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구글의 HTC 인수로 본 구글이 꿈꾸는 미래

조회수 2017. 11. 1. 08:4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소프트웨어의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소프트웨어의 구글이 하드웨어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구글이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HTC를 품었다. HTC를 인수한 것은 아니고, 정확하게는 HTC의 스마트폰 연구개발 부문을 인수한 것이다. 인수 금액은 총 11억 달러, 한화 약 1조 2,460억 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HTC의 지분이 포함된 인수는 아니다. 지난 9월 21일 구글과 HTC는 공동성명서를 내고 스마트폰 사업 협력 협약을 체결했으며, HTC에서 구글의 픽셀폰 개발에 참여한 인력은 구글에 합류하게 되었다. 스마트폰 연구개발 부문 인수금액은 모두 현금으로 지불되며, 구글은 당국의 승인을 얻어 내년 초까지는 인력 흡수 작업을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그리고 HTC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오픈소스 플랫폼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다. 애플의 iOS와 함께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는 현재 구글이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에 대해 리눅스 커널의 제네럴 퍼블릭 라이선스(GPL,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따르고 있으며, 새로운 운영체제 버전을 공개할 때마다 배포와 동시에 소스를 공개하고 있다. OS의 핵심에서부터 개발 툴, 에뮬레이터까지 모두 다 ‘공짜’로 풀려있는 것이다.

▲ 전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오픈소스는 역시나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 OS는 구글과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OHA)가 개발한 운영체제로, OHA는 79개의 기업과 단체가 모바일 장치의 개방형 표준을 선언한 동맹을 이야기한다. 2007년 11월 알파 버전에서 시작된 안드로이드 OS는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디저트 이름을 바탕으로 한 코드네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 4월 1.5버전의 ‘컵케이크’부터였다. 1.0버전이 A로 시작하는 ‘안드로이드(현재는 애플파이로 칭함)’를 시작으로 점차 알파벳을 하나씩 더해나가며 버전을 업데이트해오던 것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15번째 알파벳인 O로 시작하는 ‘오레오’로 줄곧 이어지고 있다.

▲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시작부터 함께 했던 기업, HTC

최초에 안드로이드가 지향하고 있던 OS는 지금과는 달랐다. 초기에는 블랙베리를 주로 벤치마킹하던 안드로이드 OS가 지금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된 것은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고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때부터였다. 안드로이드 OS가 아이폰의 iOS를 벤치마킹하며 애플이 주도하던 시장의 대항마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오픈소스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전 세계의 주요 휴대폰 제조사들은 경쟁적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내놓기 시작해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 체제가 구축됐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 속에서 처음부터 최근까지 구글의 곁을 지켜왔던, 사실상 가장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구글의 파트너사로는 주로 ‘HTC’가 거론된다. 


구글폰의 시작부터 함께한 파트너 

아직 안드로이드 OS가 방향성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었던 2008년, 전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상용 스마트폰이 세상에 출시됐다. ‘드림’이란 코드네임으로 불렸던 그 제품은 미국에서 출시된 ‘G1’이었다. 정전식 터치스크린에 슬라이드 방식의 물리 쿼티 키보드를 채택한 이 제품은 안드로이드 1.0 버전을 탑재한 채 출시됐으며, 이후 1.6 도넛까지 업데이트되었다. 세계 최초의 상용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자 최초의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디바이스로 기록돼 있는 이 G1을 제조한 제조사가 바로 HTC였다.

▲ 세계 최초의 상용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HTC G1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디바이스란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적용 제품 제작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제품들을 이야기한다. 새로이 출시된 안드로이드 OS 버전을 제대로 적용하려면 어떤 사양의 제품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레퍼런스(참조)’를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디바이스는 기획되고 제작된다.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디바이스 라인업의 제품들은 구글이 직접 제조하진 않는다. 구글은 레퍼런스 제품을 기획만 하며, 실제 제조는 구글이 선정한 제조사들이 담당하는 구조다. 구글이 지난 2015년까지 유지해 온 레퍼런스 라인업은 ‘구글 넥서스’라고 불리며, 이 라인업에서 최초로 출시된 제품이 바로 ‘넥서스 원’이었다. 2010년 1월 북미에서 최초로 출시된 넥서스 원의 제조사 또한 HTC였다.

