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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ositive Attitude, 신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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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무해하다. 신세경의 매일매일은 그렇게 흘러간다. 마치 빵을 만드는 시간처럼 고소하고 신비롭게. 

주름 장식 미디 드레스와 터틀넥, 패턴 스타킹,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C 패턴을 장식한 ‘앨리 백’은 모두 코치 1941(Coach 1941).

벌써 네 번째 만남이에요. 이쯤이면 에디터 생활을 같이 하는 게 아닌가… 홋카이도에서 촬영하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촬영하다 갑자기 눈이 펑펑 내렸죠.

왜 모든 게 그때 그대로인 것 같죠?(웃음) 홋카이도에 간 게 5년 전이라니 안 믿겨요.


촬영 끝나고 재미 삼아 같이 고스톱을 쳤죠. 당신이 밑장 빼기를 보여준 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어요. 영화 < 타짜 >에 출연한 해였죠. 아직도 고도리 좋아해요?

하하하! 아직도 고도리 좋아해요. 저한테도 추억이에요. 촬영 가서 마피아 게임은 많이 해봤지만.


8년 전 인터뷰에서 항상 자연스러울 수 있는 건 큰 무기가 아니냐고 했는데, 여전히 신세경이라는 사람은 기복이 없어 보여요. 당신 안에서도 파도가 칠 때가 있나요?

저도 사실은 기복이 있어요.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에서의 저와 자연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는 제가 너무 달라요. 너무 차이가 나고 티가 나요. 그런 성향인 것 같아요.


어떨 때 흔들려요?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항상 해왔는데, 그렇다면 유해한 사람을 볼 때 흔들리나요?

그럴 때 흔들려요. 어릴 때에 비해서는 조금 무뎌지긴 했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슬픈 것 같아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걸 보고 무뎌진다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어린 나이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으니 어른들 속에서 일을 한 거죠. 그때부터 단련된 결과인 것 같나요?

예전에는 일하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친해지고 가까워지고 싶은, 다 내 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점점 그게 사실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언젠가부터 일하면서 생기게 되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너무 큰 욕심을 내지 않게 됐어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기도 해요.

분홍빛 시어링 코트와 터틀넥, 얇은 소재의 러플 드레스, 별무늬 스타킹, 브라운 로퍼, 뉴욕의 강렬한 에너지에서 영감을 받은 ‘비트 백’은 모두 코치 1941.


그 대신 무해한 사람이 되기로 한 거군요.

작품을 새로 들어갈 때마다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때마다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낼 수는 없더라고요.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도, 모든 사람과 가까워질 수는 없지만 내가 일을 하는 곳에 가서 나의 책임을 다하고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어서였어요.


기억에 남는 조언을 해준 사람도 있나요?

돌아가신 할머니 말씀을 간직하고 있어요. ‘지는 게 이기는 거다’ 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20대를 살아오며 어째서 지는 게 이기는 걸까, 이기는 게 이기는 게 아닌가 하는 치기 어린 생각을 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을 정리해보니 지는 것이 패배를 뜻하는 게 아니라, 양보나 배려, 그리고 욕심을 덜어내는 것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어요.


무엇이든 길게 보면 이기는 것도 이기는 게 아닐 수 있다는 걸 할머니께서는 아셨나 봐요.

맞아요. 이겼다라는 것도 지금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당장은 지는 것 같아 보여도 인생의 마지막에 돌이켜보았을 때 제 스스로 만족하는 삶으로 기억하고 싶은 게 제 바람이에요.


지금 우리처럼 긴 시간에 걸쳐 여러 번 만나는 사람도 있고 단 한 번의 작업만을 함께 하는 사람도 있어요. 후자의 사람에게는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해요?

그냥 좋은 작업이었네. 나쁘지 않은 작업이었네 정도만 되어도 좋겠어요.(웃음)


당신에게는 자꾸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뭘 물어봐도 답을 하니까.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집을 사도 될까?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답이 잘 안 나오는 질문들.

하하하! 집을 사도 되는가는 저한테도 너무 어려운 질문이고, 음,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저는 진짜 각별히 조심하며 살고 있어요. 지금은 일하러 나왔지만, 초기에는 정말 집 밖으로 안 나왔어요. 대부분의 시간을 운동하는 데 보낸 것 같아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나름 바쁘게 지냈던 것 같아요


집에서 ‘홈트’ 영상을 틀어놓고요?

