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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루어코리아

코로나19가 바꾼 패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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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그대로인 것과 바뀌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시대를 맞는 패션 브랜드의 자세.

2011년 개봉한 '컨테이젼'이라는 영화를 기억한다. 재난영화라는 장르가 썩 내키지 않았지만 오로지 좋아하는 배우인 기네스 펠트로가 나와 선택한 영화였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10분 남짓,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베스 역의 기네스 펠트로가 발작을 일으키며 죽는다. 주인공이자 좋아하는 배우가 10분 만에 죽는 것도 충격이었는데, 이어지는 아들의 죽음, 죽음의 원인을 밝히려는 남편 토마스 역의 맷 데이먼의 고군분투, 전염병으로 밝혀진 질병과 그 원인과 해결을 둘러싸고 정부와 사회, 그 안의 인간 본성과 균열이 일으키는 파장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재난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내게 불편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 그리고 현재, 영화적 불편과 공포가 현실이 되어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어놓는다. 화려한 철옹성 같은 패션월드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훗날 패션의 역사는 코로나19 전과 후로 나누어 기록되지 않을까. 언택트를 장려하고 디지털이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 코로나19가 패션의 미래를 앞당긴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6월과 7월. 평소 같으면 세계 4대 패션도시에 전 세계 남성 브랜드와 바이어, 외신들이 모여 다가올 남성 패션 트렌드에 대해 논하는 패션 축제가 한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전염병의 대유행, 즉 팬데믹을 선언한 지 4개월째, 7월 중순 현재, 밀란 멘즈 패션위크는 디지털 패션위크로 대체되었고, 구찌, 프라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 37개 브랜드가 참석하는 가운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런던 패션위크가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물고 가장 먼저 디지털 패션위크를 펼쳤다. 파리 오트 쿠튀르 역시 디지털로 진행했는데, 레디- 투-웨어는 그렇다 쳐도 장인정신의 집결체인 오트 쿠튀르를 모바일 화면에서 본다는 것은 세계 명화 전시를 처음 온라인으로 접했던 때처럼 생소하고 서먹했다. 예전 같으면 이맘때 SNS상에 세계 패션 도시에 모인 셀러브리티와 패션 피플의 오오티디가 피드를 가득 채웠겠지만 당분간은 그 모습을 보기도 어렵겠다.


반면 매년 9월경 치른 여성복 패션위크는 예정대로 현장 패션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2021 봄/여름 컬렉션이 소개될 차례. 가장 먼저 파리 패션위크가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로 일정을 확정했고, 밀란이 뒤를 이어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개최하겠노라 발표했다. 그리고 뉴욕 역시 9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현장 런웨이 쇼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7월 현재, 참가 브랜드나 쇼 방식은 아직 미정이다. 패션업계 안팎의 우려를 뒤로하고 무리 없이 쇼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한편 뉴욕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인 마크 제이콥스와 마이클 코어스는 일찍이 뉴욕 패션위크 불참을 선언하고 독자 노선을 공표했다. 그중 대략의 계획을 발표한 쪽은 마이클 코어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시즌보다 한발 앞서 컬렉션을 소개하는 것이 흡족하지 않았다고. 9월에는 시즌에 맞춰 이번 가을/겨울을 위한 제품 소개에 주력하고, 그 뒤 10월이나 11월에 다음 시즌에 대한 내용을 다뤄야 받아들이는 고객도 혼란이 없을 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동안 시 나우 바이 나우(See Now, Buy Now: 컬렉션을 보고 바로 구매하자)라는 이름으로 몇몇 브랜드가 행했던 시스템과는 또 다른 마이클 코어스만의 프로세스가 구축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패션에 끼친 영향은 비단 패션위크뿐만이 아니다. 여러 브랜드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인원을 감축하고 부티크를 닫는가 하면, 급기야 온라인 전용으로 전환하는 등 완전히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4대 패션도시는 관광 수입의 영향을 많이 받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팬데믹 직후 락다운(이동제한령, 봉쇄령)으로 인해 관내 이동은 물론 관광객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부티크 폐쇄를 결정한 곳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매출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다이앤본퍼스텐버그(이하, DVF)가 전 세계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제품을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한때 랩 드레스로 국내에서도 수많은 카피캣을 양산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글로벌 브랜드의 변화. DVF는 임원급을 포함해 전체 직원의 75%를 해고한 상태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이 같은 선택이 불가피했다. 니만 마커스나 제이크루, 트루 릴리전과 같이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 역시 코로나19를 계기로 줄줄이 파산 보호신청에 들어갔다.


또 샤넬의 수장인 버지니 비아르는 앞으로 샤넬을 상징하는 그랑 팔레에서의 초호화 패션쇼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칼 라거펠트가 샤넬을 이끌던 시절, 매 패션위크 시즌이 되면 이번에는 샤넬이 그랑 팔레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를 상상했다. 에펠탑, 눈과 슬로프, 대형 슈퍼마켓 등을 실물 사이즈와 똑같이 재현했던 샤넬이다. 초대장을 받고 힌트를 얻은 뒤 현장에 가면 언제나 상상 그 이상,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꾸며놓아 황홀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하루면 다 무(無)로 돌아간다는 것에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사람의 하나로 안타까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하는 제로섬 법칙처럼 우리의 패션 판타지를 실현해주었던 그랑 팔레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대신 새롭게 등장할 버지니 비아르 방식의 쇼와 비전이 기대된다.


코로나19가 길어진다 해도 패션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수그러들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실제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이 여행 경비로 모아둔 돈을 버킷리스트에 올려두었던 하이엔드 브랜드의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사용한다는 결과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패션이 그저 트렌드를 접하고 아이템을 취하는 데 국한될 수는 없는 것. 하루 빨리 밝은 세상과 발맞추고 문화적 현상을 담아내는 패션으로서 정상적인 궤도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물론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지금의 패션도 오늘의 역사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의미한 시대에 장을 가리지 않고 패션에 대한 담론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 새로운 접근법은 언제나 환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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