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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생명의 결합, 초소형 로봇의 현재와 미래

조회수 2018. 8. 20. 21: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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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부족한 스마트폰 저장공간 알차게 정리하는 방법

처음엔 사람이 돌을 던졌다. 그리고 총을 쐈다. 그리고 움직이면서 쏘려고 탱크를 만들었고, 날아다니면서 쏘려고 전투기를 만들었고, 멀리서도 쏘려고 미사일을 만들었다. 그런데 어디든 사람은 필요했다. 사람이 없어도 되는 무기가 필요했다.

처음엔 사람이 칼을 들었다. 외과수술 환자는 ‘사람의 눈’과 ‘사람의 손’이라는 한계와 함께 병상에 누워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X-ray를 개발했고, MRI와 CT를 촬영했다. 하지만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한약이든 양약이든 부작용이 따라다녔다.

승리와 생존이라는 밑바닥 본능에 따라 기계장치는 개발되었고 그것은 로봇이 되었다. 물리적 한계는 극대화된 화학적 연구성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궁극적 승리와 생존을 위해 그것들은 생명과 결합되어야 했다. 여전히 ‘로봇(Robot)’이라는 단어는 기계적 뉘앙스가 짙지만, ‘초소형’ 로봇의 세계는 점점 생명으로 나아가고 있다.

▲ 처음에 굴러갈 땐 좋았겠지만, 사람 없이 혼자 굴러다니면 그때부터 공포다.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을 가야 하는 로봇의 숙명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마이크로 로봇 연구소에서 개발한 곤충 모양 로봇은 톱니바퀴를 몸체 양쪽에 달고 돌아다닌다. 아주 느리게 움직이거나 눈 깜짝할 사이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다. 웬만한 장애물은 스스로 통과할 수 있고 구조물에 거꾸로 붙어서, 옆으로 기어서 이동한다. 심지어 제자리에서 360도로 고속 회전도 가능하다. 초기 모델의 크기는 18mm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쌀 한 톨만 할 크기로도 만들었다. 교각 점검 및 수리 목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한다.

롤스로이스社의 사내벤처 격인 ‘인텔리전트엔진’ 프로젝트에서는 뱀과 개미를 만들었다. 내시경처럼 생긴 뱀 로봇은 작은 틈새 사이로 들어가 개미 로봇들을 뱉어낸다. 개미 로봇의 길이가 10mm 수준이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들어가,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것을 보고, 엔진 전체를 탈거하지 않고 국소 부분만 점검하고 조치한다. 비행기 점검 및 수리 목적으로 개발된 로봇이다.

▲ ‘플레어(Flare)’ 로봇은 마치 군사작전처럼 소형 로봇들을 잠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람보다 힘 좋은 로봇은 태초부터 켜켜이 쌓여 있지만, 초소형 로봇은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에서 사람만큼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위력적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생체모방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마이크로 터그 로봇’은 17g에 불과한 6개의 친구들이 1.8톤이나 되는 자동차를 들어 옮긴다. 개미들이 자기 체중의 100배를 들 수 있고, 도마뱀이 발바닥으로 굳게 접착되는 특징을 연구한 결과다. 초소형 로봇의 접지력과 힘으로, 사람이나 기계가 접근하지 못하는 곳에서 물체 운반의 과업을 수행할 수 있다.

▲ 바닥에 단단히 붙어 있는 힘과 물건을 들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

물은 공포의 대상이다. 먼 옛날,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고려를 굴복시키고 일본까지 가려다가 머뭇거린 이유는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물’은 사람에게 본능적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래서 물 안팎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로봇은 본능적으로 개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원동력으로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소금쟁이 로봇을 만들고 있다. 물 위에 떠 있는 것은 기본이고, 물속으로 잠수했다가 물 위로 튀어 오르기도 한다. 작은 핀셋으로 겨우 집을 수 있는 크기에 무게는 쌀 6알 수준이다. 다리는 소금쟁이의 그것과 비슷하고, 파리의 그것과 비슷한 반투명 날개를 휘두른다. 공중에 있을 때는 초당 2~300회 정도, 수중에서는 초당 9회 정도로 날개를 움직인다. 물속에 들어가면 몸체 상자에 물이 들어가고 내부 장치의 화학적 작용을 통해 적정 수준의 폭발을 일으켜 부상 추진력을 얻는다. 수중 탐사나 구조 등의 목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 다 좋은데 전선을 달아줘야 힘이 생긴다.