유튜브 보고 많이 해요. 유튜브에 좋은 영상이 많아서 보고 하기도 하고, 이미 아는 동작은 혼자서 하기도 하고요. 시간을 정해두고 운동을 하기보다는 그냥 오늘 내가 해야 할 만큼은 했다 싶을 정도로 해요. 스스로 자기 위안을 삼는 거예요.


친구를 만나면 고민 상담을 해주는 쪽인가요?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한정적이라서 어렸을 때 친구들 몇 명이랑 친하게 지내요. 각자 고민이 있으면 고민하는 내용을 단톡방에 올려요. 일하는 영역이 각자 다르지만 얘기가 잘 통해요. 친구들을 통해서 회사원들의 리얼 라이프를 조금이나마 듣고 공감하기도 하고요.

뉴욕의 시티라인을 담은 니트 톱, 안에 입은 러플 블라우스, 가죽 쇼츠, 스타킹과 로퍼는 모두 코치 1941.


회사원의 고민은 연차마다 달라져요. 배우도 그런가요?

그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연기에 대한 고민이 오히려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그렇고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게 아니라 더 큰 고민이 생기거든요. 듣는 귀가 트이고, 보는 눈이 생길수록 더 큰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연기에는 정답이 없죠. 그래서 더 어렵나요? 더 재미있나요?

요즘엔 어려운 쪽이에요. 워낙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이다 보니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해도 제가 진정성을 가지고 하면 기술적인 면을 떠나서 잠시라도 빛나는 순간이 보일 때가 있는데 그런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배우만큼 연출하는 PD에게도 관심이 가요. 작가와 배우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좋은 작품에는 좋은 연출이 있더군요.

배우들이 큰일을 해내는 것 같지만 현장에서 한마디의 대사를 가지고도 많은 경우의 수가 나오잖아요? 거기서 뭐가 맞는지, 뭐가 좋은 건지 제일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게 연출자예요. 감독님은 정말 중요해요.


가장 호흡이 잘 맞은 연출가는 누구인가요?

한 분을 꼽자면 다른 분들이 섭섭해하실 것 같은데, 저는 대부분 너무 좋은 감독님들과 작업했어요. 현장에서 제일 많이 부딪히는 사람이 감독님이고 제일 많이 의견을 주고받는 데다가 몇 달을 같이 고생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감대와 유대감이 생겨요. 그래서 차마 한 분을 못 고르겠어요.


소소하게 시작한 유튜브가 구독자 100만이 됐어요. 신세경 유튜브를 보고 신세경이 좋아졌다는 사람을 종종 만나요. 유튜브는 당신에게 뭘 주고 있나요?

세상이 아름답구나 하는 기분. 너무 신기하게도요. 저희 구독자들은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에요. 너무 맑은 분들이라서 깜짝 놀랐어요. 한 번도 인터넷 세상을 통해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 해봤어요. 전에는 제 일상을 찍어서 올리는 것으로 상호 간의 소통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드라마 < 런온 >을 한창 촬영 중이죠. 예전에 < 타짜2 >를 스스로 원해서 한 작품이라고 말했는데 < 신입사관 구해령 >이나 이번 < 런온 >도 그런 작품인가요?

모두의 의견을 모은 게 당연하지만 저의 의사가 많이 반영된 건 사실이에요. 물론 배우가 자기 프레임을 스스로 짜서 들어가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이제는 저의 가치관과 너무 크게 차이가 있는 작품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어떤 작품을 선택하느냐는 배우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죠. 당신에게는 조금 다르게 예전과 지금 달라진 관점이 있냐고 묻고 싶어요.

내가 착하고 바른 캐릭터만 하겠다는건 아니에요. 제가 악역을 할지언정 그 작품이 드러내고자 하는 가치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긴 해요. 예전에도 신경 쓰긴 했지만 20대 초반엔 대본을 봐도 몰랐겠죠. 지금도 모르는 게 많지만 그땐 정말 알려고 노력해도 제 눈에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 잘 보이게 된 것 같고, 그게 제가 결심을 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어요. 텍스트로 쓰인 작품을 보고 이 작품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건 어려운 일이거든요.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출처시어링 보머와 터틀넥, 니트 톱, 메탈릭한 스커트, 화이트&브라운 장식의 ‘비트 백’은 모두 코치 1941.

