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피 말리는 왜곡된 플랫폼, 취준생 소셜 미디어

조회수 2018. 5. 8. 08: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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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판 글래스도어 벤치마킹 플랫폼들의 자성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전 세계가 불황의 늪을 지나고 있다. 각종 지표를 통해 세계 경제 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점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지표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실업률이다. 해외의 실업률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점차 나아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은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의 실업률을 나타내며 일본의 경우는 자연실업율(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을 밑도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타 국가의 사례와는 달리 오히려 점차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높아지고 있는 실업률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소기업 기피 현상과 그에 따른 취업 유동성의 경직으로 꼽힌다. 중소기업 기피 현상의 주된 요인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대비 열악한 근무환경을 들어야 할 것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민간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을 무색하게 하는 플랫폼이 있으니, 바로 통칭 ‘취준생 소셜 미디어’다.


실업률, 고용난이라는 커다란 과제

우리나라는 실업률, 고용난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의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0.4%가 증가한 4.5%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인구는 총 2,781만 1천 명으로 23만 2천 명이 늘어났으며, 비경제활동인구는 1,628만 9천 명으로 2만 2천 명이 증가했다. 전체 취업자의 수는 2,655만 2천 명으로 11만 2천 명 증가, 실업자 수는 125만 7천 명으로 12만 명이 증가했다.

▲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는 회복 중에 있다

연령계층별 고용률 현황을 보자면 30대 이상의 연령층은 약 75% 수준의 고용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비해 청년층의 고용률은 42%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학교를 갓 졸업한 신규 졸업자의 실업문제는 심각한 수준인데,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신규 졸업자 실업률은 15.9%,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층 실업률은 18.3%로 나타나고 있다. 실업률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취업준비생, 주당 근로시간 36시간 미만자, 구직활동을 하진 않지만 취업하고자 하는 청년층을 포함할 경우의 작년 전체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1.8%로 급증하게 된다.

▲ 국가적 과제인 구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도 힘을 쏟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경제 호황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올라가고 실업률이 떨어지는 추세다. 미국은 17년 만에, 일본은 24년 9개월 만에 최저치의 실업률을 기록한 것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현재 상반된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실업난 악화를 막기 위해 정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고 이를 위한 3조 9천억 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취업시장은 얼어붙어 있고,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열심인 모습이다.


특히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소기업들

▲ 청년의 구직난과 중소기업 구인난의 간극은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취업자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안달이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이야기다. 300인 미만 사업장 중소기업들의 부족한 일자리는 작년까지 3년 연속 20만 개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조사가 시작된 이래 단 한 번도 1만 개를 넘지 않은 대기업의 그것과는 다른 추이를 그리고 있다

▲ 중소기업 구인난의 가장 큰 문제는 근무조건 열악, 복지로 꼽힌다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의 취직이 기피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크루트에서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구인난의 가장 큰 이유’로 전체 응답자의 39.2%가 ‘근무조건 열악’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의 약점으로 꼽히는 보수보다도 복지, 근무환경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뒤집어 이야기한다면 근무환경의 개선이 이뤄진다면 중소기업 구인난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바늘구멍과도 같다. 대기업의 구인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국가적인 과제로 자리를 잡고 있는 구직난과 구인난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상 중소기업 구인란의 해소와 청년 취업 절벽의 타파이며, 이를 위해 중소기업의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껏 많은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이 열악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취업난 해소를 위해 청년 취업 대책과 같은 정부의 노력과 민간의 자정활동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떠오르는 ‘일그러진 취준생 소셜 미디어’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취업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는 현재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그 기업에서 일을 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복지는 물론 급여, 업무 처리 방식, 경영진의 경영 스타일을 취업 전에 미리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의 시초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래스도어’다. 기업을 별점으로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글래스도어가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면서 한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서비스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고, 또 일부는 스마트 스타트업 홍수의 시기에 유의미한 실적을 거두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