영원히 살고 싶은 로봇의 꿈

바야흐로 자동차랑 담배도 충전해야 하는 시대다. 먼 옛날부터 휴대기기가 개발되고 격화되면서 ‘충전’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고, 그것은 배터리 성능과 결부되며, 결국 ‘크기’라는 고대 명제로 되돌아간다. 초소형 로봇도 같은 문제와 싸워야 했다. 로봇 개발자들이 진시황의 꿈을 이루고 싶은 건 아니겠지만, 로봇의 꿈은 불로장생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것은 결국 동력 공급의 문제이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동력 공급의 형태와 동력원에 대한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국제 로봇 및 자동화 컨퍼런스(ICRA) 2018’에 한 곤충형 로봇이 등장했다. 미국 워싱턴 대학 연구팀에서 무선으로 날아다닐 수 있는 ‘로보 플라이’를 개발한 것이다. 배터리 대신 광전지판을 달고 태어난 이 로봇은, 외부에서 쏘는 레이저를 받아 자체 동력으로 사용한다. 동력을 내장할 수 없으니, 실시간으로 공급받겠다는 아이디어다. 다운로드 대신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하겠다는 격이다.

이 로봇은 두뇌(마이크로 컨트롤러)와 광전지판, 날개로 구성되어 있다. 광전지판에 레이저를 쏘면 광전지에서 발생하는 7볼트 정도의 전력을 240볼트 수준으로 증폭한다. 그렇게 강력한 힘으로 일단 이착륙에 성공했다. 아직 파리처럼 자유자재로 날지는 못하지만 크기는 파리 수준이고 무게는 190mg에 불과하다.

▲ 레이저로 실시간 동력을 공급받는다는 뜻은 레이저가 1초라도 끊어지면 안 된다는 소리다.

무엇이든 결국 ‘전력’으로 변환시켜야 하는 숙제에서 벗어난 로봇도 있다. 우리나라 서울대 연구팀이 올해 초 학계에서 발표한 ‘하이그로봇’은 ‘수력’이 아니라 ‘물’ 자체로 움직인다. 엄밀히 말하면 ‘물’은 아니고 ‘수분’이다. 수분이란 것이 ‘동프리카’나 ‘대프리카’처럼 더워 죽을 것 같은 습도에서뿐만 아니라 진짜 더운 아프리카의 건조한 공기 중에도 늘 존재하기 때문에 하이그로봇은 상당한 동력의 자유를 얻게 되었다. 언뜻 보면 귀신들린 종이 몇 가닥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이그로봇은 야생 밀의 씨앗에서 꿈이 시작되었다. 야생 밀 씨앗은 꼬리를 움직여 땅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땅속 수분을 머금을 때 부풀어 오르는 한쪽 면과 그렇지 않은 다른 한쪽 면의 반복적 움직임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다. 하이그로봇의 몸체 섬유는 나노 튜브로 만들어졌는데, 이 섬유는 수분에 민감하고, 빠르게, 많이 휘어지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신속하게 증발하는 다른 성질을 구현했다. 결국 야생 밀 씨앗 꼬리처럼 반복적으로 작용, 반작용을 통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 이렇게 생긴 애들이 지렁이처럼 기어 다니면 로봇과 귀신의 경계도 허물어진다. (출처: 서울대학교)

자연에 대한 모방에서 자연 그 자체가 된 로봇

곤충에서 영감을 얻든, 씨앗에서 영감을 얻든, 그렇게 만들어진 초소형 로봇의 근육과 피부는 어찌 되었든 ‘인공’이었다. 하지만 사람 몸속에 들어가야 하는 초소형 로봇은 그 크기가 무엇의 몇 백만 분의 일이라 하더라도 ‘인공의 리스크’를 걷어내야 한다.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몸 안에 들어가야 진정한 ‘의료용’이 될 수 있다.

