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래한 플라잉카 시대, 우리도 만날 수 있을까?

조회수 2018. 12. 1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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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상용 판매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거다. ‘전동휠을 타고 다니는 사람’을 ‘보행자’로 봐야 할 것이냐, ‘거마’로 봐야 할 것이냐 하는 것.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다. ‘전동휠’로 보면 된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새로운 존재에 대해 자꾸 기존의 기준으로 맞추려 하기 때문에 문제는 자꾸 문제가 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상용 판매 초읽기에 들어갔다. 역시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의 나라가 등장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가 들썩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가장 큰 관건은 ‘규제’였다. 이제 곧 자동차를 하늘로 보낼 사람들은 누구고,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달에 최초로 사람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 외에 나머지 2명의 우주비행사 이름은 잘 모른다

플라잉카 판매 임박, ‘TERRAFUGIA’와 ‘PAL-V’

▲​트렌지션은 이렇게 날개를 접고 굴러다니다가
▲​날개를 펴서 날아다닐 수 있다

플라잉카 사업의 선두주자 후보는 ‘테라퓨지아’와 ‘팔브이’다. 일단 테라퓨지아는 2006년 설립되고, 팔브이는 2008년 만들어졌다. 테라퓨지아는 2012년 뉴욕 모터스에 처음으로 플라잉카의 컨셉 모델을 공개했으며, 팔브이는 2018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양산형 플라잉카를 공개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플라잉카의 개념과 기술을 연구했고, 이제 드디어 최초 ‘판매’가 임박한 것이다.


현재 두 회사 모두 온라인으로 선주문을 받고 있으며, 이미 수백 대의 예약이 밀려있다고 한다. 테라퓨지아는 CEO 크리스 자란의 입을 통해 언론에서 2019년께 판매 개시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팔브이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2020년 첫 제품 인도를 공언하고 있다. 


테라퓨지아의 첫 플라잉카 ‘트렌지션’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고 하기보단, 땅 위를 달리는 비행기에 더 가까운 외관을 자랑한다. 땅 위에서는 날개를 접고 다니다가 비행모드로 변환하기 위해 날개를 편다. 그런데 꼬리날개는 그냥 항상 붙어있다. 심지어 엄청나게 커서, 누가 봐도 사실 비행기다.

▲​리버티는 ‘그냥 차’라는 이미지를 원한다

팔브이의 첫 플라잉카 ‘리버티’는 트렌지션에 비해, 자동차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하다. 우선 지상 주행 시에 모든 날개를 접고 최대한 자동차인 척하고 다닌다. 비행모드가 될 때 비로소 꼬리 날개와 헬리콥터를 펼친다. 사실 팔브이는 여러 방법을 통해 ‘그냥 이건 너네가 보던 자동차야, 그런데 하늘도 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최대한 강조하고 있다.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진 트렌지션의 판매 가격은 대략 27만 달러 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팔브이의 플라잉카 리버티는 ‘스포츠’와 ‘피오니어’ 트림으로 나뉘고, 각각 39만 달러와 59만 달러 선의 판매 가격이 전해진다. 팔브이는 이미 리버티의 90대 한정 주문 예약을 받고 있다. 예약 보증금과 주문 가격은 팔브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렌지션과 리버티 모두 2인승이며, 최고 속력이 시속 160Km 정도로 비슷하다. 항속 가능 거리는트렌지션이 640Km 정도, 리버티가 500Km 정도 된다. 주행모드에서 비행모드로 변환하는 데 트렌지션이 1분 미만에 불과한 데 비해, 리버티는 4분 정도 걸린다. 이렇게나 멋진 플라잉카를 구매하고 실제 운행까지 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증과 조종자격증을 둘 다 갖고 있어야 하고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이착륙을 할 약간의 활주로가 필요하고 엄청난 돈도 필요하다.


곧 다가올 플라잉카, 구글, 우버, 아우디, 토요타 그리고 중국

▲​우버는 비행체를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 구글만큼 어딜 가나 따라다니는 우버 역시 플라잉카 주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친구들이다. 구글은 스타트업 ‘키티호크’에 투자하여 지속적으로 플라잉카 연구를 해왔다. 지난해 4월, 어설프게 물 위에서 살짝 떠 보는 수준에 그쳤던 시험비행 이후 1년 만에 뉴질랜드에서 ‘코라’라는 모델로 에어택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버는 플라잉‘카’라기보다는 ‘플라잉’ 자체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복잡한 도심에서 주요 목적지까지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항공 운송’이라는 것인데, 당연히 무식하게 큰 공항이나 활주로 같은 건 없어야 하니, 수직이착륙이 가능하고, 경량화된 비행 수단을 만드는 것이 우버의 핵심과제다. 이를 위해 ‘벨 헬리콥터’라는 회사와 함께 우버 에어 사업을 진행 중인데, 앞서 언급한 테라퓨지아의 CEO 크리스 자란은 사실 예전에 벨 헬리콥터의 중국 사업부문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었다. 그만큼 벨 헬리콥터라는 회사의 기술력은 업계 내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과 창공의 자유로운 분리와 결합, 아우디 ‘팝 업 넥스트’

