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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게이트로 들여다본 글로벌 IT 기업의 배신

조회수 2018. 1. 18.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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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IT기업 애플의 배신 그것은 바로 '정보의 독점'

기업은 어떤 거대한 괴물이 아니다. 수많은 개인으로 이루어진 집단이고, 그 집단을 이루는 개인은, 다른 어떤 곳에서는 나와 똑같은 한 시민일 뿐이다. 그런데 그 개인들이 ‘기업’이라는 괴물이 되면 개인을 기만하고, 시민사회를 농락한다. 최근 우리 곁에서 드러난 그들의 ‘배신’은, 형태는 다양하지만 하나의 공통적 속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정보의 독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누구든, 어디든, 결국 독점이 문제다.

▲ 독점의 결과는 왜곡이다

AppleGate, 애플이 자수한 속사정

범인의 자수는 체포되기 전에 스스로 해야 한다.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잡히기 일보 직전에 갑자기 혼자 큰 소리로 내가 자수하겠다고 외쳐도 그 자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보증기간이 지난 아이폰 배터리 교체비용을 3만 4천 원으로 인하한다. 이것은 아이폰6 이상 사용자를 대상으로 2018년 1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라는 애플의 공식 안내가 지난해 12월 28일 공식 발표되었다. 이외에 자기들이 얼마나 억울한지도 구구절절 읊조렸다.

▲ 배터리 관련 애플 공식 안내문

다른 시민들이 알아서 그 문제를 밝혀내기 전에 애플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개인이, 한 언론이, 하나의 영상이 그 문제를 저 멀리서부터 조금씩 들춰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한 개인이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 IT 전문 매체 긱벤치에서, 그리고 그것이 유튜브 영상으로,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전 세계로, 그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퍼져나갔다.

▲ 배터리만 바꾸면 아이폰의 성능이 달라진다 (출처 : 긱벤치)

그 ‘문제’는 바로 아이폰 성능에 관한 것이었다. 배터리만 교체하면 될 것을, 기기 성능의 저하 때문에 기기를 통째로 바꾼 사람들의 원통함에 대한 것이었다. 그 ‘문제’는, 가히 결함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아이폰 배터리의 말도 안 되는 변질을, 우리가 모를 그 어떤 이유로,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지 않은 채, iOS ‘업그레이드’를 통해 점점 더 눈뜨고 봐줄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 애플의 태도에 대한 것이었다. 늙어가는 배터리를 위해 아이폰 기기도 같이 늙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준 iOS 업그레이드 덕분에 아이폰 유저들은 마침내 아이폰을 새로 바꾼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이런 행태를 알고 있었다. 참 희한하게도 2년 약정이 거의 끝날 때쯤 내 스마트폰은 바꿀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곤 했다. 하지만 분명히 미국 어딘가에 100년 이상 안 꺼지고 있는 전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의 성능 저하는 아무도 증명하지 못 해왔다.

▲ 배터리 성능 저하

앞서 언급한 그 ‘문제’가 진짜 문제인 이유는, 애플이 그것을 스스로 먼저 밝히지 않고, 개인과 시민사회가 그것을 ‘증명’한 이후에야 멋진 성명서를 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누가 더 억울한 것인지는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법적, 논리적 다툼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이 와중에 실로 다행스러운 사실은, 삼성, LG가 자기들은 이런 짓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참 다행이다. 


Don’t be evil, 구글 스스로 할 수 없는 그들의 구호

‘몰래’ 했다는 것 자체가 배신이다. 물론 우리는 구글을 믿은 적이 없지만, 이렇게 명명백백히 드러난 것을 보니 역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구글은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의 위치 정보를 수집했다. 해당 기간 동안 안드로이드 각 기기의 ‘셀 ID’ 코드를 네트워크 신호로 사용했고, 이렇게 전송된 정보에는 각 ID의 ‘셀 타워’ 주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셀 타워 한 곳에 대한 정보 자체는 반경 4마일(1마일=약1.6Km)의 근사값을 제공하지만, 개인이 이동함에 따라 여러 셀 타워의 주소가 수집되면 보다 정확한 개인의 위치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구글은 ‘그때 모은 정보를 어디에 이용한 건 아니고, 지금은 다 버렸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라고 해명했다. 이렇게 믿음직한 해명을 들으니 아주 마음이 놓인다. 그 정보가 맞춤형 광고에 팔리든, 해킹을 당하든, 얼마나 방대하고 얼마나 많은 돈이 걸린 것인지 누가 생각해도 뻔한데, 여전히 기업이라는 괴물은 저렇게 시민사회를 농락하고 있다.

