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무기는 카메라, 4K 촬영 가능한 엑스페리아 XZ2
삼성, 애플 등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의 과점 체제가 굳어버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니의 영향력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업을 철수하지 않고 꾸준히 최신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가격 대비 성능도 우수하다고 하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소니가 최근 출시한 엑스페리아 XZ2, 과연 어떤 스펙을 갖췄을까. 엑스페리아 XZ2를 실제로 만나봤다.
www.sonymobile.com | 891,000원
영롱하다 영롱해
소니 엑스페리아 XZ2는 지금껏 소니가 출시했던 스마트폰과 달리 디자인에 획기적인 변화를 준 모델로 익히 알려져 있다. 실제로 엑스페리아 XZ2는 그간 소니 스마트폰만이 가지고 있던 디자인 철학을 완전히 뒤엎은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었다. 실물을 영접하기 전부터 괜스레 궁금하게, 지나칠 정도로 평범한 패키지 박스에는 ‘XPERIA XZ2’와 ‘SONY’ 만이 쓰여 있다. 깔끔한 패키지 박스만큼 패키지 박스 속 엑스페리아 XZ2도 깔끔한 자태를 드러낸다.
엑스페리아 XZ2는 현재 리퀴드 실버, 리퀴드 블랙, 딥 그린, 애쉬 핑크 색상으로 구성돼있는데, 리뷰에 사용되는 제품은 리퀴드 블랙 색상이다. 디스플레이와 베젤이 거의 구분이 가지 않고, 전체적인 디자인이 얼굴이 훤히 비치는 유광 유리 재질이라 그런지 스마트폰 자체가 다 디스플레이인 것만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엑스페리아 XZ2를 한마디로 하면, 영롱함 그 자체라 할 수 있겠다. 어떤 곳도 각진 곳 없이 촤르륵 떨어지는 곡선 디자인 또한 영롱한 디자인에 큰 역할을 한다.
엑스페리아 XZ2를 한 손으로 잡아봤다. 생각보다 꽤 무거운 느낌이 있고, 여성 고객층을 저격한 듯한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한 손으로 들었을 때 완전히 안정적인 느낌은 아니다. 케이스를 끼우면 이보다 더 무겁고 커질 테니,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좀 더 자세히 볼까?
엑스페리아 XZ2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완전히 베젤리스를 구현한 듯한 전면을 자세히 보면 미묘하게 디스플레이와 본체가 구별돼 보인다. 상단 베젤에는 각종 센서와 카메라 등이 있는데, 카메라와 스피커 외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하단 베젤에는 소니 로고가 박혀 있다.
엑스페리아XZ2의 모서리 부분도 함께 살펴보자. 유리 재질이 아니라서 반짝반짝 광이 나지는 않는다. 곳곳에 미세한 절연띠가 보이기는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상단 모서리에는 SIM(듀얼)을 넣을 수 있는 슬롯이 있고 하단에는 USB-C 타입 단자가 마련돼있다. 그리고 왼쪽 모서리에는 독특하게도 아무런 버튼도 없고, 오른쪽 모서리에 4개의 버튼이 몰려 있다. 위부터 음량 조절 버튼, 전원 버튼, 그리고 카메라 버튼이다. 최근 대부분의 스마트폰 잠금 화면에 카메라를 바로 실행시키는 기능이 있다 보니 카메라 버튼을 따로 마련해두는 스마트폰은 보기 힘들었는데 엑스페리아 XZ2는 역시 뭔가 달랐다.
사실 엑스페리아 XZ2의 매력은 후면에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면에서부터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은 후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일단 이해하기 쉽게 얘기하자면, 엑스페리아 XZ2는 볼록렌즈의 형상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모서리로 갈수록 서서히 얇아지는 모양인데, 그래서인지 그립감은 우수한 편이다. 바닥에 두고 쓰기에는 조금 불편해 보인다.