우버가 추진하는 ‘하늘을 나는 택시’는 사실 플라잉카 주제에서 빠져야 한다. 자동차와 비행기가 결합된 형태를 우버가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버는 ‘이동’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를 건드리고 있다. 즉, 땅을 기반으로 하는 2차원 이동 개념에서, 땅 ‘위’까지 포함하는 3차원 이동 개념을 정착시키려는 것이다. 플라잉카 산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패러다임이 바로 3차원 이동 개념이고, 이것을 위해 규제와 법령이 마련되어야 비로소 산업이 정착될 수 있다. 우버의 행보가 어딜 가나 무서운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개념을 전환하기 때문이다.


아우디는 ‘팝 업 넥스트’라는 개념을 도입해 플라잉카 대열에 합류했는데, 이것은 초소형 전기 자동차 구동체와 프로펠러 구동체를 결합하는 형태의 개념이다. 이탈디자인, 에어버스 등과 협력하여 개발 중이며 독일에서 에어택시 사업을 위한 허가를 받고 있다. 테라퓨지아도 차세대 플라잉카 ‘TF-2’ 개념에 이와 비슷한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의 스타트업 ‘샘슨스카이’는 자체 플라잉카 ‘스위치블레이드’의 예약판매를 개시했는데, 이미 예약자 수가 800명이 넘었다고 지난 9월 외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현대차도 뭐라도 해보기 위해 드론 스타트업 ‘톱 플라이트’에 전략적 투자를 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테라퓨지아 TF-2의 컨셉은, 비행체 하부에 승객 탑승공간을 붙여 날아다니다가
▲​차량과 도킹하여 승객들을 다시 지상으로 수송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사실 지금 제일 바쁜 곳은 토요타다. 2020년에 자기 나라 수도에서 오랜만에 올림픽이 열리는데 거기서 뭐라도 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관련 특허, 즉 바퀴 네 개가 하늘을 날기 위한 프로펠러 같은 것으로 전환되는 형식에 대한 특허를 미국에서 출원한 상태다. 토요타는 2020년 올림픽 개막식에 반드시 플라잉카를 선보여야 하는 중대 과제를 안고 ‘카티베이터’라는 연구 조직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곳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 지리 자동차는 옛날에 짝퉁으로 명성을 날렸는데, 갑자기 전기차의 주요 등장인물로 떠오르더니, 얼마 전엔 하이퍼루프 업계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그 지리 자동차는 2017년 11월, 테라퓨지아를 인수했다. 

 


과연 우리나라는?

▲​전천후 이동 수단은, 전천후 패러다임을 통해 가능하다

사실, 플라잉카 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도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굳이 그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 것조차 산업혁명시대적인 발상인지도 모른다. 강화도조약 이후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에서 뒤처져 있다는 폭력을 당해왔다. 그래서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하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무엇이든 앞서야 하고, 무엇이든 뒤처지면 큰일이고, 그것이 큰일인 이유는, ‘우리나라 것’이 없어지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플라잉카 회사, 우리나라 플라잉카 기술, 우리나라 플라잉카 산업 등등 ‘우리나라’라는 모태가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민족’에 기반한 무의식적 위기감보다는 현실적인 위기감이 이제 필요할 때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플라잉카 회사 테라푸지아를 인수했다

우리나라 플라잉카 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애국심 때문이 아니다. 새롭게 자리 잡을 미래 이동 개념은 수많은 직업과 수많은 사업을 만들어 줄 텐데, 예비 창업자나 학생들이 새로운 개념과 기술에 눈을 뜨지 못하면, 지금 하던 것처럼 반복적인 단순노동과 취업, 단순 자영업에 그치게 될 것이다.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중요하다. 플라잉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플라잉카가 만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살 우리 개개인의 인생이 소중한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 필요한 것들