▲ 구글의 기업 모토

이 논란의 발단은 한 온라인 매체로부터 촉발되었다. 구글이 저런 방식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했고, 동의하든 말든 정보가 수집되었고, SIM카드가 없어도 정보는 수집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매체가 정식으로 증명하고 보도했다. 그리고 구글 관계자에게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구글은 저 믿음직한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 구글이 Cell ID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드러났다 (출처 : 쿼츠)

사실 구글이 온갖 정보를 기반으로 온갖 온라인 서비스를 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리고 언제나 그 서버는 해킹 당할 것이다. 온갖 정보보호 약관이 있겠지만, 모두 알다시피 그것을 100% 준수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광고든 어디든 무조건 돈으로 연결될 것이다. 결국, 네트워크 기반 사회가 될수록 각 개인의 위치정보는 다른 누군가가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 기반 사회가 되면서, 그 사회를 만든 IT 기업은, 그 인프라를 통해 돈이 될만한 정보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네트워크 덕분에 한 개인이, 한 매체가 밝힌 이야기들이 전 세계로 확산된다. 자유로운 시민사회와 언론이 없다면 구글은 스스로 악마가 될 수밖에 없다. 구글이 악마가 되지 않도록 막는 건, 그들의 정보보호 규정과 윤리의식이 아니라, 외부 시민사회의 자유로운 감시와 언론이다.

▲ 현대판 빅브라더 역할을 하고 있는 구글
이번 논란의 시작은 쿼츠(Quartz)라는 온라인 매체였다. 지난해 11월 21일, 쿼츠의 에디터 Keith Collins는 기사를 통해, 구글이 어떤 방식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했고, 구글이 이에 대해 어떤 답변을 했는지 보도했다. 그 기사는 www.qz.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11월에 밝혀낸 덕분에 구글은 11월까지만 정보 수집을 했다고 해명했다. 여전히 언론은 가장 주요한 시민사회의 눈과 귀다.

Anti-online, 개인의 온라인 주권을 방해한 페이스북

온라인 시대는 자유로운 민주주의 시대를 열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언제나, 쉽게 ‘온라인’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자유로운 네트워크 접속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네트워크라는 것이, 서버의 연결인데, 이것은 결국 IT 기업의 설비 인프라가 전제되어야 한다. 설비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과, 그 인프라를 이용하여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간에 문제가 생기면 자유로운 온라인 상태에 장애가 생긴다. 그러한 사회구조는 절대 정상적인 온라인 시대라 할 수 없다.

▲ SNS = 페이스북은 일종의 공식이 되었다

언젠가부터, ‘SNS’라 함은, ‘페이스북’을 일컫는 상황이 되었을 정도로 현재 페이스북이 개인 네트워크 생활에서 차지하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원리는 KT의 네트워크 망이 전제된다. 참 대단한 우리나라의 통신산업 구조는 통신 3사의 독과점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두 개의 사업자는 KT 네트워크를 통한 우회경로로 페이스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KT에만 망 사용료를 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지출을 최소화해야 하는 기업 생리상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돈 문제 때문에 자유로운 온라인 접근에 방해가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지난해 중순, SK브로드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접속이 지연된 일이 있었다. SK브로드밴드 측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KT를 연결하는 우회경로를 막는 바람에, 아태지역 서버가 있는 페이스북 홍콩을 통해 네트워크를 연결하면서 전송 속도가 늦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우회경로를 차단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 애초에 국내 통신망 구조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IT 업계에 따르면, 이 일이 있기 이전에, 페이스북코리아가 서비스 속도 개선을 위해 SK브로드밴드에 캐시 서버(Cash Server) 설치를 요구했으나, 서로 트래픽 비용을 내라, 못 내겠다 하다가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캐시 서버는 접속자가 자주 이용하는 콘텐츠를 별도로 저장하여 접속시 즉시 제공한다. 인터넷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네트워크에 이런 서버를 설치할 땐 ‘법적으로’ 사용료를 지불한다. 국내 네이버, 아프리카TV 등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국내 인터넷 사업자가 아니라 해외 콘텐츠 사업자며, 콘텐츠 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 간의 비용 문제는 ‘관행적으로’ 둘이 알아서 해왔다. 


그렇게 둘이 알아서 하다가, 알아서 안 되니까, 한쪽에서 ‘맛’을 보여준 것인데, 그 결과는 개인들의 불편과 피해로 이어졌다. 페이스북은 현재 국내 온라인 생태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개인들의 관심과 이용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이번 사태는 관련 규정의 미비, IT 기업들의 불통이 우리나라 온라인 시대에 장애가 될 수 있음을 또 한 번 입증한 사건이다. 그러나 IT 기업이 얼마나 개인의 접속 권리를 무시하고 제한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참고로, 옛날에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동쪽에서 아시아와 유럽 간 교역을 막아버렸을 때, 어쩔 수 없이 유럽인들은 대서양으로 나갔다. 세월이 지나,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힘이 약해졌을 때, 유럽인들은 그 제국을 없애버렸다. 


