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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의 근간을 이루는 '블록 체인' 이야기

조회수 2017. 12. 6. 15: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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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뫼비우스 띠의 한계, 그리고 예상이란 허구

앞으로 나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뫼비우스 띠의 한계, 그리고 예상이란 허구

▲ 첫 세계대전 이전에 유럽인들이 경험했던 가장 큰 전쟁은 나폴레옹 시대가 마지막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인 줄도 모르고 기차에 몸을 실었던 청년들은 나폴레옹과 넬슨의 영웅담을 상상하며 부푼 꿈을 안고 가족들에게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일단 그 청년들은 몇 달뒤에 이름도 무덤도 시체도 남기지 못 하고 대부분 참호에서 죽었다. 전쟁은 4년 만에 끝났다. 적어도 그 청년들은 그렇게 될 줄 몰랐다. 그 청년들의 부모도 그렇게 될 줄 몰랐다. 그리고 그 청년들을 징집하여 전선으로 보낸 장군들도 그렇게 될 줄 몰랐다.

▲ 사실 ‘World War’라는 명명은 소수의 핵심 국가 중 핵심 계층의 핵심 인물이 만들어냈다.

뫼비우스의 띠

세계사 공부를 한다는 건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로마제국), 독일, 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미국, 인도, 이란, 이라크, 이집트, 터키의 역사를 공부한다는 뜻이다. 참고로 전세계에는 200여개 나라가 있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20개도 안 되는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세계 역사를 공부한다고 말한다.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다만 매우 극소수의 사람들이 굉장히 뜨겁다. 그래서 그들은 벌써 미래 세상을 창조하고 있다. 아니, 벌써 창조했다. 대다수의 우리가 모른 채 이미 블록체인 기술은 인류의 미래가 되었다. 그 기술을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원리인지 상당히 궁금하지만 실제로 그건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 ‘만들었다’는 사실과 대부분 사람들이 그 원리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가지 속성이야말로 그들이 그렇게 경멸하는 중앙집권체제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 영국은 오히려 아편전쟁과 난징조약을 미안해해야 할 처지였다.

블록체인 기술로 가상화폐를 만든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알고리즘과 특성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가상화폐들이 있다. 그들이 개발한 논리와 함수가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 논리와 함수를 모른다. 가상화폐도 결국 핵심 개인과 핵심 집단이 존재한다. 조선의 상평통보를 만든 것도 조정 관료의 핵심 개인이었고 핵심 집단이었다. 로마제국 금화에 카이사르의 얼굴을 새긴 건 결국 권력자의 뜻이었다. 그 권력이란, 화폐를 만들고 통제하는 힘이다. 그렇다면, 과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만들고 통제하는 사람, 집단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 계속 앞으로 가는 것 같지만 계속 돌고 돌 뿐이다.

조선후기 상품작물의 출현은 양반계층을 무너뜨리고 상인자본가를 만들었지만, 그들은 식민지시대 부호로 계승되었고 한국전쟁 이후 새로운 지배계층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먼 옛날 연천군 고인돌에 묻혔던 사람의 자손이 지금 한국사회의 지배계층은 아니겠지만, 단 한번도 지배계층이 없던 적은 없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없어진다고 중앙집권적 화폐경제가 무너지는 게 아니다. 블록체인은 결국 한 개인이 만들었고, 채굴자의 감시와 통제가 필요하며, 가상화폐마다 서로 다른 알고리즘이 있는데 그것 역시 각 개인이 각자 골방에서 고안한 것이고, 하드 포크를 하든 해킹을 하든 그럴 수 있는 권력과 힘이 있는 사람의 의지가 반영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20개도 안 되는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며 세계사 수업을 듣는 건, 그 나라들이 지금 전세계 역사의 주요 모습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몇 나라를 우린 ‘강대국’이라 한다. 다수를 움직이는 ‘핵심’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 사람들은 블록체인이 뭔지도 모른 채 가상화폐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쌀을 물고기랑 바꾸러 시장에 나갔다가 엽전 가져오라고 혼났던 돌쇠도 엽전이 뭔지도 모른 채 엽전을 찾아해멨다.


