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만한 크기에 성능은 플래그십, 소니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
아마도 많은 수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그러하겠지만, 유난히 한국 소비자들은 대화면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국가 제조사들보다 앞서 대화면 스마트폰을 내놓기 시작했고, 같은 사양이라도 화면이 큰 제품이 인기를 끌곤 했다. 오죽하면 아이폰의 인기가 급락하다가 대화면 모델을 내놓자 다시 치솟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와중에 큰 단말기보다는 자그마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런 소비자들도 원하는 것은 작은 크기일 뿐, 낮은 사양은 아니다. 작고 아담하면서도 할건 다 할 수 있는 뛰어난 퍼포먼스를 원하는 것이다. 소니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는 이런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www.sony.co.kr | 699,000원
같은 듯 다른 모양새
소니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7의 개막 바로 하루 전 현지에서 플래그십 모델인 엑스페리아 XZ1과 함께 공개되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엑스페리아 XZ1과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는 같은 시리즈 모델이다. 하지만 외형은 제법 달라 보인다. 박스 디자인은 크기만 다를 뿐, 화이트 박스에 거의 보리지 않을 정도로 X 로고가 인쇄되어있는 점은 동일하다. 구성품 역시 본체와 USB AC 충전기, 충전 케이블, 이어폰, 이어폰 팁, 시작가이드 등 동일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디자인은 비슷한 듯 다르다. 우선 윗면과 아랫면이 잘린 듯 반듯하게 생긴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좌우 옆면이 둥근 곡면으로 되어서 앞면과 뒷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듯한 형태를 취한 엑스페리아 XZ1과는 달리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의 옆면은 윗면이나 아랫면처럼 반듯하게 직각으로 잘린 형태다. 즉, 전체적으로 네모 반듯한 모양이다.
전체적인 모양새는 약간 다르지만 세부 구성은 거의 동일하다. 전면에 위쪽과 아래쪽 모두 스피커가 있어서 가로 방향으로 놓고 영상이나 음악을 감상할 때 스테레오 사운드로 즐길 수 있으며, 윗면에는 3.5mm 이어폰 단자와 마이크 홀이 있고 아랫면에는 USB 타입C 포트와 음성통화용 마이크 홀이 있는 점도 동일하다.
XZ1 패밀리 사양
이름은 뒤에 붙은 것만 빼면 똑같다. 엑스페리아 XZ1에 컴팩트만 붙은 네이밍이다. 이름처럼 컴팩트하다. 엑스페리아 XZ1은 디스플레이 크기가 5.2인치인데 비해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는 4.6인치다. 요즘은 5.2인치도 크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화면 제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4.6인치 모델을 보는 순간 굉장히 작다는 느낌이 든다. 5.5인치의 아이폰 플러스 모델과 비교해보면 정말 작게 느껴져서 약간 과장하자면 앙증맞을 정도다. 재질도 금속에서 플라스틱으로 변경되었다.
크기가 작은 만큼 해상도도 낮아졌다. 엑스페리아 XZ1은 1920x1080 FHD였지만 컴팩트 모델은 1280x720 HD 해상도를 지원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만 컴팩트해진 것이 아니다. 저장공간도 64GB에서 32GB로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 다행히 마이크로SD 메모리는 동일한 256GB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장공간 부족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또 하나 컴팩트해진 사양은 전면 카메라가 1300만 화소에서 800만 화소로 낮아졌다는 점이다. 전면 카메라는 화소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센서도 더 작아졌고, 렌즈로 f/2.0에서 f/2.4로 더 어두워졌다. 하지만 22mm에서 18mm로 화각이 바뀌면서 더 넓은 영역을 담을 수 있게 되어서 셀카를 찍을 때에는 좀 더 유리해졌다고 할 수 있다. 후면 카메라는 1900만 화소에 조리개값 f/2.0으로 동일하다. 후면 카메라가 살짝 돌출되어있던 것도 사라지고 평평해진 점도 장점으로 볼 수 있겠지만, 단말기의 두께가 7.4mm에서 9.3mm로 거의 2mm가 두꺼워지면서 카툭튀를 잡아먹은 셈이기 때문에 개선점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같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저장공간, 전면 카메라를 제외하면 나머지 사양은 엑스페리아 XZ1과 동일하다. 프로세서는 동일하게 스냅드래곤 835가 사용되었으며, 오히려 동작 클럭은 약간 높아졌다. 램 용량 역시 동일하게 4GB이며, 운영체제 역시 안드로이드 8.0 오레오를 갖추고 있다. 후면 카메라의 기능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초당 960프레임의 슈퍼 슬로우 모션 촬영이나 예측 캡처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크기가 컴팩트해지면서 덩달아 컴팩트해지지 않아 놀라운 점은 바로 배터리로, 엑스페리아 XZ1과 동일하게 2700mAh 용량을 탑재하고 있다. 자세히 파고들면 USB 전송속도 규격이 USB 3.1에서 USB 2.0으로 낮아진 점도 있지만, 지문인식 센서를 내장한 점 등 실 사용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서는 거의 비슷한 사양을 갖추고 있다.
3D 스캔 기능도 그대로
소니 엑스페리아 XZ1에는 3D 스캔 기능이 있어서 사람이나 사물을 입체적으로 스캔해 저장할 수 있다.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에도 이 기능은 동일하게 지원되며, 나만의 3D 모델을 만들어 아바타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사용 시 유용한 기능들도 다수 지원되고 있다. 스마트 백라이트 제어 기능은 디스플레이를 터치하지 않고 한 장면을 오래 바라보고 있을 때 절전 설정을 했더라도 손에 들고 있는 상황이면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절전 모드로 들어가지 않는 기능이다. 글러브 모드의 경우 겨울철 일반 장갑을 끼고 있는 상태에서도 터치를 인식시킬 수 있는 기능이다. 또한 엑스페리아 XZ1과 마찬가지로 일반 레벨의 음원까지 고음질로 재생해주는 기능과 다양한 음향효과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성능도 같은 수준일까
앞서 사양을 확인했을 때 성능에 직접 영향을 줄만한 핵심 사양들은 엑스페리아 XZ1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에도 그럴지 직접 확인해보았다. 우선 전반적인 시스템의 성능을 측정하는 Antutu Benchmark 결과이다. 엑스페리아 XZ1보다 4000점 가량 낮게 측정되었지만 15만6천점대라는 준수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시스템 전반의 성능을 측정하는 PCmark for Android의 결과도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가 200점 가량 낮게 나타났으며, Basemark 역시 140점 가량 낮게 나타났다.
3DMark의 경우 디스플레이의 영향을 받지 않는 Offscreen으로 테스트하는 Sling Shot Extreme Unlimited를 사용했는데, 오히려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가 200점 가량 앞서는 점수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퍼포먼스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원표
5인치 이하 프리미엄급 안드로이드의 유일한 선택지
엑스페리아 XZ1과 마찬가지로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 역시 멀티미디어 기능이 뛰어나고, 전반적인 시스템 퍼포먼스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4.6인치의 작은 디스플레이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당연히 있겠지만, 4.7인치의 아이폰이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안드로이드 진영의 프리미엄급 대다수가 5인치대 이상의 대화면만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프리미엄급이면서 5인치 이하의 크기로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더 매력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해상도는 아쉽다. 또한 출고가가 엑스페리아 XZ1과 정확하게 10만원 차이를 가지고 있어서 시선에 따라서 상당히 애매한 차이로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선택의 고민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