The end of Snapdragon, 퀄컴 스스로 자초한 특허 사용료 분쟁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참 흔한 사자성어지만, 그 과한 수준이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과한 짓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과한 짓인지 깨닫지 못 한 채 점차 무너진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퀄컴(Qualcomm)은 2017년 3분기 칩셋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90년대 후반 저 유명한 CDMA(코드 분할 다중 접속 :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기술을 시작으로 기술 특허로 먹고살기 시작했다. 요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의 수준이 모바일 기기의 성능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만큼 퀄컴은 모바일 칩의 절대 기준이다. 좋은 기술에 대한 대가는 지불되어야 한다. 

▲ 퀄컴

퀄컴의 기술 덕분에 모바일 통신은 더욱 빨라졌고, 새로운 온라인 시대를 열 수 있었다. IT 기업들이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건 퀄컴의 우수한 칩 기술 덕분이었다. 그래서 퀄컴한테 특허 사용료를 지불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애플이 더 이상 퀄컴의 부품을 사용하지 않고 신제품을 설계할 것이라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었다. 퀄컴 대신 미디어텍의 부품을 쓸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되든 그렇지 않든, 애플이 지난 10년간 애용하던 퀄컴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은 건 확실하다. 그리고 퀄컴은 우리나라에서도 과징금을 크게 물었고, 애플뿐 아니라 블랙베리 등 다른 업체와도 특허 사용료 관련 소송이 빈번하다.

▲ 2017년 3분기에는 퀄컴이 스마트폰 칩셋 시장의 독보적 1위다 (출처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퀄컴의 기술 식민지에서 독립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화웨이는 기린으로 대항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자사 제품에 쓰일 칩셋을 자체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경영학 이론상, 제조업체는 유통으로, 유통업체는 제조업으로, 종단 확장을 하기 마련이다. 모든 것이 비용의 문제다. 퀄컴은 우수한 기술을 먼저 개발한 대가로 특허 사용료를 받지만, 그 행태와 수준이 심하게 과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애플이나 블랙베리가 도저히 참지 못 한 것이고, 제조사가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스마트폰 출시가의 2~3%가 퀄컴의 특허 사용료로 붙는다. 기술 개발을 누가 하든, 그 비용은 ‘권장 소비자 가격’을 구성하겠으나, 퀄컴의 과도한 특허 사용료를 여기저기 요구하며 제조, 유통 비용을 교란한 결과는 소비자 개인에 대한 피해로 연결된다. 물론, 퀄컴이 과도한 사용료를 요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먼 훗날 갤럭시 출시가를 보면 알 수도 있겠다. 만약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을 다 몰아낸다면 말이다.


Freedom in Republic of Korea, 글로벌 콘텐츠 기업의 자유로운 세금 납부

지금 우리나라에서, 매출액을 ‘공개’한다는 것은 ‘공시’의 유무에 따라 말할 수 있다. 자사 매출에 대해 ‘공시’하지 않으면 그것은 매출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16년도 매출액은 약 133조 원이다. LG전자는 같은 해 약 28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네이버는 약 2조 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에 본사를 둔 주식회사의 매출액은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언제나,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다. 애플은 2009년 11월 24일 애플코리아를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그날 이후, 애플코리아의 매출 수준은 언제나,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없게 되었다. 애플 본사와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도 불가능하다. 애플은 국내 정보통신사업자법에 해당하지 않는 해외기업이다. 페이스북코리아도 유한회사다. 매출과 수익 공개의 의무가 없다. 다만 올 1월, 페이스북 본사 부사장의 방한 예정과 함께 페이스북의 수익 공개 방향의 전환이 예상된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각국에서 발생한 매출에 따라 현지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 기업의 매출액은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구글코리아 존 리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국 매출을 공개할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는 참 애처로운 발언을 했었다. 도대체 구글이 한국에서 돈을 얼마나 버는지 알기 위해 여러 언론에서 여러 방식으로 취재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글로벌 IT업체의 본사 수익이 궁금한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궁금하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의 보고서를 찾아보면 대략 파악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거기엔 ‘구글플레이’의 매출만 집계될 뿐이다. 구글코리아는 그것보다 더 많은 장사를 한다.

