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사태'가 몰고온 미중 무역 전쟁, 대체 왜?

조회수 2019. 1. 1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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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금 미국을 중심으로 '신냉전'이 시작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까지 번진 '화웨이 사태', 대체 왜?

20세기 중후반을 상징하는 체제인 미국과 소련, 두 나라가 펼친 대치상황을 우리는 ‘냉전’이라고 부른다. 전면전 대신 치열하게 정보전, 군비경쟁, 기술경쟁을 펼친 두 나라의 냉전은 미국의 승리로 끝이 났고, 소련이 붕괴하며 1990년대에 들어 막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약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금 미국을 중심으로 ‘신냉전’이 시작되고 있다. 이번의 미국의 상대는 ‘중국’이며, 화두는 병기가 아닌 ‘ICT 기술경쟁’이다. 지금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ICT 기업들을 후원하며 차세대 IT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은 공산당을 등에 업고 성장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화웨이’를 위시한 중국 기업들을 국가 차원에서 견제하고 있다.



화웨이 회장의 딸, 캐나다에서 체포되다


▲​중국 공산당과 끈끈한 인맥으로 엮여있는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의 딸이자 재무담당책임자(CFO), 화웨이의 차기 0순위 후계자로 꼽히는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국의 의뢰를 받은 캐나다 사법당국으로부터 벤쿠버에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체포의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표면적 이유는 '대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체포되던 날, 아르헨티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90일간의 무역 정전협정을 맺은 바 있다.


▲​캐나다에서 긴급체포된 화웨이 CFO이자 런정페이 회장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

체포 당시 멍 부회장의 체포 이유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표면적으로 캐나다 사법당국이 밝힌 이유나 관세 문제를 넘어선 다른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었으며, 특히 화웨이의 ‘사이버 스파이 행위’가 주된 이유일 것으로 유력하게 추측되었다. 또한 기업으로서 화웨이 임원을 체포한 것은 그저 표면적 이유에 지나지 않으며, 미국이 중국을 국가 차원에서 압박하기 위해 다소 무리해서라도 멍 부회장의 체포를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멍 부회장은 체포 이후 약 80억 원의 보석금을 내고 현재는 조건부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에 응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의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항의가 있었다. 하지만 그 항의의 대상은 체포를 의뢰한 미국이 아니라,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실제로 멍 부회장을 체포한 캐나다를 향해 있었다. 중국 민간에서는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업체 캐나다구스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져 해당 업체의 주가가 20%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중국 정부는 항의의 차원에서 중국 현지 체류 중인 캐나다인 2명을 국가안보위해 혐의로 억류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체포 당일, 중국 입장에서는 간절했던 그전까지의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잠시 중단하는 ‘휴전 90일’의 합의를 이룬 상황에서 추가적인 갈등을 빚지 않고자 하는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멍 부회장 개인이 아닌, 화웨이를 조준한 조치


▲​멍 부회장 체포 당일, 중국과 미국은 무역 휴전 협정을 맺은 바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난 체포의 이유는 체포 당시 밝혀진 바와 같이, 화웨이의 비공식 자회사 스카이컴과 이란의 거래 혐의였다. 화웨이가 홍콩에 세운 스카이컴을 통해서 미국의 제재를 피해 이란과 거래한 혐의가 있으며, 과거 스카이컴의 이사를 맡은 멍 부회장이 이 불법 거래의 중심에 서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는 체포가 굳이 무역 정전협정이 맺어지는 당일 급작스레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이 중국의 ‘기술굴기’를 정조준한 것이라는 해석이 점차 힘을 얻어 가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ZTE에 대한 국가적 제제의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웨이는 익히 알려진 대로, 전 세계 인터넷 업체들에 네트워크 장치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관련 기업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폰 제조 및 유통에 힘을 쏟고 있으며, 현재는 삼성전자와 함께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하는 제조사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아울러 중국 5G 굴기의 선두주자로 화웨이가 위치해 있기에, 다가오는 5G 시대에서 주도권을 가져가며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곳으로 점쳐지는 곳이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대기업으로 성장한 화웨이를 글로벌 시장에서는, 특히 미국에서는 단순한 중국의 민간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2년 10월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자발적으로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지령에 따라 기밀을 훔치고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며 미국의 적성국과 수상한 거래까지 하는 기업”으로 설명되고 있다. 실제로 화웨이는 기업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을 공개하고 있지 않으며, 1987년 설립된 이래 큰 폭의 성장을 이룬 지금까지도 상장을 하고 있지 않은 이례적인 기업이다. 또한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은 중국인민해방군 출신으로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 기업이자 스마트폰 제조사임에도 불구하고 ICT와 재무에 대해 잘 모른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수상쩍은 인물이기도 하다.


