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와 고래의 잡종이 나타났다?
미국 하와이 카우아이섬. 영화 '킹콩'을 촬영한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곳이지요.
지난해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카스카디아연구소는 이곳에서 미국 해군의 의뢰를 받고 돌고래를 모니터링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생명체!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돌고래였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 돌고래는 어떤 종이지?"
"처음 보는 종인데?"
어떤 돌고래든 한눈에 보면 종을 구분하던 과학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우선 사진 뒤쪽에 있는 고래는 고양이고래였습니다. 하지만 앞쪽의 돌고래는 한번도 보지 못한 외양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사진을 찍고 조직 샘플을 채취합니다. 그리고 일년만에 나온 조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바로 앞쪽에 있던 돌고래는 '잡종'이었던 것이죠!
DNA 분석 결과, 이 잡종 돌고래의 부모는 '고양이고래'(melon-headed whale)와 '뱀머리고래'(rough-toothed dolphin)로 확인됐습니다.
고래(whale)와 돌고래(dolphin)의 잡종이 태어났다고 사람들은 놀라워했지요.
그렇다면, 이 돌고래는 '고래와 돌고래의 잡종'이 맞을까요?
아닙니다.
고양이고래를 melon-headed "whale" 이라고 하고, 뱀머리고래를 rough-toothed "dolphin" 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고래와 돌고래의 잡종이 태어났다고 오해를 한 건데요.
사실 두 종은 분류학적으로 둘다 '돌고래'입니다.
돌고래와 고래의 잡종이 있다는 잘못된 생각은 수족관에서 태어난 잡종 돌고래 '홀핀'에서 비롯됐습니다.
하와이의 한 수족관의 케카이말루(Kekaimalu)가 바로 유명한 홀핀 중의 하나인데요.
큰돌고래(Common bottlenose "dolphin")과 흑범고래(False killer "whale")의 부모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사람들은 케카이말루를 돌고래와 고래의 잡종으로 보고 '홀핀'이라는 말이 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잘못된 겁니다. 흑범고래(False killer whale) 또한 이름은 고래이지만, 돌고래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야생에서 돌고래 잡종이 태어나는 건 아주 드문 일입니다. 그래서 이번 잡종 돌고래 발견은 매우 중요합니다.
반면 수족관에 여러 종을 한데 가두어 놓고 키우면 잡종이 계속 태어나겠지요. 유전적 결함으로 경우에 따라 일찍 죽기도 합니다. 케카이말루 같은 잡종 돌고래는 더는 태어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