믿는다는 게 때로는 가장 어려운 일이죠.

다른 분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작품을 선택하는 게 되게 어려워요. 처음에는 정말 종이에 쓰인 글자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고민을 확장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결정하기도 어려운데 그것조차 나에게 안 맞으면 과연 내가 마음의 충돌을 참아가며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어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저한테도 좋으니까요.


거절한 작품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나요?

그렇죠. 그리고 작품을 거절할 때는 그 작품이 ‘대박’이 나도 나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해요.


< 신입사관 구해령 >의 구해령이 당신에게 카타르시스를 줬단 이야기를 종종 했었죠. 그런 캐릭터를 만나면 또 전형적인 캐릭터는 성에 안 찰 것도 같아요. < 런온 >의 인물에게서는 어떤 매력을 느꼈어요?

구해령은 제가 말씀드린 세상을 이롭게 하는 작품이라는 가치관에 가장 부합했던 작품이지만, 판타지가 강한 작품이었어요. 제가 바라는 이상향을 그린 작품이었어요. 반면 < 런온 >은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아주 현실적인 인물들이 펼쳐가는 이야기예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는데요, 아주 참신한 지점이 있어요. 캐릭터가 뱉는 대사들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올해만큼 드라마를 많이 본 적이 없어요. 시대에 부합하는 가치관을 많이 반영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도 많더군요.

맞아요. < 런온 >도 그래요. 지금 시대의 가치관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현장도 많이 변했다면서요? 피부로 느껴지나요?

너무 달라졌어요. 노동시간을 떠나서 좋은 쪽으로 많이 바뀌었죠.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저도 제가 나온 옛날 작품들 보면 많이 느끼는 부분이에요.



인물을 좋아해야만 연기가 잘되나요?

꼭 그렇지는 않지만, 저는 운이 좋게도 제가 좋아할 수 있는 인물들을 연기해온 것 같아요.


그중 친구로 두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누구예요?

< 타짜2 >의 허미나?(웃음) 한 명만 고르긴 어려운데요, 그냥 허미나가 친구면 돈 따오라고 시켜서 같이 피자 시켜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블랙 러플 드레스와 터틀넥, 씨티솔 스니커즈, 베어 문 사과 장식이 위트 있는 크로스보디 스윙어백은 모두 코치 1941.


어렸을 때에는 뭘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 책 읽는 걸 진짜 좋아했어요. 어릴 땐 제가 뭘 쓰는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언젠가는 책을 쓸 건가요?

60살 정도 되면 가능할까요?(웃음) 저는 뭐든 제가 만든 걸 보여주는 것에 대해 쑥스러움이 많은 편이에요. 유튜브를 하는 것도 저한테는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어요.


올해가 몇 달 안 남았네요, 그러고 보니.

저 내년에 서른두 살 돼요. 기자님은 30대가 좋으세요?


시간이 지나며 내 가치관이 명확해지면서 남들에게 휘둘리는 게 줄어요. 그것만큼은 30대가 참 좋아요.

그런 맥락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인간관계에 대해서 적당히 내려놓고, 누군가 날 싫어해도 그럴 수 있지, 연기 못 한다고 해도 그럴 수 있지…(웃음)


남은 2020년 동안에는 뭘 하고 싶나요?

계속 촬영을 하겠지만, 틈틈이 저만의 시간이 생긴다면, 집에서 빵 만들어요. 진짜로요.(웃음) 희한하게도 빵을 만드는 게 제게 너무 위안이 돼요. 제 시간이 생기면 제 스스로를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그럴 때 빵을 만들어요.


상상하지 못한 대답이네요! 베이킹에도 목표가 있어요?

비에누아즈리(Viennoiserie)는 아직 못 만들어봤어요. 그건 진짜 어려운 거라서 나중에 배워서 해보고 싶어요.


빵을 만들 때 가장 좋아하는 과정이 뭐예요? 우리의 네 번째 인터뷰는 빵으로 마무리하는 걸로 해요.

반죽을 보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시간을 들여서 가만히 놔두면 부풀어 오르는데 그 안에서 미생물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참 웃기죠?(웃음) 다행히 저는 가족들이랑 같이 살아서 나눠 먹을 수 있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저는 진심이에요.

시어링 블루종과 터틀넥, 티셔츠, 티어드 미디 스커트, 가죽 앵클 부츠, 화이트 ‘비트 백’은 모두 코치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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