일단 올해 초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에서 공개한 초소형 로봇은 자성입자로 이루어진 탄성고무로 만들었다. 길이가 약 3mm 정도 된다. 애벌레가 몸을 말았다 펴면서 이동하는 모습에 착안하여 애벌레처럼 혼자 잘 움직인다. 물속에서도 헤엄치고 혼자 튀어 오르기도 한다. 자성입자 덕분에 자기장으로 외부 조종이 가능하고, 약물을 들고 체내로 들어가 필요 부위에 투여할 수 있다. 현재 크기는 소화기관 등에 활용할 수 있다지만 더 작은 크기와 사후 분해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 눕든 구르든 뛰든 혼자 잘 움직이며 약물을 들고 다닐 수도 있다.

홍콩의 한 연구팀은 지난 6월 말 세포를 들고 돌아다닐 수 있는 초소형 로봇의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3D 프린터로 만든 축구공 모양의 초미세 입체구조는 레이저를 통해 만들어진다. 지름이 0.08mm 수준의 뼈대를 만들고 니켈과 티타늄을 입힌 후 결합조직 세포와 배아세포를 투하하여 표면에서 자라나게 했다. 일단 스스로 세부 동작을 하진 못 한다. 대신 금속성분 덕분에 발생되는 자기장을 통해 외부에서 조종할 수 있으며 인체 혈관과 물고기 배아 세포 모델 실험에서 세포를 들고 전달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당연히 주변 조직에 아무런 해가 없었다고 한다. 아주 안심이 된다.

지난해 8월에는 ‘위궤양 치료’라는 분명한 목적의 실험이 성공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 로봇은 치료 약물을 전달하여 정확히 투여한 후 체내에서 장렬히 전사한다. 기존 경구 약물은 양성자 펌프억제제로 위산의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었다. 설사, 두통 그리고 우울증 같은 무시무시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기존 약물에 비해 초소형 로봇은 비교 실험 결과 부작용 없이 실험 쥐의 헬리코박터균 감염 치료에 성공했다.

이 로봇의 구조와 동력은 체내 성분과 상당히 친화적이다. 로봇의 중심부는 이산화티타늄으로 둘러싸인 마그네슘 코어로 이뤄졌으며, 본체는 항균성 클래리트로마이신층으로 보호되고 겉표면은 키토산으로 감싸져 있다. 마그네슘 코어가 체내 위산과 반응해 동력이 발생하며, 이 과정에서 위산이 중화되고, 로봇은 적절한 곳에서 약물을 분출할 수 있도록 산도를 조절한다. 위산은 24시간 내에 정상으로 회복되고 로봇은 위산에 의해 용해된다. 정말 인체에 아무 해 없이 잘 용해되었으면 좋겠다.

▲ 1953년 정립된 DNA 이중나선 구조 모양은 ‘생명공학’의 대표적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고무나 마그네슘도 필요 없고 아예 DNA 성분으로 만들어진 로봇도 나타났다.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연구팀은 스스로 돌아다니며 탐사 및 나노물질 운반 등이 가능한 ‘DNA 나노로봇’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중학생 때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하여 고등학교 3년 동안 과학 공부를 하고 대학에서 전공을 한 사람만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은 DNA의 복잡한 성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심지어 어떠한 동력 공급도 필요 없이 DNA 염기 성질을 통해 스스로 움직인다. 4가지 염기가 만든 이중나선 구조의 DNA 가닥으로 로봇의 발과 손 역할을 만들어 이동과 수송이 가능한 로봇을 만든 것이다.

