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속 라디오 시계가 현실로, 스마트워치 '딕 트레이시'
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을 맞으면서 궁핍한 현실에 맞닥뜨렸다. 대공황 이전의 미국 만화는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 코드가 베이스였다면, 대공황 이후의 미국 만화는 보다 대중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인기를 끌었다. 이 시기 만화는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고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기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지금 보면 깜짝 놀랄 만한 소재를 담은 만화가 하나 있었다. 체스터 굴드의 <딕 트레이시>가 그것인데, 소재나 표현이나 전반적으로 매우 자극적인 편이었지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딕 트레이시>에는 손목시계로 전화 통화를 하고, 사진을 전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로부터 약 90여 년이 흐른 지금, 딕 트레이시 속 손목시계가 현실로 나왔다. 그 이름도 '딕 트레이시'다.
www.dicktracy.watch | 499 달러
만화 속 모습 그대로 가져오다
'딕 트레이시'를 제작한 아이보리앤드호른에 따르면, "우리는 만화 <딕 트레이시> 속 손목시계를 갖는 꿈을 꿔왔다"라고 말한다. 이 꿈 덕분에 <딕 트레이시> 속 손목시계가 현실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물론 단순히 비슷하게 생긴 장난감이 아니라 실제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스마트워치다. 아이보리앤드호른의 오랜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사실 아이보리앤드호른은 2016년 <딕 트레이시> 속 손목시계를 세상에 내놓았던 적이 있다. 다만 지금 공개하는 2018년형 딕 트레이시와는 다른 손목시계다. <딕 트레이시> 속 손목시계는 맞지만, 손목시계 본연의 기능만을 하는 타임피스였을 뿐이다. 라디오 버튼이 있기는 했지만, 실제로 라디오를 지원하지는 않았다. 2016년형 딕 트레이시는 만화 <딕 트레이시> 속 손목시계의 모양만 따온 일반 손목시계에 불과했던 것이다.
2016년형 딕 트레이시, 왜 만들었을까
아이보리앤드호른은 이미 2016년에도 만화 <딕 트레이시> 속 손목시계처럼 꽤나 멋져 보이고(Looks Cool), 시간을 말해주며(Tells Time), 전화를 걸 수 있는(Makes Calls) 딕 트레이시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만화 <딕 트레이시>가 처음 등장한지 7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어떻게 보면 ‘덜 완성된’ 딕 트레이시를 미리 내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2016년형 딕 트레이시는 아이보리앤드호른이 진정으로 만들고자 했던 딕 트레이시로의 발전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보면, 2년 전의 덜 완성된 딕 트레이시가 지금의 딕 트레이시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2016년형 딕 트레이시가 2018년형 딕 트레이시로 발전하기까지 수많은 <딕 트레이시> 팬들의 자금 지원이 있었다. 그리고 아이보리앤드호른의 오랜 꿈이 실현될 준비를 마쳤다.
딕 트레이시를 스마트워치라 할 수 있을까?
2018년형 딕 트레이시는 만화 <딕 트레이시>에서 등장했던 손목시계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마트워치’가 맞다. 물론 우리가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마트워치처럼 아주 다양한 기능을 하는 스마트워치라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화에서 표현된 손목시계처럼 ‘멋져 보이고, 시간을 말해주고, 전화를 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 정도 수준의 기능을 하기 위해 딕 트레이시에는 소형 스피커 모듈이 탑재됐는데, 이 모듈을 통해 통화는 물론이고 블루투스 스피커로의 기능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스마트워치의 고질적인 문제인 배터리도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2018년형 딕 트레이시를 스마트워치라 하기에는 스마트밴드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보니, 성능을 논하기에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70년 전 <딕 트레이시> 속 손목시계는 그야말로 혁신이었는데, 70년이 지난 딕 트레이시는 혁신은커녕 전혀 놀랍지도 않은 수준이 됐으니 우리 삶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Point
만화 <딕 트레이시>를 읽었던 독자라면, 딕 트레이시 시계의 ‘환생’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당시에는 혁신적으로 보였을지 모르는 디자인도 지금은 아날로그틱한 매력이 있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아날로그틱한 손목시계가 나름 스마트워치의 기능도 해내니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70년 만에 다시 등장한 딕 트레이시를 보면서, 지금은 허무맹랑해 보일지 모르는 만화 속 무언가가 70년대에는, 아니 훨씬 가까운 미래에는 곧 현실이 돼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