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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을 입양한 소년의 굳은 다짐과 반전

조회수 2020. 9. 10. 12: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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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의미를 너무 빨리 깨달아 버린 아들


저는 원래 고양이 4마리, 개 2마리를 키웠습니다.  그중 고양이 2마리, 개 2마리가 최근 무지개다리를 건넜죠. 


반려동물 죽음은 저뿐만 아니라 제 10살 아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나봅니다. 어느 날 아들은 침대에 누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하더군요.


"가족이 죽는 건 정말 슬픈 일이야. 엄마는 오랫동안 나랑 함께 살아줘. 나중에 아주 먼 훗날 죽더라도 내 딸로 다시 태어나줘"라고 아들은 말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죽음이란 의미부터 깨달아야 했던 아들을 보며 전 죄책감마저 들었습니다. 남은 아이들마저 떠난다면 더 이상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무너진 다짐과 임보의 시작


그러다 우연히 애린원 해체 소식을 접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던 1,600마리 개들이 구조되는 모습을 봤죠. 모든 개를 품지는 못해도 한 마리는 구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들도 애린원 사연을 접하고 유독 각별한 사이였던 고양이 태비와 럭키를 떠올리며 "고양이들이 환생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누렁이 래미안을 만났어요!


이후 남편과 상의 끝에 도움이 절실한 개를 데려와 3개월 단기 임시 보호를 시작했습니다. 입양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를 통해 누렁이 '래미안(7~8세 추정)'과 인연을 만들기 시작한 거죠. 


래미안은 유선종양 수술 후 임보처를 찾지 못해 다시 보호소로 돌아온 아이였습니다. 저희 가족은 보살핌이 시급한 래미안을 지체 없이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출처: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 래미안은 흔한 누렁이였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참 사랑스러운 매력이 많았습니다. 

얼굴은 래브라도 리트리버처럼 생긴 게 

다리와 꼬리는 웰시코기처럼 짧았죠. 


성격도 좋았습니다. 

아직 수술한 지도 얼마 안 돼  몸이 불편할 텐데 래미안은 낯선 가족들에게 꼬리를 열심히 흔들었습니다. 

출처: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저희 가족은 아이의 이름도 새로 지어줬습니다. 좋은 곳에 입양 가 잘 살라며 누군가 지어준 유명 아파트 브랜드명을 딴 이름 대신 반짝거리며 빛나는 보석과 같다는 의미로 '루비'라는 새 이름을 선물했습니다.

출처: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집에 처음 온 루비는 오랫동안 목욕을 못해 

온몸에 악취가 풍겼지만 아들은 루비를 쓰다듬어 줬죠. 


그날 밤 아들은 "엄마, 저 강아지는 7~8세 정도 됐으니 내가 오빠네"라며 좋아했습니다. 그간 반려동물 모두 본인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자신이 처음 오빠가 됐다는 사실에 신이 났나 봅니다. ​

출처: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가족 중에 매일 밤 루비와의 산책 시간을 

가장 즐거워한 이도 아들이었습니다.


얼마 전 '나는 누구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라는 숙제에 아들은 '루비와 산책할 때'라고 적어냈더군요. 


과거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던 아들이 루비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저 또한 흐뭇해졌습니다.

출처: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임시보호 종료 그리고 그 후


 루비는 저희 집에 와 놀랄 만큼 노묘들과 잘 지냈습니다. 


느긋한 성격인 루비는 고양이들과 충돌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노묘 '라라'(18세)와 '라울'(16세)도 평소와 같이 지냈습니다. 

출처: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얼마 뒤 루비는 앞서 다 없애지 못한 유선종양을 제거하는 재수술을 받았습니다. 퇴원날도 루비는 저희를 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죠.


수술 부위가 당겨서 통증이 심했을 텐데, 

앞발을 높이 들며 가족을 반겼습니다. 


남편은 "이렇게 상처투성이인 아이를 누가 입양하겠어. 우리가 데리고 살아야지"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결국 저희 가족은 한 달간의 임시 보호를 마치고 루비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도 2019년 11월11일 그날이 눈에 선합니다. 입양 결정 소식에 아들이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더니 

 "루비야, 앞으로 내가 정말 잘할게. 이제 아이패드도 안 보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산책도 매일 나갈 거야"라며 다짐하던 모습말이죠.

출처: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입양 후 일상? 

주말 오전 7시부터 산책


루비 입양 후 산책은 무조건입니다.

루비가 실외 배변을 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2~3번은 나가죠. 물론 주말도 예외는 아닙니다. 

덕분에 주말 오전 7시에 눈곱도 떼지 못한 채 루비와 밖으로 나갑니다. 

출처: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루비를 입양한 지 벌써 반년이 흘렀습니다. 


그 굳은 다짐은 어디갔는지....

여전히 아들은 아이패드도 많이 보고, 

숙제도 제대로 안 합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루비와 함께 살며 

어느 때보다 많이 웃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 가족, 루비와 잘 살고 있는 거 맞겠죠? 


출처: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출처: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사진

루비 반려인 윤진아 씨 제공


동그람이 장형인

trinity034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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