각 염기는 저마다 다른 염기에 붙는 특성을 갖고 있다. 붙는 특성은 염기 커플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 만났다 헤어질 수 있고, 떨어져 있다 붙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발이 움직이고 손으로 물질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 DNA 가닥은 아데닌, 시토신, 구아닌, 티민 등 4가지 염기로 구성되는데, 서로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이 로봇의 크기를 가늠해보면, 일단 탐사 임무를 수행한 염기 표면의 크기가 가로세로 57nm였다고 한다. 1nm는 10억 분의 1m다. 로봇의 크기가 아니라 로봇을 실험했던 실험장 크기다. 여기에서 연구진은 색깔별로 분자를 흩어놓은 뒤 로봇에게 분류작업을 시켰다.

DNA 로봇의 성공 여부는, 운반해야 하는 물질을 얼마나 정확히 집어서 얼마나 정확한 장소에 운반하는지에 달려있다. 이 로봇은 24시간 만에 임무를 완료했다. 총 2가지 색깔로 나눠진 6개의 분자를 분류하는 일이었다. 80% 이상의 성공적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 로봇이 처음 한 걸음 걷는 데는 약 5분이 걸렸다. ‘한 걸음’은 6nm였다. 다시 말하지만 1nm는 10억 분의 1m다.

▲ 이쯤 되면 로봇도 생명공학이다.

생명이 될 로봇

지금 DNA로봇은 10억 분의 6미터를 가기 위해 5분이 걸리고 공 6개 운반하는데 24시간이 걸리지만, 1차 세계대전 때 솜 전투에 등장한 탱크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당시 탱크가 움직이는 영상을 지금 보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하지만 그 탱크부대는 그 시절 그 국가의 명운이 달린 미래 그 자체였다.

대부분의 초소형 로봇은 곤충 등의 생명체를 모방하여 만들어졌다. 사람보다 훨씬 작은 생명체는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을 가고, 볼 수 없는 곳을 보며,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사람은 그런 생명체를 모방한 로봇을 만들어 이전에는 할 수 없던 일을 하고자 한다.

▲ 저 틈에 꼭 들어가야 하는 사람은 건축사도 있고 소방관도 있고 군인도 있다.

대부분의 초소형 로봇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지겠지만 모든 초소형 로봇은 사람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암세포를 치료하는 약물을 전달할 수 있지만 암세포를 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본인도 모르게’ 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초소형 로봇은 산업용, 의료용 목적을 표방하지만 모든 초소형 로봇은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다. 아군의 생명을 희생하지 않고 적군에게 더욱 심대한 타격을 주는 데 있어서 과연 초소형 로봇처럼 강력한 것이 또 있을까.

위에서 구체적으로 소개하진 않았지만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연구 중인 ‘킬로봇’이 있다. 수천 개의 작은 조약돌 같은 것들이 스스로 집합과 해산을 반복하며 움직이는 군집형 로봇이다. 이런 로봇도 종국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 분자 수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레고 블록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이러한 군집형 초소형 로봇으로 우리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결합되면 사람도 필요 없이 로봇 스스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 ‘ICRA 2018’에서 일본 도쿄대 연구팀이 공개한 ‘드래곤’ 로봇은 공중에서 스스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 모든 기술은 결합된다.

결국 인공지능 초소형 로봇은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을 가고, 사람이 볼 수 없는 곳을 보며,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사람 없이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아무도 모르게’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다른 생명을 모방했던 초소형 로봇은, 최대한 다른 생명과 가깝게 만들어지고 있으며, 마침내 또 하나의 생명 자체가 될 수밖에 없다.

탱크는 국가의 명운이 달린 미래였지만, 생명체가 될 초소형 로봇은 모든 것의 생명이 달린 미래다.

▲ 새로운 가능성은 기쁘고 두려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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