▲ HTC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집중하고자 하는 분야는 VR로 이야기된다

구글은 2016년 자사의 레퍼런스 디바이스 라인업에 다시금 변화를 주게 된다. 넥서스 시리즈가 아니라 온전히 구글이 기획한 새로운 라인업 ‘픽셀’을 공개한 것이다. 표준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만 구글이 담당하던 넥서스 라인업(ODM 방식, 주문자 생산 위탁을 받아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이, 하드웨어 개발에까지 직접 구글이 참여하는 픽셀 라인업(OEM 방식, 주문자의 상표를 부착해 판매할 상품을 단순제작)으로 변경되는 것이 발표되면서 시장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구글이 이제 단순히 가이드라인을 제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분야까지 진출하며 스마트폰 시장 판도를 바꾸고자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었다. 마침내 2016년 10월 시장에 출시된 픽셀 실제 스마트폰의 제조사는 어디였을까? 이제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HTC'라는 것을.


HTC의 몰락, 그럼에도 픽셀 제조사로 선정된 이유

▲ HTC 회심의 카드였던 제품 ‘ONE’마저 처참하게 실패하고 만다

물론 HTC가 특별히 구글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디바이스를 제조한 제조사는 HTC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ASUS, 화웨이 등 다양하며, HTC는 앞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제조사는 아니었다. HTC는 ODM 전문 기업으로 자사의 개발 휴대폰을 유명 브랜드에 공급하는 것이 주된 사업 모델이었다. 그것이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계기로, 구글의 전폭적 지지 하에서 잘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연달아 내놓으며 순풍을 타고 성장해 운 좋게 한 몫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현재는 이야기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매년 두 배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하며 놀라운 실적을 내던 HTC는 2011년 4분기를 기점으로 폭락을 거듭하게 된다. 경쟁 제조사들의 노하우가 축적되고 상대적으로 투박한 외형과 허술한 만듦새로 인해 점차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면서, 이들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으며, 레노버나 ZTE에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사실상 이제 HTC의 스마트폰 사업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 구글 픽셀폰 어디에도 HTC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인력 흡수의 전말, 구글이 꿈꾸는 미래 

금번 HTC 부분 인수는 총 4,000여 명의 연구인력 중 절반에 해당하는 2,000여 명에 달하는 인력과 기술을 구글이 흡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 인수는 HTC로는 간절한 현금의 확보, 그리고 인력 감축을 동시에 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구글은 쓰러져가는 HTC의 인력을 만만치 않은 금액으로 이전받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걸까. 지금껏 스마트폰 하드웨어 제조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구글이기에, 금번 인수는 이런 면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 빅딜로 이야기되지만, 모토로라 인수 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

구글이 스마트폰 하드웨어 제조사, 인력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구글은 하드웨어 부문 강화를 위해 모토로라 모빌리티 전 사업부문을 125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구글 산하에서 약 2년 반 동안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으나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결국 다시금 중국 레노버로 팔려나가고 말았다.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에 지불한 금액은 약 124억 달러였으며, 레노버에 매각하며 받은 금액은 약 29억 달러였다. 모토로라가 구글에게 남긴 것은 그들이 가진 특허권뿐이었으며, 그렇게 구글의 하드웨어 직접 제조에 대한 꿈은 사그라질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모토로라 매각 이후 구글이 하드웨어 제조에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4년에는 스마트홈 전문 업체인 ‘네스트’를 인수했으며, 작년에는 모토로라의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릭 오스터로를 영입한 바 있다. 구글의 릭 오스터로는 현재 구글의 하드웨어 사업을 이끌고 있으며, 금번에 흡수된 HTC의 인력들도 릭 오스터로 휘하의 하드웨어 부문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 또 한 번의 ICT 혁명을, 구글은 하드웨어 기업의 입장에서 맞고자 한다

이들은 향후 두 가지의 방향성을 가지고 하드웨어 개발에 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는 픽셀을 필두로 한 구글의 안드로이드 디바이스 제조,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방향은 스마트폰 혁명 이후로 다가올 다음 세대의 디바이스(MR, VR,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개발이다. 이제 구글은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로,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제조사’로 나아가고자 하고 있다. 지난번 모토로라 인수가 스마트폰 시장으로의 진입을 꾀한 1차원적 시도였다면, 금번 HTC 부문 인수는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고 구글이 던진 ‘승부수’로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