커져가는 화웨이 불매의 분위기, 그리고 LG유플러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거대한 네트워크 장비 기업인 중국 화웨이

사실상 외국에서는 중국, 그리고 중국 공산당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화웨이를 바라보고 있으며, 중국 ICT 기업의 견제 차원에서 각국의 화웨이에 대한 불매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중이다. 표면적 사유는 ‘중국 기업 성장의 견제’가 아닌 ‘중국 장비의 보안에 대한 의심’이며, 그 근거로는 앞서 이야기한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의 보고서가 주로 인용되고 있다. 물론 네트워크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프라이기에 보안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지만, 화웨이는 보안 문제가 실제로 문제가 된 적이 없다는 점을 변함없이 강조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보안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밀어부칠 계획이다. 이미 작년 8월에는 2019년 국방수권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한 바 있는데, 여기에는 군이 중국 업체의 통신장비나 서비스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도 반 화웨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역시 사유는 ‘보안에 대한 우려’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의 국가 차원에서의 강력한 협조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일본은 '정부조달지침'을 통해 정부 입찰 등의 공공영역에서 화웨이 제품을 불매할 것을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 유럽으로도 확장되는 추세로 체코 사이버보안당국은 작년 12월 17일 자국 이동통신사들에게 안보 위협이 우려된다며 중국산 통신장비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등에서도 화웨이, ZTE의 통신장비 사용 자제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화웨이와 함께 중국 공산당의 후원을 받는 기업으로 의심되는 ZTE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당장 올해로 다가온 5G 네트워크 상용화를 위한 장비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가 뜨거운 상태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3사 중에서 현재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기로 발표한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의 장비를 사용할 예정이며, LG유플러스는 LTE 기지국과의 호환을 위해 화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LG유플러스가 작년까지 구축한 기지국 대부분이 화웨이의 장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도 신 냉전은 이어지게 될 것


▲​5G 네트워크 시장 선점을 계획하던 화웨이의 계획이 크게 틀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는 화웨이 불매의 움직임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다. 화웨이는 일관되게 자신들의 장비에 보안 문제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드러난 문제는 없더라도 보안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기업의 장비를 구태여 사용할 필요가 있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고객들을 상대로 한 서비스로 매출을 거둬들이는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점차 커져가는 불신론을 경계하기 위해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피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들여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던, LG유플러스처럼 4G 네트워크를 위해 화웨이 장비를 들였던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작년 12월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 장비까지도 모두 제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화웨이가 중국 외의 외국으로 수출되는 5G 장비의 절반은 LG유플러스의 물량인 것으로 이야기된다.


▲​LG유플러스는 졸지에, 세계 유일의 ‘화웨이의 우군’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보안 우려뿐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신이 커져가는 현재 상황에서 화웨이 장비를 고수하고 있는 LG유플러스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강해지고 있다. LG유플러스가 호환성과 함께 들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인 ‘가성비’의 측면에서도 화웨이 장비 의존도가 높을수록 추후 유지보수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 자명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합리적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보안검증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밝히며 논란 종식에 나섰지만, 상황은 지켜봐야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5G 네트워크를 위시한 미래 ICT 시장을 둘러싼 국가적 경쟁은 이제 주변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제품의 불매, 폐기를 권고하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화웨이를 변호하고 역시 동맹국들에게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의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장비 도입 금지를 촉구할 수도, 그렇다고 해서 화웨이 장비 구매를 장려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또한 어느 쪽의 손도 쉽사리 들어주지 않는 것이 현재로서는 현명해 보인다. 화웨이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신냉전의 분위기는 앞으로도 더욱 커져갈 것이 자명하며, 누구도 향후를 쉽사리 단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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