▲​저 바위 크기를 줄이든, 같이 밀어주든, 오르막길을 부숴버리든 도와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난 11월 중순, 국토교통부는 ‘새로운 형태의 비행장치’에 대한 허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정부도 새로운 흐름이 잘 흐를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생각을 이제부터 해보도록 하겠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초경량 비행장치의 비행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상의 기준’을 다시 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기존의 ‘초경량 비행장치’로 정의된 것은 동력비행장치(좌석1개, 중량115kg이하), 행글라이더, 패러글라이더, 기구류, 무인비행장치, 회전익비행장치, 동력패러글라이더, 낙하산류 등 8가지였다. 여기에 ‘자체중량 150Kg 이하’인 비행장치를 이 분류에 추가해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참고로, 앞서 언급했던 팔브이의 플라잉카 리버티의 중량은 640Kg이다. 도대체 무슨 도움을 주겠다는 건지는 잘 모를 법하다.


국토교통부는 시험비행 허가기준도 마련했다고 한다. 허가요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시험비행 심의위원회도 설치된다. 무엇을 심의하는 위원회인가 하면, 비행장치 안전성과 위험도를 평가해 운용범위 등을 심의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드론이나 온갖 크고 작은 비행체들은 시험 비행에 대한 정확한 규정조차 없어, 시작부터 고생길이었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일인데, 규정이 없을 땐 규정이 없어서 시험 비행이 어려웠고, 규정이 있으면 규정 때문에 시험 비행에서 불합격 받을 공산이 커 보인다. 즉, 정부가 플라잉카 산업 발전을 도와준답시고 관련 제도를 확립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플라잉카는 ‘플라잉카’ 자체로 분류해야 앞으로 변형될 수많은 형태에 대응할 수 있다. 플라잉카를 자꾸 비행체로 분류하고 초소형으로 한정 지으면 이제 나타날 다양한 형태의 혁신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PAL-V가 개발한 플라잉카 '리버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계약중이다

법과 제도는 목차와 분류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자꾸 개념을 정의하고, 개념끼리 분류한다. 문제는, 자꾸 새로운 개념들이 나타나는데 자동차 아니면 비행기, 아니면 초소형 자동차 아니면 초소형 비행기 이런 식으로 기존 개념의 하위쯤으로 분류하려고만 하니, 제대로 된 분류가 이뤄질 수가 없는 것이다. 전동휠은 전동휠이고, 루프는 루프고, 드론은 드론이고, 플라잉카는 플라잉카다. 한자로 표기하지 못하겠으면 안 하면 되고, 영어를 써야 한다면 고유 외래어로 인정을 해야 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일반인들의 플라잉카 운전(조종?)에 적합한 면허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시험 비행조차 하기 어렵다.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못하면 기술이 모일 수 없는 법이다. 아무리 혁신적 아이디어와 그것을 실현할 기술을 갖고 있어도 그것을 시험해 볼 합법적 근거가 없는 땅에서 그 꿈이 자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초경량 비행장치의 비행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상의 기준’을 수정한다는 발표는, 우리나라 정부도 플라잉카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겠다는 가장 최신 뉴스였다. 결국 정부와 공무원의 관심은 오직 ‘안전’과 ‘기준’이었다. 그들이 다스리고 있는 이 땅에는 아직 변변한 스타트업 하나 없다. 플라잉카 황무지에서 싹을 틔우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일단 물과 햇빛이다. 그런데 지금 공무원들은, 싹이 움트기도 전에, 싹이 다 자라서 나무가 되면 이 나무가 혼자 움직이지 않을까, 그러면 그 나무가 사람들을 막 때리고 다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먼저 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 필요한 건, 어쩌면 ‘상식’이다. 

▲​2인승 플라잉카 `아에로모빌'

적토마와 오관돌파

▲​내일을 위한 준비는 더 이상 미룰수 없다

중국 원나라 말기 나관중이라는 사람이 쓴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이 있다. 무력이 출중하고 인품도 훌륭한 관우를 수하에 두기 위해 조조는 적토마를 선물한다. 적토마는 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명마다. 엄청 먼 거리를 엄청 빠르게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적토마를 타고 관우는 조조를 떠나려 했지만 국경 관문에 번번이 막힌다. 그래서 번번이 수문장을 죽이고 관우는 다섯 개의 관문을 힘겹게 통과한다. 그제서야 조조가 나타나 통행증을 관우에게 하사하지만, 관우는 그 통행증을 한 번도 쓸 수 없었다. 이미 조조 땅을 벗어났기 때문이다.적토마나 통행증이나 관우에겐 필요가 없었다. 관문이 가로막지 않을 때 비로소 천리마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고, 통행증이 유효한 때와 장소는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무엇 하나 빼놓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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