앞으로 나아가야 풀리는 직성 

▲ 문명과 기술은 발전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인류 역사가 진보한다는 명제는 한번 따져볼 문제다.

쉽게 말해 ‘진보’라고 하는데, 과연 고인돌보다 컴퓨터가 더 진보적인 것인지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진보라고 말하진 않겠다. 인류 역사는 99%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1%의 의지로 돌아간다. 예를 들면, 태어나서 단 한번도 스마트폰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도 지금 스마트폰을 쓰고 있고, 미국에 사는 어느 형제 외에 아무도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지금은 추석 연휴마다 사람들이 떼거지로 하늘을 날고 있다. 병원에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을 살려내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여버리고 있다. 더 잘 살리는 기술과 더 잘 죽이는 기술이 같이 개발되니 그야말로 창과 방패, ‘모순’이다.


하여간 무엇이든 더 빠르게 아니면 더 느리게, 더 많이 아니면 더 적게, 더 크게 아니면 더 작게, 더 쉽게 아니면 아무도 접근 못 하게 하는 방향으로 기술은 변화한다. 형태와 모습도 변한다. 사람이든 집단이든 기업이든 그렇다.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했다. 은행과 정부의 통제를 싫어해서 그랬고, 비효율적인 중개 수수료와 시장 구조를 견디지 못 해 그랬고, 컴퓨터 천재여서 그랬다.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비트코인 캐시, 이더리움, 이더리움 클래식 등등 수많은 가상화폐들이 블록체인으로 탄생했다. 사실 블록체인 ‘기술’이라기 보단 블록체인 ‘알고리즘’이라는 표현이 적절해보인다. 암호화 알고리즘과 수학 공식 등이 블록체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중앙집권적인 화폐경제는 블록체인에 의해 달라질 것이다. 은행과 기축통화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오직 수많은 개인들이 있을 뿐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가 지금은 다양한 현실화폐를 기준으로 가격이 매겨지지만 이 글이 누군가에 의해 ‘발굴’될 때 즈음엔 이 글 자체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비트코인이 ‘가상’화폐였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말이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과연 달러나 위안화, 금의 자리를 대신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없다. 그렇게 될 것이다. 조선시대에 이 엽전 하나가 도대체 쌀 몇 가마니냐에 대한 논쟁이 있었을 것이고, 원나라의 지폐 이야기를 듣고 마르코폴로의 친구들은 코웃음을 쳤다.

사실 블록체인이 화폐경제의 민주화, 다극화를 야기한다는 건 현 경제체제의 근본적 붕괴를 의미한다. 물물경제에서 화폐경제로 전환된 이후, 이미 신용거래를 기반으로 전자적 화폐거래는 일상이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화폐와 통화를 통제하는 건 국가였고 재정관료들이었다. 쌀이랑 물고기를 바꾸는 짓 그만 하고 이제 돈으로 쓰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던 건 조선 조정이었다. 금 1온스당 35달러로 고정하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정했던 건 세계적 리더 국가들이었다. 그런데 비트코인을 처음 세상에 알린 건 일본식 이름의 어느 개발자 1인이었고, 그 메일을 받은 사람들은 정부 관료들이 아니었다. ‘지금’보다 더 앞으로, ‘앞’이 아닐 수 있지만 어쨌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결국 그렇게 바뀐다.



하지만 뭔가 ‘탈중앙화’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는 건 아니다. 중국은 지긋지긋하게 수천년 동안 그렇게 싸우면서 계속 통일하고 멸망했다. 미국은 개인들이 이민해왔지만 연방정부와 연방준비은행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보다 수천년 전에 그리스의 민주주의가 있었다.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 20세기를 살았고 21세기 초반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 수준으로는 대단한 ‘진보’라 하겠다.


