부상한 이래 언제나 이들의 플래그십 제품들에 비해 뒤처지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갤럭시S10 제품들은 최신 아이폰 라인업들보다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가격은 오히려 더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 비단 갤럭시S10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제품들은 항상 아이폰보다 적어도 몇 개월은 더 앞선 기술력을 가진 채로 출시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아이폰 이용자들의 충성도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용자가 지금껏 결제한 앱 상품이 아이폰에 담겨있고, 사용하는 맥북과 에어팟, 애플워치가 아이폰과 연동되기 때문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 생태계 속의 이용자들은 ‘기술’만 보고 갤럭시 폴드를 선택하진 않을 것이다.

▲갤럭시S는 항상 아이폰보다 성능이 좋고, 또 저렴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을 창출한 이후, 아이패드로 태블릿PC 시장을 열어젖힌 이후부터는 기술적인 혁신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혹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R&D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으니까).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보다도 앞선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였고, 또 그에 맞는 만듦새로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갤럭시 폴드 이전에 갤럭시 노트가 그러했고 또 갤럭시 워치가 그러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5.3인치의 대화면 패블릿인 갤럭시 노트를 공개했고, 이에 대응되는 제품을 애플이 내놓은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스마트 워치 시장을 만들어낸 것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였지만, 스마트 워치를 정착시킨 것은 2014년 9월 출시된 애플워치였다. 작년 애플은 2,250만 대의 애플워치를 출하해 스마트 워치 시장 50%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지킨 바 있다.

▲무르익은 스마트 워치 시장을 통째로 집어삼킨 애플워치

지금의 애플을 구축한 1등 공신인 아이팟 또한 그러하다. MP3 플레이어 시장은 1998년 한국의 새한그룹이 엠피맨을 출시한 이후 쭉 국내 기업들이 주도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에서 7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것은 3년도 더 늦게 출시된 애플의 아이팟이었다. 애플은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시장의 ‘최초’를 차지하는 것보다는, 시장이 무르익은 다음에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전략으로 지금껏 운영되고 있는 회사다.



두 회사의 전략이 다른 이유

5G 아이폰과 폴더블 아이폰 역시 이런 애플의 기조를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아 보인다. 5월에 갤럭시폴드가 출시되고 이어서 7월에는 화웨이에서 메이트X라는 이름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메이트X를 시작으로 화웨이는 다양한 5G 스마트폰을 연이어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샤오미 또한 폴더블 스마트폰과 5G 폰을 빠른 시일 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도 5G 폰인 V50을 내놓았다.

▲화웨이에서 갤럭시 폴드에 대항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메이트X

하지만 내년까지 5G 네트워크는 지금의 LTE와 같은 커버리지를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5G 통신 도입을 이야기하는 국가의 대다수는 인구 중 소수만이 5G 네트워크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오히려 5G 대응이라는 점을 들어, 5G 폰의 가격만 지금보다 더 높게 형성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이들 ‘선두주자’들이 소비자들의 반발을 무릎 쓰고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화두로 단말기 단가를 높이기를, 또한 통신사 경쟁을 통해 5G 네트워크 커버리지가 넓어지기를 바라보고만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장이 무르익은 다음에 5G 아이폰과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최고’를 자처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과 앱 생태계를 무기로 삼은 애플의 기다림의 전략은 지금껏 수차례 성공해 왔기 때문이다.


▲LG전자에서 내놓은 5G 스마트폰, V50 ThinQ

애플의 전략이 이럴 것이라는 건 이미 시장에서 누구나 다 예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최고가 아닌 ‘최초’를 향해 달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앱 생태계의 구축에 사실상 실패를 거둔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고 또 ‘타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삼성전자의 앱 생태계가 아닌 구글의 앱 생태계 안에 있다. 삼성 메일을 쓰는 대신 지메일을 사용하고, 삼성 앱스토어 대신 구글 플레이를 이용한다. 삼성전자 갤럭시의 대안이 있다면, 안드로이드 이용자는 손쉽게 타 제조사의 제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삼성전자는 항상 타 기업보다 하드웨어의 면에서 월등한 제품을 내놓는 데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또 이 방법이 지금까지 성공을 거둬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애플은 느긋하고 삼성은 초조할 것

기업들의 신제품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는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스밀 컬리지 경영대학 ISDBM 연구원 로버트 쿠퍼 박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오늘날 기업 수익의 28.3%는 3년 전에는 팔지 않던 제품에서 발생한다”며, “수많은 기업의 눈부신 성공과 부는 제품혁신 덕분이었다”고 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다가오는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 새로운 하드웨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생태계를 뛰어넘을 정도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면 타 제조사의 안드로이드 폰 이용자는 물론 아이폰 이용자들도 갤럭시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필름 제거로 인한 고장이 이슈가 된 갤럭시 폴드

기술의 진보에 집착하며 지금껏 두 차례, 삼성전자는 뼈아픈 실패를 거두기도 했었다. 하드웨어 발전의 정체기에 출시된 갤럭시 노트7이 그러했고, 또 금번 갤럭시폴드가 그러하다. 갤럭시 노트7은 현 세대의 다른 스마트폰을 압도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배터리 발화로 인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업력에 큰 오점을 남겼다. 그리고 올해 많은 기대를 안고 공개된 갤럭시 폴드는 출시 전 리뷰어들로부터 제품 결함에 대한 지적을 받고 북미 판매 일정을 연기해야만 했다. 디스플레이 외부의 교체용 화면 보호막을 강제로 제거해 생긴 오류라고 삼성전자는 해명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결국 출시를 보유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만 것이다.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은 기술격차가 벌어져도 느긋할 수 있다

생태계 구축의 실패를 통해 자신들의 강점을 ‘하드웨어’에 놓게 된 삼성전자는 항상 조급하다. 그리고 그 조급함이 두 번의 실패를 불렀다. 반면 생태계를 구축해 충성 유저를 보유한 애플은 느긋할 수 있다. 그리고 생태계를 무기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나 달궈진 시장에서 순식간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기술과 함께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애플보다도 더 높은 R&D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더 낮은 영업이익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갤럭시 폴드의 실수를 빨리 다잡는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조급함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애플은 계속 느긋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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