▲ 저 5억 원의 출처를 모른다는 게 함정이다 (출처 : 구글코리아)

우리와 가장 가까운 듯한 IT 기업의 장사 실력을 들여다보기가 이렇게 어려워야 하는지 참 씁쓸해진다. 그리고 이건 ‘기분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세금이다.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이 맞닥뜨리는 차별의 문제다. 사업 수익에 대한 공정한 세금을 내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에 대한 산업 생태계의 공정성 문제다. 그래서 네이버도 자기들이 16년에 얼마를 벌었고, 세금으로 얼마를 냈으니 너도 한번 말해보라고 윽박지른 적도 있다. 하지만 구글코리아는 응답하지 않았다. 부가가치세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징수된다. 물론 해외 IT 기업이 국내 과세당국에 세금은 잘 내고 있다고 하니, 과세 자료를 제출하긴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자료의 작성 기준에 대해 아무도 관여할 수가 없으니, 그들이 한국에서 올린 수입에 대해 정당한 세금을 부과하는 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지금 그들은 ‘내고 싶은 만큼’ 세금을 낸다. 유한회사의 회계자료 외부감사 공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 해외에 본사를 둔 IT 기업들은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액에 대한 세금을 '알아서' 부과하고 있는 현실

사실 ‘한국에서’ 발생한 수입이라는 것이, 국경 없는 온라인 콘텐츠 시대에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이 문제가 애매해진 것은 과세당국의 규제 미비와 미흡한 과세정책 때문이다. 페이스북코리아와 구글코리아의 서버는 한반도에 없다. 서버의 위치, 즉 장소적 개념이 전제되어야 과세할 수 있는 현 제도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구글이 유럽에서 과징금을 ‘때려 맞고’, 향후 재무 공개에 대한 방향을 천명이라도 하게 된 것은 그곳의 시민사회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도는 새로운 이슈를 통해 만들어진다. 유럽 얘기 들으면서 우리가 가만히 앉아 여의도만 바라본다고 제도가 생기는 건 아니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 한반도를 무풍지대로 생각하고 돈을 벌어들일 때,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의 세금으로 잡히든지 말든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면 계속 그렇게 될 것이다. 그들의 자유가 이 나라에서 계속 묵과될 것인지는 이 나라 개개인의 관심과 시민사회의 관심에 달려있다.


Watergate

1972년 미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정치스캔들이 터졌다. ‘워터게이트’ 빌딩에 입주한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 설치 시도가 발각된 것이다. 이 사건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기록되었고, 이후 대한민국 정치인과 언론인들은 뭐만 하면 ‘게이트’ 글자를 뒤에 붙여 스캔들을 터뜨렸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처음 드러났을 때만 해도 닉슨 대통령은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2년 뒤 그는 대통령직을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도청하려는 ‘작은’ 시도와 그것을 은폐, 축소하려는 ‘거대한’ 음모를 들춰낸 ‘큰’ 힘이 역사를 바꿨다. 정보를 감추려는 자와 드러내려는 자의 싸움은 역사를 바꾼다.

▲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자극적인 개인방송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아우성을 본 적 있다. 그러한 개개인의 아우성이 시민사회의 여론으로 발전해야 IT 기업의 ‘무단’ 행위를 저지할 수 있다. 온갖 정보보호 규정과 관련 당국의 제재는 여전히 불분명하고 충분하지 못하다.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건 시민사회의 관심과 자유로운 언론의 책임이다. 온라인 시대의 개인은 댓글문화를 스스로 발전시키고 있다. 조작을 발견하고, 과유불급의 ‘과(過)’를 지적한다. 문제가 될 만한 문제에 스스로 달라붙어 진정한 사회 이슈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자유롭고 성숙한 개인의 힘이다.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며 돈을 많이 버는 사람한테 배신자라고 할 순 없다. 그런데 장사는, 돈과 원칙만 생각해서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어차피 규정과 원칙을 100% 준수하는 기업도 없다. 모든 스캔들은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배신에서 시작한다.

▲ 우리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정의의 여신도 가만히 앉아 있는다 (출처 : 대한민국 법원)

정보를 독점하든, 시장을 독점하든, 기술을 독점하든, 시장의 왜곡은 독점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그 독점에서 야기된 오만이 소비자와 시민사회를 기만하는 원동력이 된다. 애플은 기기성능에 대한 정보 독점으로 소비자를 기만했고, 시장에 대한 독점적 우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글 역시 IT 생태계를 독점하여 마음껏 정보를 독점할 수 있었다. 퀄컴은 기술 독점의 정당한 대가 이상을 요구하며 세계적 강도로 등극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시장에 대한 독점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망 사업자와 소비자를 농락했다. 그리고 이건 대한민국 통신시장의 독과점 구조와도 관련이 깊다. 마지막으로, 세계 유수의 IT 콘텐츠 기업은 정보, 시장, 기술의 독점적 위치를 기반으로 재무정보와 과세원천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시간이 지나면 독점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점차 문제가 발생하고 각 개인들은 그 문제를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내고 밝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밝혀진 문제가 온당하게 처리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고서라도, 시민사회는 언제나 이런 독점 구조를 깨트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1972년 닉슨은, 자기가 1974년에 백악관을 떠날 줄 몰랐을 것이다. 시민사회를 기만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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