예상이란 허구

1914년 8월, 죽음의 기차에 청년들을 태웠던 프랑스 정부는 국지적인 전투와 신속한 전투 종결을 예상했다. 하지만 전투는 전쟁이 되고, 전쟁은 4년 동안 지속되었다. 지금 내가 가진 돈이 ‘전부’ 얼마인지 지갑을 열고 지폐나 동전을 꺼내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언코 아무도 없다. 이미 내 돈은 기계가 찍어주는 통장잔고에,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화면에 보이는 숫자로 존재할 뿐이다. 이런 세상이 올 줄 알았던 사람보다 몰랐던 사람이 더 많았지만 결국 이렇게 됐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화폐가 전자적으로 저장되고 기록되면서 점차 극도의 ‘전자주의’가 대두된다. 그것이 가상화폐다. 그것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창조하기 위해서 블록체인 기술이 고안된 것이다. 이것이 세계적 표준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이미 많은 국가들의 정부와 금융, 정보당국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확실히 더 편리하고, 비효율을 제거하며, 기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보인다. 따라서 종국에는 오직 컴퓨터 안에서, 네트워크 안에서, 누군가 만든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원리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연하게 가상화폐를 주고 받을 것이다. 

그런데 전자주의 세계에서는 컴퓨터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블록체인은 세상을 바꿀 것이다. 가상화폐는 은행을 물리치고 달러화를 전래동화로 만들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어찌 되었든 컴퓨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구 환경을 말할 때, 산소의 존재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를 이야기할 때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컴퓨터와 네트워크다.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이미 우리 미래를 창조해버린 그들의 전제 조건은 컴퓨터와 네트워크다. 그런데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지금 이 상태로 당연히 점점 발전하며 미래에도 우리 곁에 있을 것이란 예상은 허구다. 왜냐하면,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금융시장에서 왜 금이 ‘안전자산’이 되었는지 생각해보자. 지금 현대사회의 모습을 만든 제2차 세계대전이 불과 70여년 전 이야기라는 걸 생각해보자. 물론, ‘예상’이란, 현재 환경을 토대로 만드는 것이다. 하긴, 그래서 영국도 1898년 중국한테 신계지구를 99년 조차 받고 좋아했었나보다. 어차피 99년 뒤에 또 쳐들어가서 조약을 연기하면 될 줄 알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99년 전 ‘현재’ 환경을 토대로 예상했던 99년 후 미래는 그렇지 못 했다.

블록체인은 결국 소수가 만들고 소수가 열광하여, 다수가 그것에 관심을 갖고, 핵심 소수가 그 체제를 지배할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사라지겠지만 가상화폐 준비제도이사회가 등장할 것이다. P2P 네트워크로 개인이 화폐경제의 주체가 되겠지만 단 한번도 지배계층이 없던 시대는 없었듯이, 그것이 진정한 주체는 될 수 없다. 체제를 지배한다는 건, 체제를 만든 사람들이 어렵게 만들어놓은 지식을, 대다수가 알지 못 하도록 막는 과정이다. 블록체인을 만든 사람이 존재하는 한, 체제의 전환만 있을 뿐, 체제구조의 전환은 기대할 수 없다. (만약 블록체인이 AI처럼 스스로 진화하고 움직인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인류는 무언가 홀린 것처럼 끊임없이 민주주의를 갈구하지만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단 한번도 인류 역사에 찾아온 적이 없다. 순수한 개인이 개발하고 순수한 개인들이 공정거래장부를 함께 쓴다고 하여 그것이 민주주의 금융시스템이 될 순 없다. 그런데 시베리아나 북미 사막 아래에서 숨쉬고 있는 핵미사일만 수백개에 달하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지금 이 세상이 이대로 지속될 거란 예상을 하는지 사실 가장 궁금하다.


블록체인이란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의 이메일 제안에서 출발한 가상화폐 알고리즘이며, 그가 만든 태초의 블록부터 수많은 채굴자들이 블록을 이어나가 체인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 정보들은 개인과 개인간의 P2P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해시라는 2진수 암호로 걸렸다 풀렸다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공유되면서 비트코인의 결제와 승인을 이뤄내고, 특정 서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수많은 개인의 서버에 동일한 정보가 공유되어 있기 때문에 해킹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킹됐다) 다수의 노드가 승인한 정보만이 정당한 사실로 인정되어 체인으로 연결되면서 가상의 공간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와 가상화폐들이 돌아다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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