중앙 상단을 보면 플래시, 각종 센서와 함께 싱글 카메라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 조금 밑으로 내려가면 거의 중앙에 지문 인식 센서가 있다. 전원 버튼이 따로 있는 만큼 지문 인식은 터치 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하단에는 엑스페리아 로고가 고급스럽게 남겨져 있다. 심플하면서도 갖출 건 다 갖춘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엑스페리아 XZ2의 무기는 카메라다
이제 본격적으로 엑스페리아 XZ2를 한번 실행해보자.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처음 실행할 때 필수적으로 진행하는 몇 가지 설정만 완료하면 엑스페리아 XZ2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레오를 탑재해 조작도 어렵지 않다. 사실 엑스페리아 XZ2는 너무나도 다양한 핵심 기능이 숨겨져 있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엑스페리아 XZ2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카메라에 중점을 뒀다.
엑스페리아 XZ2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패러다임을 바꿔줄 만한 비장의 무기가 숨겨져 있다. 대표적으로 3D 크리에이터 기능이 있다. 쉽게 말하면 카메라를 이용해 사용자가 인물 및 사물을 3D로 촬영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 그 활용도가 꽤 높은 편이다. 지원하는 모드는 얼굴 스캔, 음식 스캔, 셀카 스캔, 머리 스캔, 자유 형식 스캔 등이며, 가이드를 먼저 보고 나서 스캔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자는 무선 마우스를 3D로 스캔해봤다. 음식 스캔 모드를 선택하고 가이드에 맞춰 스캔을 진행했다. 우선 무선 마우스를 제시되는 그림 안에 넣고 사물을 인식할 때까지 기다리면 곧 초록색 점과 흰색 점이 등장한다. 초록색 점은 사물을 인식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흰색 점을 초록색 점으로 채워간다는 느낌으로 사물의 좌우 및 위아래를 천천히 스캔하면 된다. 흰색 점이 초록색 점으로 모두 바뀌면, 최종적으로 이미지를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흰색 구역이 거의 보이지 않도록 초록색으로 칠해간다는 느낌으로 스캔을 마치면 된다.
스캔 결과는 꽤 놀라웠다. 완벽하진 않아도 생각보다 사물을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기본적으로 가이드가 워낙 잘 돼있다 보니 누구나 쉽게 스캔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캔이 마냥 쉽지는 않다고 하기에도 어렵다. 사물을 즉각적으로 인지하는 편은 아니었고, 가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작이 어려운 편이긴 하다. 스캔 과정을 조금 더 단순화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또 엑스페리아 XZ2는 4K HDR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영상을 촬영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너무 기대를 한 걸까. 실제로 엑스페리아로 촬영한 동영상과 아이폰 기본 비디오 촬영 모드로 촬영한 동영상을 비교해보면, 차이는 분명하긴 하나 엑스페리아 XZ2로 촬영한 영상은 아이폰의 그것보다 색감이 더 흐리게 보인다. 물론 아이폰의 영상은 엑스페리아 XZ2의 영상보다 왜곡이 있고 선명도 면에서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기는 하나, 대비가 실제보다 과장된 덕분에 영상을 보정한 듯한 느낌이 든다. 반면 엑스페리아 XZ2는 색감이 아이폰보다 쨍하지는 않지만 실제와 가장 흡사하게 촬영해주고 디테일 면에서 매우 선명한 결과물을 보여주기는 한다.
이 외에도 엑스페리아 XZ2는 기본적으로 광각 카메라를 갖추고 있고 모션 아이 카메라를 통해 이미지의 퀄리티가 아주 준수하다. DSLR의 수동 모드처럼 ISO나 화이트 밸런스를 조절할 수도 있고, 슈퍼 슬로우 모션을 풀 HD로도 녹화할 수 있기 때문에 카메라 성능은 현존하는 스마트폰 중에서도 아주 상급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 정도 카메라 기능을 탑재해놓고, 듀얼 카메라를 채용하지 않은 점은 의문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