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피해자 황원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편지 속에 담긴 우리 모두의 바람이 잘 전달되어 황원이 환하게 웃으며 가족을 만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황원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제 편지를 선생님께서 받아 보신다면 꽤 놀라시겠지요? 제 이름은 아놀드 팡입니다. 저는 국제앰네스티라는 인권단체에서 동아시아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 편지가 선생님께 전달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편지를 빌어 한국에 있는 선생님의 가족과 함께 선생님의 소식을 접하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선생님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선생님께서 한국을 떠나게 되신 지 50년이 되는 날입니다. 저는 지난겨울 선생님의 아드님이신 황인철 씨를 처음 만났고, 그로부터 선생님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50년 전 오늘, 선생님께서 항공기에 탑승하셨다가 납치되어 낯선 나라에 도착했다는 사실도 믿기 어렵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선생님과 한국에 있는 선생님 가족이 서로의 소식도 알지 못한 채 떨어져 있는 이 상황은 정말 더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저의 지식은 제한적이지만, 여러 정황상 선생님과 선생님의 아드님께서는 편지나 전화를 통해서도 소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생일이나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 두 분께서는 얼마나 더 힘드셨을까요?50년간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의 소식을 듣지 못해왔다는 것은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국제앰네스티에서 5년 동안 조사관으로 일해오면서, 저는 북한의 변화, 특히 북한 내 인권 개선을 위해 일하는 것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하는 일이 잘못되었다고 계속해서 말하지만 한마디의 답변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입니다. 때때로 우리의 활동이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도 하고 그것은 지극히 인간적이지만, 북한 사람들이 겪고 있다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것밖에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제 어려움은 황인철 씨가 선생님의 소식을 다시 듣기 위해, 그리고 선생님께서 원하실 경우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들여온 엄청난 노력에 비하면 아주 사소하겠지요. 황인철 씨가 몇십 년 동안 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해 온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도 전반적인 북한 인권뿐만 아니라 현 상황에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분발해야겠다고 고무되기도 합니다.
올해 초, 저는 유엔의 북한에 대한 국가별 정례인권검토(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 점검 절차)에 앞서 유럽에서 황인철 씨와 함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황인철 씨는 항공기 납치사건과 선생님의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하여 직접 발로 뛰며 각 나라의 외교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아드님 노력의 결과로, 한 유엔 회원국은 유엔 회의에서 선생님을 포함하여 1969년 납치된 항공기에 함께 타고 있던 나머지 승무원과 승객을 돌려보낼 것을 북한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의 국제앰네스티 회원들, 지지자들, 그리고 활동가들은 아드님과 함께 북한 정부에 선생님의 최근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북한 정부에게는 북한으로 납치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 정부가 선생님의 권리를 반드시 존중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할 것입니다.
인권은 모두에게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 선생님께서는 북한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자의적인 감시 및 고문 또는 기타 부당 대우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또한 북한 당국에 선생님의 상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게도 이 사건에 대한 북한과의 협의와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청할 것입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따뜻하고 건강한 연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에 있는 선생님의 가족과 함께 전 세계의 우리는 모두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선생님을 직접 만나 뵙거나 선생님으로부터 소식을 듣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겠습니다.
아놀드 팡,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