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람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집사 간택', '냥줍'은 꿈같은 일입니다. 그래서 고양이와 연을 맺는다는 '묘연'이란 단어도 생겼겠죠. 소개할 사연도 특별한 묘연을 가진 집사의 이야기입니다. 해외여행하던 커플이 길냥이와 가족이 된 이야기인데요. 고양이와 사람의 깊은 교감이 참 인상적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인 여성 '마가렛(Margaret)'과 남성 '라디(Ladi)'는 캠핑용 밴을 타고 각국을 돌아다니는 세계 여행자입니다. 마가렛은 4년 전 라디를 만난 뒤 여행을 시작했죠. 마가렛은 원래 여행 가이드로 일했는데요.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라디와 함께 자유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던 지난 2018년 12월 마가렛과 라디는 우연히 길고양이를 만났죠.



길고양이는 마가렛과 눈을 몇 번 마주치더니 캠핑카 안으로 쏙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게 싫지 않았던 마가렛도 그때부터 길고양이를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커플은 길고양이에게 '밀리(Millie)'라는 이름도 지어줬죠. 밀리는 마가렛, 라디와 함께 생활하면서 엄청난 개냥이 기질을 뽐냈다고 해요. 시도 때도 없는 꾹꾹이를 했고, 마가렛에게 몸을 비비는 등 친근함을 보였죠. 마가렛은 "밀리는 나를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밀리는 호기심이 엄청났다고 해요. 마가렛과 라디가 캠핑카를 벗어나 다른 곳을 둘러볼 때도 밀리는 항상 동행했습니다. 낯선 환경이 무서울 법도 한데 밀리는 열심히 쫓아다녔죠. 마가렛과 라디가 주변을 구경할 때, 밀리는 곳곳에 있는 나무를 캣타워와 스크래쳐로 사용하며 놀았습니다. 그렇게 하루 동안의 여행을 마친 커플과 밀리는 함께 밴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죠.



크로아티아 여행 뒤, 두 사람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그때 마가렛은 밀리를 두고갈 지, 데려갈 지 고민했죠. 결론은... 밀리를 두고 떠난다였습니다.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안심할 수 있는 익숙한 곳에 계속 머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두 사람은 밴을 끌고 크로아티아 국경까지 이동했는데요. 하지만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저히 밀리를 두고 떠날 수가 없었어요. 밀리는 이미 가족이었어요." 머물던 곳으로 두 사람은 밀리를 찾아다녔습니다. 5시간 만에 나타난 밀리는 마가렛과 라디를 보자마자 한 걸음에 달려와 애교를 부렸죠. 마가렛은 "밀리를 다시 보는 순간 깨달았어요. 밀리는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고, 이미 우리를 집사로 선택했죠"라고 전했습니다.

마가렛과 라디 그리고 밀리는 그렇게 가족이 됐습니다. 밀리는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생활에 금방 적응했다고 해요. 멀미도 하지 않고, 밴에서 차분하게 잠들다 도착한 여행지에서 커플을 쫓아다녔죠. 지금까지도 여행을 즐기는 마가렛은 밀리와 항상 함께 합니다. 

마가렛은 밀리에게 간택된 이야기를 동물 전문 매체 '더도도'에 공개했는데요. 그는 "여행을 다니면서 계획을 철저히 따르기 보다 우연히 생기는 일도 받아들이는 유연성을 기르게 됐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내 인생에 불쑥 찾아온 밀리와 앞으로도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글

동그람이 장형인

trinity0340@naver.com

사진

the dodo

인스타그램 계정 'curlyhaircamp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