▲ 직장 문화 정보 공유 플랫폼으로 벤치마킹되고 있는 글래스도어

국내 글래스도어 벤치마킹 서비스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국민연금의 제공 정보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의 업력, 사원 수, 입사율, 퇴사율, 보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크레딧잡, 그리고 익명의 이용자들이 작성한 정보를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제공하는 잡플래닛의 두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이 서비스들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취업 전 이용해야 하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를 잡고 있어 ‘직장인 취준생의 소셜 미디어’로도 칭해지고 있다. 실제로 취업 준비생들, 특히 취업 경력이 없는 신규 졸업자들의 경우에는 이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정보들이 기업 선택의 절대적인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 보험공단을 통해 받은 정보로 DB를 쌓고 있는 크레딧잡, 기업 요청 시 해당 정보는 블록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런 서비스들은 공공 서비스가 아니라 기업의 정보를 또 다른 기업이 축적해 제공하는 형태의 민간 서비스라는 점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 높은 영향력에 비해 실제 제공되는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업의 영업활동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폐해를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크레딧잡은 일부 기업이 데이터베이스 제공사인 국민연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데이터베이스 제공사 요청으로 인한 서비스 중단 사태를 맞기도 했다. 잡플래닛 또한 많은 문제들을 낳고 있는데, 작년 10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검증 없는 글들을 막아달라’며 검증 없는 글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주가 잡플래닛의 활동을 막아달라는 청원글을 게시한 바 있다. 실제로 잡플래닛의 글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현재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곡된 정보 제공의 장,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한 직장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근무하는 ‘정태적인 고용’의 개념에서 일자리를 옮겨가면서도 실업상태가 장기화되지 않고 계속 고용상태를 유지하는 '동태적 고용'의 개념으로 우리나라의 일자리 환경은 전환된 지 오래다. 그나마 평생직장의 개념이 아직 살아있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근로자의 퇴사, 이직은 갈수록 그 빈도가 잦아지는 추세다. 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년간 직원의 퇴사율은 평균 17%로, 1년 동안 퇴사자가 한 명도 없었던 기업은 전체의 11.7%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퇴사자가 밝힌 퇴사사유로는 이직 41.7%, 업무 불만 31.2%, 보수 불만 24.3%, 복리후생 부족이 12.2%(복수응답)로 나타나고 있다. 적어도 10명 중 3명 이상은 기존 직장에 ‘불만’을 가지고 퇴사를 결정하게 된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또한 동 설문에서는 저연차일수록 퇴사가 잦은 것으로도 나타나고 있

▲ 글래스도어를 벤치마킹한 채용 기업 제공 플랫폼, 잡플래닛

앞서 이야기한 글래스도어 벤치마킹 플랫폼들 중의 하나인 잡플래닛의 경우, 플랫폼의 킬러콘텐츠는 전현직 직원들의 평가로 삼고 있다. 잡플래닛을 온전히 이용하기 위해서 이용자는 적어도 한 기업에 대한 평가를 익명으로 남겨야만 하는데, 여기에는 승진 기회 및 가능성, 복지, 급여, 사내 문화, 경영진 평가 등의 항목을 별점으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여기에 직원의 주관적인 시각이 강하게 담기게 되며, 이를 필터링 한 어떠한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의 이직 문화를 고려할 때 잡플래닛에 남겨지는 글 대다수가 전 직장에 대한 불만 토로, 혹은 회사의 내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단기간 퇴사자의 왜곡된 후기가 될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후기를 남긴 이용자가 실제로 그 회사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경쟁사의 조작도 수시로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로 유명한 블라인드 앱의 경우 재직중인 회사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재직 사실을 인증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근무 이력을 체크하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되면서도 좀 더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잡플래닛의 경우 가입 후 아무 기업이나 리뷰를 한 건 작성하기만 하면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증 절차도 없어 등록된 기업 리뷰나 면접 후기는 신뢰도를 크게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 신뢰할 수 없는 기업체 내부 비리까지 무분별하게 수집되고 있다

또한 기업리뷰 작성 중에서 못다 한 이야기라는 항목에서는 작성된 리뷰에도 노출되지 않는 기업의 비리 등을 작성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여기에 작성된 내용은 잡플래닛이 해당 기업체에 알리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서 기업체 내부의 약점이나 비리를 잡플래닛이 무분별하게 수집해 악용될 소지까지 남기고 있다. 인증 절차 없이 가입과 기업 리뷰 작성이 가능하고, 리뷰에조차 공개하지 않는 내용을 적도록 해 오히려 사용자들이 더욱 자극적인 글을 작성하거나 기업체 또는 기업체 운영자의 명예를 훼손시킬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 작성자와 리뷰의 연결 해제로 법적 분쟁 시 해결조차 쉽지 않다

잡플래닛은 이처럼 아무런 제재나 확인 없이 작성할 수 있는 기업리뷰를 ‘확실한 익명성 보장’이라는 이유로 작성자와 해당 리뷰의 연결을 해제하는 과정까지 거치고 있다. 이 경우 차후 해당 기업 리뷰에 중대한 하자나 명예 훼손, 거짓된 내용이 포함돼 소송 등의 법적 절차를 거치게 될 경우, 글과 작성자를 다시 연결하기 위한 코드를 가지고 있는 실제 작성자가 아니면 누구도 문제의 기업 리뷰 작성자가 누군지 알 수 없도록 철저하게 감춰 법적인 해결까지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다.

▲ 잡플래닛의 무분별한 활동을 중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

사실과는 다른 정보가 게재되더라도 정작 그 정보의 당사자는 이를 정정할 수 있는 어떤 방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잡플래닛은 자사 플랫폼에 제대로 검증치 않고 정보를 게재하며,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일체 받아들이지도 않고 있다. 취준생 소셜 미디어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수의 잘못된 정보를 전파시키고 있는 이와 같은 플랫폼들은 과연 사회에 순기능을 가져다주고 있을까.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현재 퇴사를 줄이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복지혜택 확충(35%),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 확립(29.1%), 조직문화 개선(18.6%)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중소기업의 노력은 왜곡된 댓글 하나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구인, 구직난에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때야말로, 무분별하게 왜곡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지 않으며 타 기업의 노력을 무색케 하며 자사의 이익만 취하는 국내판 글래스도어 벤치마킹 플랫폼들의 자성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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